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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48권, 정조 22년 5월 22일 을유 4번째기사 1798년 청 가경(嘉慶) 3년

호서 지방에서 서양학을 퍼뜨린 이존창을 죽이도록 하다

지평 윤함(尹涵)이 아뢰기를,

"이단(異端)에 대한 폐해를 성인이 홍수(洪水)와 맹수(猛獸)에 비유하였는데, 지금 이른바 서양학(西洋學)이라는 것이 바로 그중에서 더욱 심히 패려한 것입니다. 연전에 내린 조정의 금령이 더없이 신엄(申嚴)하였고 보면, 이제 사설(邪說)이 영원히 지식되었을 법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듣건대, 호서 지방에는 그 무리들이 실로 번성하여, 곳곳에서 서로 무리를 불러 모으고 곳곳에서 사람을 속여 꾀면서 궁벽한 도서 지방이나 산속 토굴 사이에 자취를 숨기고 있는 자들이 도리어 지난날보다 더 치성하고, 심지어는 도성 안에도 그 무리들이 계속 늘어나서 처단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곧 다름이 아니라, 전하께서 비록 금한다고는 하시나 뿌리를 뽑지 못하여 그들의 소굴이 아직도 남아 있음으로써 이렇게 오래갈수록 더욱 치성해지는 것입니다. 아, 저 천리(天理)와 인기(人紀)를 멸절시키는 사설이 아직도 감히 이 천지 사이에 제멋대로 행해지고 있으니, 또한 어찌 하늘이 노염을 품고 음양이 화기를 잃는 일이 없겠습니까. 청컨대, 전하께서는 먼저 그들의 소굴부터 속히 깨뜨릴 방도를 진념하시어, 그들로부터 유혹당한 저 백성들로 하여금 회오(回悟)할 바를 알도록 하셔서 음양의 화기를 도양(導揚)하는 한 가지 도움으로 삼으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호서 지방의 소굴에 대해서는 대신이 이미 말하였으니, 절로 의당 거조(擧條)를 낼 것이다. 그 밖의 경외 인민들의 미혹을 깨우치고 지식시키는 방도에 대해서는 각각 유사가 있으니, 유사의 직무 수행이 성실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로 대신은 그들을 논박하여 감죄하고, 너희들은 그들을 규핵하는 것이 옳다."

하였다. 좌의정 채제공이 아뢰기를,

"신의 생각에는 반드시 먼저 이존창(李存昌)을 베어 죽인 다음에야 호서 지방의 어리석은 백성들에게 점차로 감염되는 폐단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여깁니다. 대저 이존창은 그들 가운데 두목으로서 전혀 두려워할 줄을 모르고 소굴을 만들었습니다. 조정에서는 비록 그런 하찮은 것들까지도 반드시 그 악을 변화시켜 삶으로 인도하려고 하니, 그렇다면 저 돼지나 물고기, 나무나 돌맹이 같은 것들도 의당 감격할 터인데, 저 이존창은 어둡고 강포하여 조금도 변동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를 처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리석은 백성들이 혹은 서로 다투어 주육(洒肉)을 준비해서 옥중(獄中)으로 찾아가 그를 위문하기까지 한다고 하니, 이것이 어찌 사람 살리는 도리로 사람을 죽이는 의리이겠습니까. 도신(道臣)으로 말하더라도 의당 사유를 갖추어 진문(陳聞)해서 처분을 기다려야 할 터인데, 여러해가 지나도록 아직까지 가부간에 아무런 말이 없으니, 청컨대 해당 전후 도신들을 무거운 쪽으로 추고하고 속히 사실을 열거하여 치계하도록 해서 율에 따라 처단할 뒷받침으로 삼으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8책 48권 56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87면
  • 【분류】
    사상-서학(西學) / 사법-행형(行刑)

○持平尹涵啓言: "異端之害, 聖人比之洪水猛獸, 而今之所謂西洋學者, 卽其尤絶悖者也。 年前朝家之禁, 不啻申嚴, 則庶幾邪說之永熄。 而近聞湖西之境, 其徒寔繁, 在在嘯聚, 處處誑誘, 匿影於窮島僻峒之間者, 反有盛於前日, 甚至輦轂之下, 亦有滋蔓難圖之慮。 此無他, 殿下雖曰禁之, 而根本未拔, 窩窟尙存, 致此愈久而愈熾也。 噫! 彼滅天理斁人紀之說, 尙敢肆行於覆載之間, 則亦豈無上天之懷怒, 而陰陽之愆和耶? 請殿下, 先從其窩窟, 而亟軫打破之道, 使閭里之被惑者, 知所回悟, 而爲導揚和氣之一助焉。" 批曰: "湖西之窩窟, 大臣旣言之, 自當出擧條。 其餘京外牖惑戢迷之方, 各有司存, 有司之不謹, 隨其所現, 大臣論勘, 爾等糾劾。 左議政蔡濟恭啓言: "臣意則必先誅李存昌, 然後湖右蚩氓漸染之弊, 可以杜絶。 大抵李存昌, 以自中頭民, 睯不知畏, 作爲窩窟。 朝家盛念, 雖在如渠微物, 必欲化其惡而導之生, 豚魚木石, 亦當感激, 而渠乃冥然悍然, 少無變動。 而尙未正法之故, 愚民輩, 至或爭備酒肉, 往慰獄中云, 此豈生道殺人之義乎? 雖以道臣言之, 所當具由陳聞, 以竢處分, 而經年閱歲, 迄無皂白, 請當該前後道臣, 從重推考, 亟令擧實馳啓, 以爲依律處斷之地。" 從之。


  • 【태백산사고본】 48책 48권 56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87면
  • 【분류】
    사상-서학(西學)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