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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47권, 정조 21년 7월 8일 을해 2번째기사 1797년 청 가경(嘉慶) 2년

박배를 돌로 쌓는 문제, 남초를 심지 말 것 등을 하교하다

차대(次對)를 행하였다. 상이 사복시 제조 이병모(李秉模)에게 하문하기를,

"동교(東郊)의 목장에 놓아 먹이는 말은 몇 필인가?"

하니, 병모가 대답하기를,

"4백여 필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른바 박배(朴排)란 것이 점차 볼품없이 되어가고 있다. 【세속에서 목장에 나무를 심어 우리를 만들어서 말이 뛰쳐나가는 것을 막는 것을 일컬어 박배(朴排)라 한다.】 고 정승 상진(尙震)이 돌로 성을 쌓아 박배로 삼았는데 그 견고함이 도성(都城)과 같았다 하니, 옛사람이 일을 처리하는 것은 굉원(宏遠)함이 이와 같았다."

하니, 병모가 아뢰기를,

"그때 물의가 분분하였으나, 고 정승이 원대한 생각으로 그것을 단연코 실행하였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고금을 막론하고 일을 행하려 하면 어찌 갑론을박이 없겠는가."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남초(南草)113) 를 심은 전지에 모두 곡식을 심게 하면 몇 만 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니, 이병모가 아뢰기를,

"기름진 토지에 다 남초를 심었는데 서로(西路)가 더욱 심하니, 이것이 가장 애석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일체 금지시킬 수는 없는가?"

하니, 병모가 아뢰기를,

"남초를 금지하는 것은 술을 금지하는 것과는 다르니, 만일 금지하려 하면 어려울 바가 없을 듯합니다만, 신은 삼가 기수(氣數)와 상관이 있다고 여깁니다. 청(淸)나라 사람이 우리 나라에서 돌아갈 적에 군중(軍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처음에는 금지하였으나, 군사의 마음이 변함이 있음을 보고서는 드디어 그 명령을 철회하였다 합니다. 지금 천하에 통행하니, 어찌 기수가 그렇게 되도록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러하다. 담배가 남방 해외의 나라에서 처음 나왔으나, 사실은 서양에서 온 것이다. 대체로 서방의 학문이 점차 중국에 행해지고 있으니, 어쩌면 서방의 풍기(風氣)가 늦게 열림으로 말미암아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또 금지하지 않을 수 없는 한 가지 일이 있다. 우리 나라의 서책에 기휘(忌諱)하는 문자가 없지 않은데, 연경(燕京)으로 가는 물건을 대부분 서책의 휴지로 싸므로 책을 인출(印出)한 지 오래되지 아니하여 곧바로 휴지가 되어버리니, 이것은 오로지 휴지가 매매에 이롭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지금 만일 엄금하면 서책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니, 병모가 아뢰기를,

"이것은 통렬히 금해야 할 것입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이것이 비록 작은 일이긴 하나 또한 관계되는 바가 있으니 등한히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만일 처음에는 부지런히 하다가 마지막에는 게을리 하며 이미 금하였다가 곧바로 중지하면 명령을 믿지 않는 탄식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7책 47권 1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32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농업-임업(林業) / 농업-특용작물(特用作物) / 과학-생물(生物) / 교통-마정(馬政) / 외교(外交) / 사법-법제(法制)

○次對。 上, 問司僕提調李秉模曰: "東郊牧場, 放馬幾匹?" 秉模對以四百餘匹。 上曰: "所謂朴排, 漸不成樣。 【俗稱牧場植木爲圍, 以防馬逸曰朴排。】 故相尙震, 以石築城爲朴排, 而其完固, 等於都城云, 古人之處事, 宏遠如此矣。" 秉模曰: "伊時物議, 亦爲紛紜, 故相以長遠之慮, 斷然行之。" 上曰: "無論古今, 如欲做事, 豈能無甲乙之論乎?" 上曰: "種南草之田, 皆令播穀, 則可得幾許萬石。" 秉模曰: "膏沃之土, 盡種南草, 西路尤甚, 此最可惜。" 上曰: "未可一切禁之耶?" 秉模曰: "禁草, 異於禁酒, 如欲禁之, 似無所難, 而臣則竊以爲有關氣數矣。 淸人之自我國還歸也, 軍中吸草者, 初禁之, 及見軍心有變, 遂撤令云。 今乃通行于天下, 豈非氣數之使然乎?" 上曰: "然矣。 南草始出於南方海外之國, 而實則自西洋來。 大抵西方之學, 駸駸行乎中國, 抑由西方之風氣晩開而然乎? 又有一事不可不禁者。 我國書冊, 不無忌諱文字, 而赴燕之物, 率多以書冊休紙裹之, 印書未久, 遽作休紙, 此專由休紙之利於買賣而然。 今若嚴禁, 則其於典守書冊, 不爲無助。" 秉模曰: "此當痛禁。" 上曰: "此雖小事, 亦有關係, 不可等閑看過。 但若始勤終怠, 旣禁旋止, 則徒致不信令之歎矣。"


  • 【태백산사고본】 47책 47권 1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32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농업-임업(林業) / 농업-특용작물(特用作物) / 과학-생물(生物) / 교통-마정(馬政) / 외교(外交) / 사법-법제(法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