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원이 사학의 폐단을 논한 것을 이유로, 남기만이 사직을 청하다
정언 남기만(南基萬)이 상소하기를,
"《홍범(洪範)》의 서징(庶徵)은 반드시 오사(五事)에서부터 유추하여 설명하고029) , 《중용(中庸)》의 위육(位育)의 지대한 공효는 오직 치중화(致中和) 세 글자에 있었습니다. 또 중화를 이루는 것은 칠정(七情)이 중용이 되느냐 못 되느냐에 달려 있고 칠정이 중용이 되는 데에는 오직 ‘성냄’에 가장 어려움이 있으니, 마땅히 성내야 될 때에 성내지 않거나 성내서는 안 될 때에 성내는 것은 모두 이른바 ‘중용을 지켜 알맞게 조절함[中節]’에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대순(大舜)이 사흉(四凶)에 대해 성내고 안자(顔子)가 성냄을 옮기지 않은 것과 같이 한 뒤에라야 비로소 성인의 성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천지 사이에서 요행스럽게 숨쉬며 살아 있는 자들을 시험삼아 살펴보면 모두 사흉(四凶)의 몇 배나 됩니다. 단호히 형벌을 가하여 많은 이들의 울분을 풀어주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으니, 이는 마땅히 성내야 될 일에 성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의금부가 복주하여 논하고 삼사가 계속 논집하는 일에 있어서는 전하께서 용인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되는 부분인데도 도리어 유배시키고 파면하거나 금령(禁令)을 내려 저지하시니, 이는 전하께서 성내서는 안 되는 일에서 성내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본다면 전하의 성냄은 여기에서 중절(中節)을 유지하지 못하여 중화(中和)의 극치에 이르는 데에 미흡한 점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하고서 천지가 제 위치에 서고 만물이 순리대로 화육(化育)되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한편으로 신에게는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놀랍고 분한 일이 있습니다. 사간 오정원(吳鼎源)이 아뢴 바를 보니, 그는 사학(邪學)의 폐해를 논하면서 호남과 영남지역으로 더욱 만연되고 있다 하였습니다. 신은 영남인입니다만, 이 말이 어떤 연유로 이르게 되었습니까. 지금의 영남이 비록 옛날만은 못하지만, 선비들이 아직도 선성(先聖)들의 책을 읽고 선현들의 훈계를 지키고 있어 천리(天理)를 다하고 인륜을 잡고 있는 인간 본연의 이성을 어느 정도 보존하고 있습니다. 신으로서는 지금 말하고 있는 사학이 과연 어떤 학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 오정원은 호남과 영남을 함께 거론하여 은연중에 한 도를 오랑캐와 금수의 지역으로 몰아넣었으니 그 말은 참으로 위험합니다.
세상의 도리가 이러하니 하늘과 시절의 재변(災變)이 어찌 없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대간이 과연 진실되게 보고 들어 그 일을 지적하여 드러냈으니 조정에서 자연 응분의 처벌이 있을 것이고, 또 영남의 인사들도 곧 가차없이 다같이 성토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저 오정원이 어찌 무망의 죄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하니, 비답하기를,
"진달한 내용을 꼭 유의하겠다. 피혐한 것이 지나치다.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4책 44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645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인사(人事)
- [註 029]《홍범(洪範)》의 서징(庶徵)은 반드시 오사(五事)에서부터 유추하여 설명하고 : 서징은 비[雨]·더위[暘]·따뜻함[煥]·추위[寒]·바람[風]이고, 오사는 엄숙한 외모, 조리있는 말, 밝게 봄, 총명하게 들음, 성스런 생각인데, 사람이 해야 할 오사가 갖추어지면 하늘이 주재하는 서징이 때에 맞게 이른다고 하였음. 《서경(書經)》 홍범(洪範).
○庚辰/正言南基萬上疏言:
《洪範》庶徵, 必從五事上推說, 而《中庸》之位育極功, 惟在於致中和三字。 中和之致, 惟在於七情之中不中, 而七情之中, 惟怒爲難。 不怒其當怒, 怒其不當怒, 皆非所謂中節也。 必若大舜之怒四凶, 顔子之不遷怒, 然後方可謂聖人之怒, 而試看今日之假息於天地之間者, 凡幾四凶也。 快施典刑, 以洩輿憤, 是殿下之不怒其所當怒也。 至於禁堂之覆逆, 三司之爭執, 是殿下容忍翕受處, 而竄逐之摧折之, 設禁而沮抑之, 則是殿下之怒其不當怒也。 然則殿下之怒, 於是乎不中節, 而其於中和之極致, 有所未至矣。 欲望天地之位, 萬物之育, 得乎? 抑臣有駭憤如不欲生者。 伏見司諫吳鼎源所啓, 則其論邪學之害, 以爲湖嶺之間, 轉益熾蔓。 臣, 嶺人也。 此言何爲而至哉? 今之嶺南, 雖不如古之嶺南, 而爲士者猶能誦先聖之書, 服先正之訓, 其於極天秉彝之良性, 猶有所不墜者矣。 臣未知今之所謂邪學, 果何等學, 而彼鼎源, 乃以湖嶺混稱, 隱然歸一道於夷狄禽獸之域, 其爲言, 危且險矣。 世道如此, 天災時變, 何所不有也? 雖然, 臺臣果有眞箇見聞, 指摘而現發, 則朝廷之上, 自有典刑, 而嶺下人士, 亦將齊聲共討之不暇。 如其不然, 彼鼎源, 烏得免誣罔之律哉?
批曰: "所陳當留意。 引義過矣, 勿辭。"
- 【태백산사고본】 44책 44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645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