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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43권, 정조 19년 8월 23일 신축 2번째기사 1795년 청 건륭(乾隆) 60년

교리 박길원이 전선·대각·환곡·당학·송금의 폐 등을 조목별로 상소하다

교리 박길원(朴吉源)이 상소하기를,

"근일 이래로 언로가 펼쳐지지 않아 곧고 바른 말은 적요하게 들리지 않는 가운데 침묵하는 풍조가 이루어져 온통 모두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악역(惡逆)으로 지목하여 사람을 몰아세우는 일을 제외하고는 시시비비를 가려 사람을 탄핵하는 일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는 참으로 조정의 말할 수 없는 수치인 동시에 세도(世道)를 위해 나름대로 걱정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대각(臺閣)을 임명할 때 추천하는 일에 있어서도 옛스럽지가 못합니다. 대사헌의 경우는 다른 직책과 자별하게 책임이 막중하다 할 것인데, 어찌하여 요즘 들어서는 만만한 직책으로 여기고서 한 번 재상의 반열에 오르기만 하면 모두들 통망(通望)을 하고 몇 번 중임이 체차되었으면서도 거의 대부분이 함부로 차지하게끔 하고 있단 말입니까. 묘당으로 하여금 한계선을 정하게 하여 마치 경연관이나 예조 참의가 아전(亞銓)이나 삼전(三銓)의 전 단계가 되는 것처럼 하도록 함으로써 관방(官方)이 중하게 되고 청선(淸選)이 엄숙해지게 하소서. 그 밖에 삼사(三司)의 신하들 역시 모두 신중히 가리는 동시에 오래도록 근무하게 하되, 근무한 날짜가 많이 지났는데도 끝내 일을 논하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도 파직하는 벌을 시행케 하소서."

하고, 또 당시의 폐단을 조목별로 논하기를,

"6월은 바로 거국적으로 경사를 함께 나눈 날인데, 대신(臺臣)이 간혹 대청(臺廳)에 나가면서도 감히 전계(傳啓)를 하지 않았으니, 예로부터 내려오는 대각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렇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홍문관의 당직이 교대를 하지도 않은 채 제멋대로 나가버렸는데 홍문관의 규정을 보더라도 그런 일은 아직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모두 조사해내어 파직시키도록 하소서.

부유한 백성들을 권유하여 분담시킨 일로 원망하는 소리가 길에 깔렸는데 추수 때에 소정의 수량을 그들에게 갚아주도록 한다면 명령을 믿음성있게 하는 뜻을 저버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에 환곡(還穀)을 돈으로 대신 내게 하는 바람에 가난한 민호(民戶)가 본색(本色)252) 을 적게 받는 등 그 피해를 치우치게 입고 있으니 제도(諸道)에 엄히 신칙하여 그 폐단을 기필코 고치게 하소서.

근래 탐욕을 징계하지 않는데다 청렴도 권장하지 않는 등 상벌(賞罰)이 밝지 못해 백성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도신(道臣)으로 하여금 청백리(淸白吏)를 뽑아 아뢰게 하는 한편 탐욕을 징계하는 형전(刑典)을 밝히게 하소서.

선비는 국가의 원기(元氣)입니다. 사학(四學)의 재임(齋任)에게 응강(應講)케 하는 것이 거꾸로 요행히 등과(登科)하는 하나의 발판이 되고 있으니, 그 경(經)에 순통(純通)한 다음에나 품지(稟旨)하여 논상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소위 당학(唐學)의 폐단이 점점 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체의 분위기가 슬프게 가라앉고 있는가 하면 서법(書法)도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 학궁(學宮)에 올릴 때부터 일체 엄금토록 하소서.

기묘하게 재주를 부려 만든 기물을 사오지 못하도록 특별히 상인과 역관을 단속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풍속이 사치스러워져 혼수(婚需)를 마련할 때 무늬있는 비단을 쓰고 있는데 저자에서도 예전대로 매매하고 있으니 포청(捕廳)으로 하여금 다시 옛날의 금법(禁法)을 밝히도록 하소서.

송금(松禁)이 원래 지극히 엄한데 백성의 풍속이 갈수록 교묘해져 벌채하지 않는 날이 거의 하루도 없습니다. 각영(各營)의 장신(將臣)을 중하게 추고하고, 묘당으로 하여금 낭관(郞官)을 파견하여 사산(四山)을 두루 살피게 한 다음 근무성적에 따라 상벌을 행하게 하소서.

산 허리 이상이 되는 곳까지 점차 개간하는 바람에 사토(沙土)가 아래로 흘러 내려 개천을 준설하는 공사가 매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경조(京兆)에 신칙하여 일체 개간을 금지하도록 하소서.

늦은 시기에 모를 옮긴 논의 경우 잘 익을 가망이 없으니 제도(諸道)에 신칙하여 사실대로 재전(災田)으로 잡아두도록 함으로써 경사를 함께 나누는 뜻을 보여주게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대체적으로 볼 때 모두가 시무(時務) 가운데 말할 만한 것들이다. 또 근래의 폐습이 사람을 몰아세우면서 악명을 뒤집어 씌운다고 한 그대의 말도 옳다.

그리고 대사헌을 만만한 직책으로 여기고서 대부분 무턱대로 차지하고 있으니 묘당으로 하여금 제한을 두도록 하라고 청하였다. 풍헌(風憲)의 책임자는 옛날로 말하면 바로 도어사(都御史)이니 그 임무가 얼마나 맑고 중하다 하겠는가. 그러니 만에 하나라도 자격이 없는 자가 차지하게 되었다면 관계되는 바가 작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찌 그 사이에 맡아야 할 사람이 맡은 경우가 없기야 하겠는가. 그런데 가령 중하게 선발해야 한다는 이유로 마치 혁파할 것을 논하듯 하면서 제한을 정하도록 하자고 청하기까지 했고 보면 일단 통망(通望)된 사람들과 관련하여 염치를 숭상해야 할 입장에서 볼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는가. 제한을 정하는 일까지 모두 포함해서 이조 낭관으로 하여금 대신에게 물어보게 하는 한편 전관(銓官)의 의견을 갖추어 사리에 맞게 품처(稟處)토록 하라.

언관이 근무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끝내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을 경우에는 파직시키라고 청하였다. 송(宋)나라 때에 대간을 욕보이는 벌을 두어 50일을 기한으로 정한 일이 있었다마는, 옛날과 지금은 시대 상황이 각각 다르니만큼 법률로 제정해서 말하도록 요구한다면 오히려 손발을 묶어놓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다만 전조(銓曹)에 맡겨 과감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자는 표창하여 발탁하고 말하지 않는 자는 배척하여 축출하도록 함으로써 격탁양청(激濁揚淸)하는 정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

대신(臺臣)이 대청(臺廳)에 나가서 전계(傳啓)를 하지도 않았다고 하였는데, 듣고 보니 너무도 놀랍기만 하다. 대각(臺閣)에 수치를 끼치는 것으로 이보다 더 큰 일은 없으니, 당해(當該) 대신에게 서용(敍用)하지 않는 처벌을 시행토록 하라.

홍문관 당직이 교대하지도 않고 나가다니 이는 처음 듣는 일이다. 사람이야 비록 옛날과 같지 않다 하더라도 그 직책을 돌아본다면 과연 어떻다 하겠는가. 당해 옥당을 파직하라고 청한 일은 아뢴 대로 시행하라. 그리고 이처럼 전례에 없는 일을 행하였는데도 정원에서는 나오지 않으면 우선 정지해야 한다거나 교대하지 못한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 당직 교체 당시의 당해 승지를 금부에서 추고하도록 하라.

해도(該道)의 부유한 백성들을 권유하여 분담케 한 것을 돌려주도록 청하였는데, 이 일에 대해서는 지난번 진청(賑廳)의 점목(粘目)에 분부를 내릴 때에 역시 신칙한 바가 있었다. 그런데 그대가 또 이와 같이 말했으니 다시 엄히 신칙토록 하라.

지난해의 환곡(還穀)에 대한 일은, 그것이 정퇴(停退)한 것이든 감면한 것이든 따질 것 없이 일단 돈으로 대신 내게 했다면 분명히 농간을 부린 점이 있을 것이니, 이 일에 대해서도 삼남(三南)의 도신으로 하여금 우선 가장 불성실한 수령 한두 명을 뽑아 보고하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징계하는 발판으로 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청렴한 관리를 선발하는 일이야말로 현재 행해야 할 급무라 할 것이다. 탐욕을 징계시키려면 먼저 이 일부터 행해야 하니 아뢴 대로 시행토록 하라. 그리고 탐오죄(貪汚罪)를 범한 사람에 대해서는 세초(歲抄)의 사령(赦令)에서 따지지 말도록 하였는데 이 역시 제한을 두어야 할 것이니 금부로 하여금 대신에게 문의한 뒤 품처토록 하라.

사학(四學)의 재임(齋任)이 1경(經)에 순통(純通)하였을 경우 다시 그 경으로 응강(應講)케 해서 모두 순통을 얻은 다음에야 품지(稟旨)해서 논상토록 하자고 청하였는데, 이 일은 아뢴 대로 시행하라. 그러나 가령 직부 회시(直赴會試)케 하는 점수를 주는 일이야 1경으로 한다 한들 무슨 구애될 것이 있겠는가. 이 뒤로는 1경에 순통하거나 통(通)한 자에게는 예전대로 초시(初試)의 응시를 허락토록 하고 약(略) 이하는 처음부터 출방(出榜)하지 못하게 하라. 또 3경(經)을 모두 암송하는 자의 경우에는 약(略)이나 조(粗)의 평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전례대로 출방하고 논상토록 하라.

근래 이른바 당학(唐學)의 일로 말하면 어찌 치세(治世)의 음(音)과 비슷하지 않다고만 하겠는가. 서법(書法)이 비스듬히 기울어졌다고 한 그대의 말은 더욱 타당하다. 문임(文任)이나 반장(泮長)으로서 시험을 주관하는 임무를 지닌 자들이 관심을 갖고서 올리거나 내칠 수만 있다면 그 폐단을 바로잡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니, 이런 내용으로 엄히 신칙토록 하라.

무늬있는 비단을 쓰지 못하게 금했는데도 진신(搢紳) 집안에서 혼수를 마련할 때 간혹 금법을 범하는 일이 있고 부유한 백성들이 이를 본받고 있다 하였는데, 정말 전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어찌 나라가 있고 법이 있다고 하겠는가. 지금 이후로 금법을 범하는 사람들은 포청(捕廳)에서 규찰(糾察)하는 것으로 붙여 인반 사목(印頒事目) 안에 기재하고, 다시 묘당으로 하여금 기한을 정해서 포장(捕將)에게 기필코 잡아들이도록 하는 동시에, 이러한 내용으로 제도(諸道)에 엄히 신칙토록 하라.

송금(松禁)에 대한 일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그대로 시행하여 실효를 거두도록 하라. 도성 안의 산 허리 이상을 개간한 곳을 없애도록 청한 일도 아뢴 대로 시행하라. 늦게 모를 옮긴 논에 백징(白徵)하는 일은 그대가 말하지 않아도 벌써 염려해 오던 일이다. 묘당으로 하여금 특별히 기전(畿甸)과 삼남(三南)에 엄하게 신칙토록 하라.

근래 구언(求言)하기라도 하면 헛소리가 꼬리를 물고 나와 오히려 세도(世道)를 무너뜨리고 있는데, 그대의 소는 이런 폐단을 제대로 면하였다. 그래서 조목별로 비답을 내림으로써 너그럽게 용납하는 뜻을 보여주는 바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96면
  • 【분류】
    정론(政論) / 구휼(救恤) / 사상(思想) / 사법(司法) / 농업(農業) / 인사(人事)

○校理朴吉源上疏曰:

近日以來言路不張, 讜直之言, 寥寥無聞, 噤默之風, 滔滔皆是, 除非驅人惡逆之目, 絶無彈人是非之事。 此固朝廷之深羞, 世道之竊憂者也。 職玆之故, 臺閣之任, 通擬不古, 而至於都憲, 責任之重, 與他自別, 夫何近日, 便作漫職, 一登宰列, 莫不通望, 數遞重任, 率多冒據? 請令廟堂, 定其界限, 如經筵禮議之爲亞、三銓階梯, 以重官方, 以嚴淸選, 其外三司之臣, 亦皆愼簡, 仍爲久任, 在職日久, 終無一言論事者, 施以刊改之典焉。

又論時弊諸條曰:

六月, 卽擧國同慶之月也, 臺臣間或詣臺而不敢傳啓。 臺閣古規, 果有是否? 館直之不見交代, 任自出去者, 求之館規, 未之聞焉。 竝査出罷職。 富民勸分, 怨聲載路。 待秋準報, 不負信令之意。 昨年還穀代捧, 貧戶少受本色, 偏被其害。 嚴飭諸道, 痛革其弊。 近來貪旣不懲,廉亦不奬, 賞罰不明, 生民受困。 令道臣, 抄啓廉白之吏, 修明懲貪之典。 士者, 國之元氣也, 四學齋任之應講, 反作倖科之階梯。 二經純通, 然後稟旨論賞。 所謂學, 爲弊轉甚, 文體噍殺, 書法傾斜。 請自陞庠, 一切嚴禁。 器用之奇巧者, 另飭象譯, 勿爲購來。 近俗侈靡, 婚具間用紋緞, 市上依舊和買。 令捕廳, 更申前禁。 松禁, 自來至嚴, 民俗益巧, 犯斫殆無虛日。 各營將臣重推, 令廟堂, 發遣郞官, 周察四山, 考勤慢, 行賞罰。 山腰以上, 漸次起墾, 沙土流下, 濬川之役, 逐歲不止。 申飭京兆, 一竝禁耕。 水田晩移, 黃熟無望, 申飭諸道, 從實執災, 以示同慶之意焉。

批曰: "大體皆是時務中可言, 而又以近來弊習之驅人惡名爲言, 爾言是矣。 大司憲爲漫職多冒據, 請令廟堂定限事, 風憲之長, 卽古之都御史, 爲任, 何等至淸且重, 則萬一濫竽, 所關非細。 然亦豈無當爲者爲於其間哉? 以若重選, 有若論革, 至請定限, 則已通之人, 其在敦廉尙恥之方, 當如何區處乎? 竝與定限事, 令吏郞, 問于大臣, 仍具銓官意見, 論理稟處。 言官之在職日久, 終無一言者刊改事, 有辱臺之罰, 以五十日爲率, 古今之時措各異, 則制律而求言, 反或近於拘攣。 但宜付之銓曹, 敢陳者奬拔, 不言者斥黜, 俾收激揚之政爲可。 臺臣之詣臺不爲傳啓事, 聞甚駭然。 貽羞臺閣, 莫大於此, 當該臺臣, 施以不敍之典。 館直之不見交代出去者, 係是初聞。 人雖不古, 顧其職, 則果何如? 當該玉堂罷職事, 依施。 爲此無於例之事, 而政院無一言。 不出姑停及不交代替直時, 當該承旨禁推。 該道富民勸分還給事, 向於賑廳粘目, 亦有提飭, 而爾言又如此, 更令嚴飭。 昨年還餉事, 勿論停減代停, 當有偸弄容奸, 亦令三南道臣, 先從最不謹之一二守宰報聞, 以爲懲他之地。 選廉吏事, 實爲目下實政。 苟欲懲貪, 宜先爲此, 依施。 以貪獲罪者, 歲抄、赦令勿論事, 當有界限。 令禁府, 問于大臣稟處。 四學齋任, 一經純通者, 更以二經應講, 竝得純通然後, 稟旨論賞事, 依施。 如直赴會試給分, 雖一經, 何妨乎? 此後一經純通與通, 依前許赴初試, 略以下, 初勿出榜, 又如三經俱誦者, 略粗依例出榜論賞。 近來所謂學事, 豈但曰不似治世之音? 書法傾斜云云, 爾言尤好。 文任泮長之爲主試之任者, 苟能留意陞黜, 其弊不難矯, 以此嚴飭。 今番使行, 器用奇巧之勿爲購來事,依施, 卽令廟堂嚴飭。 紋禁之後, 搢紳家婚具, 間有冒禁, 而富民效之云者, 誠如風傳, 其可曰有國有法乎? 令後犯禁, 付之捕廳糾察, 載於印頒事目, 更令廟堂定限, 令捕將期於捉納, 仍以此意, 嚴飭諸道。 松禁事, 可勝言哉? 依施, 俾有實效。 城內山腰以上犯耕處陳廢事, 亦爲依施。 晩移白地徵稅事, 不待爾言, 已有爲慮, 令廟堂, 別般嚴飭畿甸、三南。 近或求言, 則讆言踵至, 反壞世道。 爾疏能免此, 此所以逐條賜批, 以示優容之意。"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96면
  • 【분류】
    정론(政論) / 구휼(救恤) / 사상(思想) / 사법(司法) / 농업(農業)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