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옹원 제조 이동 등이 기교부린 자기를 구한다는 일로, 사기 제조의 금령을 내리다
경기 관찰사 서유방(徐有防)이, 사옹원 제조(司饔院提調)인 안춘군(安春君) 이륭(李烿)·서춘군(西春君) 이엽(李爗)·서청군(西淸君) 이성(李煋)이 관례적으로 굽는 자기(磁器) 외에 기묘하게 기교를 부려 제작한 것들을 별도로 구한다는 내용으로 치계(馳啓)하니, 하교하기를,
"분원(分院)의 폐단으로 말하면, 백성들과 고을에서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고 기기묘묘하게 만들어내는 일이 날이 갈수록 성해져 백토(白土)와 청회(靑灰)를 공급하느라 먼 지방에까지 피해를 끼치고 있다.
연전에 갑번(甲燔)237) 의 제작을 금하라고 신칙했을 때 전교(傳敎)를 내려 정식(定式)으로 삼게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명령이 확립되지 않을까 염려해서 단지 승선(承宣)으로 하여금 구전(口傳)으로 분부하게만 하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뒤에 온갖 꾀를 내어 주선하면서 ‘하속(下屬)에게 불리하니 예전대로 거행하자.’는 뜻으로 연석(筵席)에서 발언하는 일이 있기까지 하였으니,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와서 또 다시 그대로 내맡겨 둔다면 기묘하게 재주를 부려 제작하는 일을 금지할 때가 없게 되고 말 것이다. 설사 하속에게 조금 불리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민읍(民邑)의 폐단을 조금이라도 없애주는 것이 원래 마땅하다.
이른바 갑번(甲燔)의 명색(名色)에 대해서는 연전에 연석에서 내린 분부대로 하되, 이번에는 문적(文跡)으로 혁파하여 금단토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매년 구워 만들 때마다 경기 감사가 특별히 살피도록 하되, 만약 명령을 위반하는 폐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해당 관원을 즉시 그 지방에 정배(定配)하고 나서 장계를 올리도록 하라. 만약 혹시라도 덮어두었다가 적간(摘奸)할 때 드러날 경우에는 경기 감사가 중하게 처벌받는 일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칙하는 분부를 내린 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하배(下輩)들만 주구(誅求)하는 것이 아니라 관원까지도 명을 위배하다니 도리상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반상(盤床)이나 병(甁)·잔(盞)을 제외한 그밖의 품목과 관련하여 규정을 범한 당상관은 파직하고 낭관(郞官)은 도태시키도록 하라. 그리고 지금부터는 으레 구워내는 품목이라도 쓸데없거나 긴요하지 않은 것들은 일체 만들지 말도록 엄금하라.
요즘 듣건대 각전(各殿)의 차비(差備)들이 다른 핑계를 대고 강제로 사들이는 바람에 온갖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한다. 이 뒤로는 각전에 별도로 진상할 때, 만약 먼저 아뢰는 수본(手本)을 정원에 올려 점련(粘連)해서 계하(啓下)받지 않았는데도 단지 중관(中官)의 말만 듣고 만들어 줄 경우에는, 당해(當該) 분원(分院)의 관원을 엄히 치죄하고, 당해 각전의 장무(掌務)와 중관은 장 일백(杖一百)의 형에 처한 뒤 분원이 있는 지방에 햇수를 제한하지 말고 정배(定配)토록 하라.
이것이 비록 하찮은 일이라 하더라도 사기(沙器)에 드는 비용이 유기(鍮器)와 거의 맞먹고 있으니 이 또한 사치 풍조를 조장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할 것이다. 귀하고 천한 이의 구별이 없이 법금(法禁)이 확립되지 않고 있는 것은 통탄스러운 일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하찮은 일이라고 말할 수가 없으니 지금 다시 금하는 일을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이 판하(判下) 내용을 주원(廚院)238) 과 분원에 현판으로 걸어두고 늘 보면서 준수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93면
- 【분류】공업(工業)
○京畿觀察使徐有防, 以司饔院提調安春君 烿、西春君 爗、西淸君 惺, 例燔磁器外, 別求奇巧制樣, 馳啓, 敎曰: "分院之弊, 不但民邑不堪造作, 奇巧日甚盛, 白土靑灰, 害及遠道。 年前甲燔禁飭也, 非不知以傳敎定式, 而爲念令或不立, 只令承宣, 口傳分付, 而其後百計周旋, 謂以下屬之失利, 依舊擧行之意, 至有筵中之謦咳, 事之駭然, 莫甚於此。 到今又復任他, 則奇巧之制, 無時可禁。 設使下屬, 些少失利, 民邑之弊, 自當稍止。 所謂甲燔名色, 依年前筵敎, 今番則以文跡, 革罷禁斷, 而每年燔造時, 畿伯另察, 若有違令之弊, 該官卽其地定配後狀聞, 而若或掩置, 現發於摘奸, 則畿伯難免重勘。 飭敎未久, 不但下輩誅求, 官員犯之, 豈有如許道理乎? 除非盤床及甁盞外, 犯科之堂上罷職, 郞官汰去, 自今雖例燔之品, 若屬於無用不緊者, 一切嚴禁。 近聞各殿差備之憑藉勒買, 爲弊多端云。 此後各殿別進上, 若非先啓手本之呈政院粘連啓下, 而只聽中官之言造給者, 當該分院官員嚴勘, 當該各殿掌務中官, 杖一百, 分院地方, 勿限年定配。 此雖微事, 沙器之費, 幾等於鍮器, 此亦奢侈之一端, 而貴賤無別, 法禁不立, 其所駭痛。 不可以微物言, 今者申禁, 烏可已乎? 以此判下, 揭板廚院分院, 以爲常目遵行之地。"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9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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