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권유가 세 사람을 타살한 포장을 나문하고 천주교 전파의 금지를 상소하다
대사헌 권유(權裕)가 상소하기를,
"달포 전에 포장(捕將)이 세 사나이를 타살(打殺)하였는데, 듣건대 이들은 사학(邪學)193) 의 무리라고 하였습니다. 비록 대신이 연석(筵席)에서 품(稟)한 뒤 포장을 지휘하여 그렇게 하였다고는 하나 이는 심상하게 볼 변고가 아닐 뿐더러 비밀스럽게 감춰둘 일도 아니니, 그 근본 원인을 끝까지 추궁하여 전형(典刑)으로 분명히 바로잡음으로써 사람마다 이 사실을 알게 하고 사람마다 성토(聲討)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참으로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만 아무도 모르는 한밤중에 급히 서둘러 잡아 죽이면서 마치 단서가 탄로날까 두려워하여 입을 막고 자취를 엄폐하려는 것처럼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의도이며 이것이 무슨 법이란 말입니까.
사학의 씨가 한 번 뿌려진 뒤로 남몰래 불어나고 은밀히 자라나면서 아직도 그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으니 장차 하늘에까지 닿는 큰물과 들판의 불길처럼 번져가고야 말 것입니다. 그러니 세도(世道)를 위해 걱정하노라면 신도 모르게 오싹해지면서 가슴이 서늘해지곤 합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해당 포장을 나문(拿問)하여 엄히 치죄(治罪)하는 동시에 중외(中外)로 하여금 특별히 더 규찰(糾察)하여 기필코 정화시키도록 하는 일을 단연코 그만두어서는 안된다고 여겨집니다."
하였는데, 세 사나이란 바로 사학 죄인 지황(池潢)·윤유일(尹有一)·최인길(崔仁吉)이었다. 비답하기를,
"달포 전에 포장이 사학에 종사하는 세 사나이를 타살한 일과 관련하여, 경이 심지어는 ‘포장이 단서가 탄로날까 두려워하여 입을 막고 자취를 엄폐하려 하였다.’고까지 하면서 나문(拿問)하여 치죄하라고 청하였다. 그리고 말 뜻을 보면 은연중에 대신을 핍박하고 있는데 경은 어찌하여 이 일을 알지도 못하고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인가.
그때 대신이 연석에서 말한 내용은, 그들을 법조(法曹)에 회부하여 법대로 처단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기시(棄市)함으로써 다른 자들을 징계하고 뒷날을 경계토록 하자는 것이었는데 막판에 가서 미처 이송(移送)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고 보면 이 어찌 입을 막고 자취를 엄폐하려 했다는 것과 조금이라도 근사하기나 하겠는가. 포장에 대한 일은 윤허하지 않는다.
다만 앞질러 죽게 한 관계로 사람들이 이 일을 분명히 알지 못하게 되었고 분명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단속할 줄 모를 염려가 있을 듯하다는 이 점만은, 경의 소가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경계에 비추어 볼 때 그리 해롭지 않다고 할 것이니, 경조(京兆)에 분부하여 세 사나이의 성명과 범죄 사실을 방곡(坊曲)에 분명히 유시하게 함으로써 감히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쪽으로 인도하고 부끄러움을 알게 하는 것은 사유(師儒)와 사사(士師)194) 와 감사와 수령의 책임이니, 모름지기 각자 유념하여 모두 성인(聖人)의 무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2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585면
- 【분류】사상(思想) / 사법(司法)
○大司憲權裕上疏曰:
月前捕將之打殺三漢, 聞是邪學之徒也。 雖云大臣筵稟, 指揮捕將而然, 此非尋常之變, 亦非秘諱之事。 固當究覈根因, 明正典刑, 使人得以知之, 人得以討之, 而乃於半夜無知之中, 急急收殺, 有若恐露端緖, 滅口掩跡者然, 此何意也, 此何法也? 邪學一種, 潛滋暗長, 尙不寢息, 將有滔天燎原之漸, 其爲世道之憂, 不覺澟然而心寒。 臣謂當該捕將, 拿問嚴勘, 仍令中外, 別加糾察, 期於廓淸, 斷不可已。
三漢, 卽邪學罪人池潢、尹有一、崔仁吉也。 批曰: "月前捕將之打殺邪學人三漢事, 卿至以捕將爲恐露端緖, 滅口掩跡, 仍請拿勘, 而語意隱然拶逼於大臣, 卿何不知本事, 言之若是? 伊時大臣, 謦咳於筵席, 欲付之法曹, 以其法處斷, 與衆棄之, 爲懲他毖後之圖, 而究竟之際, 未及移送, 則此豈一毫近似於滅口掩跡乎? 捕將事, 不允。 但經斃也故, 人未能曉然知之, 未能曉知也故, 恐有不知戢之慮, 此則卿疏不害爲先事之戒。 分付京兆, 以三漢姓名罪犯, 曉諭坊曲, 莫敢更犯。 其所導善而恥格之方, 在師儒、士師、按道、典邑者之責, 須各存着, 皆爲聖人之徒。"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2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585면
- 【분류】사상(思想)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