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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42권, 정조 19년 윤2월 13일 을미 3번째기사 1795년 청 건륭(乾隆) 60년

연회의 반열에 참여한 노인들에게 비단 등을 주고 수원부 성 내외에 급복을 명하다

연회를 베풀 때 반열에 참여한 노인으로서 70세 이상이 되는 자 및 61세가 되는 사람들에게 각각 비단 1필(匹)씩을 하사하는 동시에 누런 명주를 주어 구장(鳩杖)074) 에 매게 하라고 명하였다. 또 현륭원(顯隆園) 밑에 거주하는 백성들에게 2년 동안 더 급복(給復)해 주고 수원부(水原府) 성 내외에 사는 백성들에게 1년 동안 더 급복해 주도록 하였다. 하교하기를,

"장락당(長樂堂)에서 술잔을 받들어 올리고 낙남헌(洛南軒)에서 술자리를 베풀면서 경건히 북두성 자루에 술을 붓고 남산(南山)처럼 장수하시기를 축원하였다. 이튿날에는 또 노인들을 섬돌과 뜰 사이에 불러 모아 자궁의 덕에 흠뻑 배부르게 하였으니 오늘 밤은 영원히 기억되리라.

아래에서 이미 화봉인(華封人)의 축하를 올렸으니 위에서 어찌 홍범구주(洪範九疇)에 입각한 선물을 아낄 수 있겠는가. 영의정 홍낙성(洪樂性) 이하 나이 70세 이상인 노인들과 61세가 되는 사람들에게 각각 비단 1필씩을 하사하는 동시에 누런 명주를 주어 구장(鳩杖)에 맬 수 있도록 하고, 본부(本府)에서 연회에 참석한 자들에게 각각 한 등급씩 가자해 주도록 하라.

한 고조(漢高祖)는 풍패(豊沛)에 대해서, 그리고 광무제(光武帝)남양(南陽)에 대해서 각각 탕목읍(湯沐邑)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부역을 면제시켜 주었었는데, 이 일이 국사(國史)에 기록되어 아름다운 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더구나 이 화성(華城) 지역은 임금이 행차하여 머물렀던 곳인데다 선조의 묘소가 있는 곳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우리 자궁을 모시고 올 적에 길 양쪽으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담처럼 둘러섰었고 임금의 행차를 보는 기쁨과 임금을 가까이에서 보려는 정성을 안고서 곳곳마다 노래가 거리에 흘러 넘치면서 모든 사람들이 같은 감회를 이야기하였으니, 만약 지금과 같은 때에 특별히 혜택을 베풀어주지 않는다면 장차 무슨 방법으로 이 지역의 부로와 자제들의 마음을 크게 위로해 줄 수 있겠는가. 앞서 이미 급복(給復)해 준 이외에 현륭원 밑에 거주하는 백성들에게 특별히 2년을 더 급복해 주도록 하고 성 안팎에 거주하는 백성들에게도 1년을 더 급복해 주도록 하라.

그런데 남의 노인에게까지 은혜가 미치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 네 가지보다 먼저 행해야 하는 일로서 이것이 바로 선왕(先王)께서 확대 적용하여 은혜를 베풀던 인정(仁政)이었다고 하겠다. 이번의 일을 보건대 시기로 말하면 자궁께서 회갑이 되시는 해이고 절기로 말하면 따뜻한 봄철의 은혜가 베풀어지는 때로서 자궁께서 건강하실 뿐더러 성대한 예식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므로 산천 역시 영광을 입고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이에 자궁의 마음을 우러러 체득하여 크나큰 은혜를 대대적으로 베풀어서 노인들을 일단 은혜롭게 대접한 뒤에 문관의 시험과 무관들의 훈련을 또한 사열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건대 저 누더기 옷을 입고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만이 유독 같이 즐기고 기뻐하는 가운데에서 소외된다면 어찌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받들어 행하는 뜻이 될 수 있겠는가. 내일 신풍루(新豊樓)에 가서 사민(四民)에게 쌀을 나누어 주어 백성들을 구제하는 동시에 거리가 조금 먼 마을에는 승선(承宣)을 나누어 보내 창고를 열어서 먹여주도록 할 것이다. 지금 이때에 죽을 먹이고 전대를 채워줌으로써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 격양가(擊壤歌)를 부르게 하는 것은 털끝만큼이라도 모두가 자궁께서 내려주시는 것이니, 백성이 아무리 식견이 없고 무지하다 하더라도 어찌 기쁜 마음으로 서로들 이야기하며 크나큰 은혜에 감격해 자궁의 덕을 칭송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술을 따르며 오래 사시기를 축원하는 것이 또한 나의 오늘 심정과 같지 않겠는가.

이것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건대 인정(仁政)이란 은혜를 넓혀가는 데에 있을 따름이니, 맹자(孟子)가 말한 바 ‘이 마음을 들어 저쪽에 가해준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 하겠다. 그러니 이제 화성 한 고을에 시행한 것을 7도(道)와 양도(兩都)에 넓혀서 시행해야 하리라는 것을 또한 알 수가 있다. 만약 이번에 은혜를 베푸는 것이 화성 한 고을에만 미치고 팔도(八道)와 양도에는 미치지 않게 되거나 금년 1년만 이렇게 행하고 천년 만년토록 행해지지 않게 한다면, 이것을 어찌 넓혀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하겠는가.

정리소(整理所)를 설치한 예가 옛날에 언제 있기라도 했던가. 이는 참으로 번거로운 폐단을 없애면서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경상 비용을 축내지 않으려는 뜻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하여 위로는 대내(大內)의 음식물 공급에서부터 중간으로는 수행한 관원들의 노자와 아래로는 군마(軍馬)와 여도(輿徒)의 식량·사료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리소에서 마련해 내도록 한 것이니, 그래서 10만 꿰미의 돈을 특별히 내려주어 그런대로 충당하게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만한 액수를 가지고 이만한 일을 치뤄내자면 오히려 부족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제 행차를 서울로 돌리려 하는 시점에서 수형(水衡)075) 에 아직 남은 것이 있게 되었다. 이를 대농(大農)076) 에 귀속시켜 몇 달치의 비용으로 쓰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전국적으로 은혜를 베푸는 데에 쓰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 액수대로 곡물을 마련하여 ‘을묘년 정리곡(整理穀)’이라 명명하고, 3백 주현(州縣)에 나누어 유치(留置)시킨 다음 매년 이자를 취해 늘려나갈 경우 거의 수만 포(包)에 이르게 될 것이니, 이것으로 온 나라의 백성들이 모두 자궁이 베푸는 은혜를 입게 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저축하여 영구히 전해 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이 곡물을 가지고 농사짓고 수확하여 공사(公私) 간에 모두 풍요롭게 쓰게 해야 할 것이니, 이렇게 되면 은혜를 넓혀 시행하는 뜻이 얼마나 크게 되겠는가.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으로는 그 뜻을 따르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그 뜻을 따르는 것으로는 은혜를 널리 베푸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아, 그대 직분을 수행하고 있는 신하들은 나의 지극한 뜻을 알아서 잘 알아듣고 삼가 이 일을 준수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42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58면
  • 【분류】
    왕실(王室) / 윤리(倫理) / 인사(人事) / 재정(財政)

  • [註 074]
    구장(鳩杖) : 손잡이에 비둘기 장식을 한 노인의 지팡이.
  • [註 075]
    수형(水衡) : 임금의 부고(府庫)로, 여기서는 정리소의 재정을 말함.
  • [註 076]
    대농(大農) : 대사농(大司農), 즉 호조(戶曹)를 말함.

○命進饌時參班老人, 七十以上及六十一歲人, 各賜帛一匹, 仍予黃紬繫鳩杖。 園底居民, 加二年給復, 府城內外, 加一年給復。 敎曰: "奉觴長樂之堂, 置酒洛南之軒, 敬斟北斗, 拜獻山。 翌又來爾群老于階于庭, 飽以慈德, 今夕以永。 下旣進封之祝, 上豈惜疇之錫乎? 老人領議政洪樂性以下, 年七十以上及六十一歲人, 各賜帛一匹, 仍予黃紬, 以佐鳩杖之繫, 本府與宴者, 各加一資。 之於豊沛, 光武之於南陽, 猶以湯沐邑特賜之復, 國史書之, 傳以爲美事。 矧玆華城之爲地, 鑾蹕之所駐臨, 珠丘之所奉安? 陪我慈宮而至, 夾路觀者, 堵墻如也, 瞻旄之喜, 就日之誠, 處處衢謠, 萬口同辭。 若在于今, 不別施惠澤, 將何以大慰是地父老子弟? 前此已給復外, 園底居民特加二年, 城內外居民加一年。 及人之老, 先此四者, 先王推恩之仁政也。 今行以其時, 則流虹回甲之年, 陽春布惠之序, 慈候康寧, 縟儀順成, 榮光所被, 山川增輝。 於是乎仰體慈心, 誕敷洪恩, 耆老已惠養矣, 文武亦試閱矣。 惟彼衣鶉形鵠者, 獨阻於同樂均歡之中, 則豈所以對揚天休之意? 明日御新豊樓, 頒米于四民賑民, 分命承宣, 就道里稍遠坊曲, 發廩以饋之。 此時之饘斯橐斯, 脫塡壑而爲擊壤, 秋毫皆慈宮之賜。 民雖不識不知, 豈不欣欣然相告, 含洪恩而頌慈德? 南山北斗之祝, 亦如予今日之心乎? 因此而思之, 仁政在乎推之而已。 孟子所謂擧斯心, 加諸彼者是爾。 今以華城一府, 推之七道兩都, 又可知矣。 今玆施惠, 只及於華城一府, 而不及於八道兩都, 只行於今年一年, 而不行於千年萬年, 是豈曰推之云乎? 整理所之設, 古豈有哉? 誠欲祛煩而省弊, 錙銖不藉於經用, 上焉而內廚供給, 中焉而從班盤纏, 下焉而軍馬輿徒之糗糧芻豆, 皆令整理辦出, 此所以十萬緡錢之另行拮据者也。 以若數爻, 較若策應, 猶慮夫不足, 而鑾輿將旋, 水衡有贏。 與其歸之大農, 爲數月之用, 曷若覃施諸路? 稱此數作爲穀物, 名之曰乙卯整理穀, 分置三百州縣, 計年取剩, 衍而至幾萬萬包, 俾邦內黎庶, 咸被慈覆, 藏之無盡, 傳之悠久。 又以是穀, 耕之種之, 收之獲之, 以公以私, 如京如坻, 則推之義, 大矣哉! 愛親莫尙於順志, 順志莫尙於廣恩。 咨爾有司之臣, 知予至意, 明聽恪遵。"


  • 【태백산사고본】 42책 42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58면
  • 【분류】
    왕실(王室) / 윤리(倫理) / 인사(人事)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