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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41권, 정조 18년 12월 8일 신유 1번째기사 1794년 청 건륭(乾隆) 59년

봉조하 김종수를 불러 보다. 김종수의 귀양, 존호 등에 관해 논의하다

봉조하 김종수를 소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바다 밖으로 유배가게 되었던 것은 스스로 취한 화라 하겠으니 내가 보낸 것이 아니라 나라 사람들이 보낸 것이다. 결국에는 돌아오게 한 뒤에 즉시 치사(致仕)하겠다는 청을 허락한 것은 경의 본심이 소탈하고 딴 뜻이 없음을 알고 있기에 반드시 종시(終始)토록 보존해주고자 하는 지극한 뜻에서 한 것이다. 또 생각건대 경은 여러 차례 풍상을 겪었고 나이도 늙었으니, 진실로 하루아침에 풍토병이 많은 남쪽 변방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게 될까 걱정스러웠는데 이제 정력이 쇠하지 않은 것을 보니 매우 기쁘다. 경이 유배가던 날에 지은 시 가운데에 ‘신을 아는 이는 신을 죄줄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하니, 종수가 아뢰기를,

"신이 귀양갈 적에 정말 이러한 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6월 1일에 사면해 주시는 전교에 ‘그를 알기에 그를 죄주는 것이다.’는 하교가 있었으니, 이 일은 참으로 우연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항상 말하기를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하여 죽고자 한다.’고들 합니다. 대등한 신분 이하에 대해서도 한 번 죽음으로써 자기를 알아주는 것과 바꾸고자 하나 오히려 얻을 수 없거늘 하물며 군신간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신이 우연히 읊조린 것이 마치 신령이 서로 감응해서 그렇게 된 것처럼 되었으니 이는 비록 야사(野史)에 쓰더라도 반드시 기이한 일로 전해질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어제 수의했던 일을 경은 이미 들었는가? 작년에 인정(人情)에 따라 예문을 제정하겠다는 하교를 경은 반드시 기억하고 있을텐데, 나의 주장은 본래부터 이러하였다."

하니, 종수가 아뢰기를,

"존호는 바로 후세의 신하들이 임금의 덕을 유양하는 일이기에 삼대 이전에는 비록 ·과 같은 성인으로서도 존호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신은 ·의 일이 아니면 아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일찍이 이 일을 의논했던 것이 한두 차례뿐만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조정의 가례(家禮)에 있어서는 열성조께서 이미 행하였던 전례인데, 성상의 분부에서는 매양 고집하는 것만을 가지고 말씀하시니 이것은 아랫사람들이 감히 들을 것이 아닙니다. 신의 소견은 전부터 이러하였습니다. 경모궁에 존호를 올릴 때에 옥책(玉冊)을 쓰는 것이 예의에 합당한 듯한데, 이번에는 또한 죽책 제술관(竹冊製述官)을 차출하라고 하셨으니 옥책과 죽책의 분별이 어느 시대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의제(儀制)의 본의에 대해서는 신도 미처 상세하게 고찰하지 못했는데, 마침 어리석은 의견이 있었으므로 감히 진달드립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1책 41권 54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30면
  • 【분류】
    왕실(王室)

    ○辛酉/召見奉朝賀金鍾秀。 上曰: "海外之行, 可謂滄浪自取, 而非予送之也, 國人送之也。 畢竟賜環之後, 卽許懸車之請者, 知卿本心踈率無他, 必欲全保終始之至意。 又念, 卿屢經風霜, 年且老矣。 誠恐一朝無幸於南荒瘴癘之地, 今見精力不衰, 深爲之喜也。 聞卿於行遣之日, 有知臣罪臣之句云, 然否?" 鍾秀曰: "臣於赴謫時, 果有此詩, 而六月初一日蒙赦傳敎中, 有知彼罪彼之敎, 此事誠不偶然。 人有恒言: ‘欲爲知己者死。’ 於敵以下, 欲以一死易知己, 而猶不可得, 況於君臣之間乎? 臣之偶然吟詠, 若有靈應相感者然, 此雖書之於野史, 必當傳之爲異事矣。" 上曰: "昨日收議之擧, 卿已聞之否? 昨年緣情制禮之敎, 卿必記有, 予之所執, 自來如此矣。" 鍾秀曰: "尊號乃後世人臣揄揚君德之事, 三代以前, 雖以之聖, 未嘗有受號。 臣則以非, 不陳之意, 曾論此事, 不啻縷縷, 而至於我朝家禮, 則是列聖已行之禮, 已聖敎每以所執爲言, 此則非自下所敢聞者, 臣之所見, 自前如此矣。 閟宮上號時, 用玉冊, 似合禮義, 而今番亦以竹冊製述官差出云, 玉竹冊之分別, 未知創於何時, 且儀制本意, 臣亦未及詳考, 而適有愚見, 故敢達矣。"


    • 【태백산사고본】 41책 41권 54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30면
    • 【분류】
      왕실(王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