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대를 하다. 조운선·제복 등에 관해 논의하다
차대를 하였다. 호조 판서 심이지가 아뢰기를,
"금년의 조세는 전에 비해서 크게 줄었으니 내년 봄 조운할 즈음에는 반드시 머물려둔 채 묶어놓는 빈 배가 많을 것입니다. 근래 조운선에 싣는 짐은 반드시 천 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잡비까지 합치면 1천 3, 4백 석이 됩니다. 수천 리나 되는 바닷길을 다니는 데 싣는 짐이 이처럼 너무 많으므로 신은 이것을 항상 염려해 왔습니다. 더구나 흉년을 당하였으니 무엇보다도 그 배에 싣는 짐을 줄여서 배가 가기에 편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곡을 운반하는데 1천 포(包)의 정식에 구애하지 말고, 그 전체 석수가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서 각 배에 고르게 분배하여 배가 가벼워 운행하기 쉽게 하는 것이 만전을 기하는 방도인 듯하니, 삼도의 도신에게 분부하소서."
하니, 따랐다. 이지가 또 아뢰기를,
"제복(祭服)의 관은 조복(朝服)의 관을 통용할 것으로 연석에서 분부를 받들었습니다만, 한 번 법식으로 정하는 일이 없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조회와 제사 때의 관을 《오례의》와 《대전》에서 상고해 보면 본래 다른 제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비록 하찮은 관직의 서료들이라도 제사에 차임되면 모두 검은 옻칠을 하고 금실로 수놓아 만든 관을 착용하니, 이 또한 사치의 한 가지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처분은 실로 사치를 금하고 억제하기 위한 방도입니다.
다만 생각건대, 4품 이하는 원래 조복을 입는 일이 없으니, 지금 만약 5품 이하의 관원에게도 조복의 관을 통용하도록 한다면 장애가 되는 문제가 있을 듯합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4품 이상은 조복의 관으로 통용하게 하고 4품 이하는 제복의 것을 가져다 쓰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였다. 상이 대신들에게 물어보니, 좌의정 김이소가 아뢰기를,
"제복과 조복의 관이 이미 두 가지 제도가 아니라면, 조복을 입는 사람은 조복의 관을 통용하고 그 나머지는 제복의 것을 병용하도록 하되, 검은 옻칠을 하고 금실로 수놓는 등 별도로 만든 것을 다시는 착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장애되는 폐단이 없을 듯합니다."
하고, 우의정 이병모는 아뢰기를,
"만약 4품 이상과 5품 이하로 한계를 만든다면 곧 그 관의 제도를 달리한다는 혐의를 받게 되어 옻칠한 관을 금하려는 성상의 의도에 어긋나는 점이 있을 듯합니다. 단지 조복을 착용하는 자만 그대로 금관을 쓰는 것으로 법식을 삼는다면 비록 호조 판서가 아뢴 것과 별로 다름이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그 품계에 한정지어서 제도를 달리하지 않는다는 뜻은 드러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조복을 입을 때가 아니라면 금관을 쓰거나 혹은 각사에 있는 것을 통용해서 쓰되 이른바 옻칠하고 금실로 수놓은 것은 일절 엄금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이른바 제복의 관으로, 검은 옻칠을 하고 금실로 수놓은 요즘 모양의 관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면 저절로 착용하지 않을 것이니, 평안도 감영에 엄하게 신칙하여 다시는 만들지 말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1책 41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520면
- 【분류】왕실(王室) / 재정(財政) / 교통(交通) / 의생활(衣生活)
○次對。 戶曹判書沈頣之啓言: "今年收租, 視前大縮, 明春轉漕之際, 必多空船之留繫者, 而近來漕船裝載, 必準千石之故, 竝雜費恰爲一千三四百石。 幾千里駕海裝載之若是過多, 臣常病之, 況當災荒之年, 恐莫如減其裝載, 便於行船。 稅穀裝運, 勿拘千包定式, 從其石數幾何, 均排於各船, 使之舟輕易行, 似爲萬全之道, 分付於三南道臣。" 從之。 頣之又啓言: "祭服冠以朝服冠通用事, 伏承筵敎, 而不可無一番定式。 朝、祭冠, 考之《五禮儀》及《大典》, 本無二制, 而近來雖微官庶僚, 差祭則皆着黑漆縷金之制, 此亦奢靡之一端。 今者處分, 實爲禁抑之道, 而第念, 四品以下, 元無着朝服之事, 今若通用於五品以下, 則恐有窒礙之患。 臣意則四品以上以朝服件通用, 四品以下以祭服件取用, 似好矣。" 上詢大臣, 左議政金履素曰: "祭服、朝服冠, 旣無二制, 則着朝服之人, 以朝服冠通用, 其餘竝用祭服件, 毋得更着黑漆縷金等別造, 似無窒礙之弊矣。" 右議政李秉模曰: "若以四品以上五品以下, 作爲界限, 則便有異其冠制之嫌, 恐有違於禁漆冠之聖意。 但以着朝服者, 仍着金冠爲式, 則雖似與戶判所奏, 別無異同。 其不爲限品異制之義, 則可以昭著, 而若非着朝服之時, 則金冠或各司所在件, 通融着之, 所謂漆冠縷金者, 一切嚴禁似好矣。" 敎曰: "所謂祭服冠, 近樣之黑漆縷金者, 勿造則自當不着, 嚴飭箕營, 更勿造成。"
- 【태백산사고본】 41책 41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5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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