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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41권, 정조 18년 11월 3일 정해 1번째기사 1794년 청 건륭(乾隆) 59년

영남 위유사 이익운을 불러 보다. 위유시의 주의 사항을 일러주다

영남 위유사 이익운을 소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내가 밤낮으로 근심하는 것은 남녘 백성들에게 있으니 조금이라도 그 목마름을 적셔주고 그 급함을 구해줄 방법을 생각하면서 나의 마음을 담은 이 몇 줄의 글을 승지에게 주어 보내는 것이다. 승지는 일찍이 이 지역을 맡은 적이 있었으니 백성들의 사정의 완급과 편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별히 신중한 마음가짐으로 여러 고을들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마을마다 위유하여 가난한 백성들로 하여금 내가 신신당부하는 지극한 뜻을 알게 하라."

하고, 봉서를 내려주며 이르기를,

"이번의 위유하는 거조는 전적으로 민간의 형편을 듣고 겸하여 민간의 고통을 살피고자 하는 뜻에서 나온 것이니, 크고 작은 공부(貢賦)를 아울러 견감하고 면제해주어서 굶주린 무리들로 하여금 믿고 두려워하지 않게끔 하라. 혹시 한 명이라도 굶어 죽어 구렁에서 뒹구는 이가 생긴다면 무슨 면목으로 돌아와 나를 대할 수 있겠는가. 그대는 정성과 힘을 다해서 혹시라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행해야 할 일의 조목은 아래에 열거한다.

1. 고을의 등급이 비록 지차(之次)에 속해 있더라도 그중 피해가 우심(尤甚)한 민호는 반드시 조석으로 굶주림에 신음하는 것이 피해가 우심(尤甚)한 고을의 조금 나은 호보다도 더할 것이다. 그러나 조정의 처분은 마땅히 도백이 장계에서 나눈 등급에 따라 시행해야 하니, 이번의 위유하는 거조가 지차(之次)의 여러 고을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네가 이미 명을 받고 도에 있으면 저 지차 읍의 피해가 우심하여 살아가기 어려운 자들이 바삐 오가는 수레를 보면서 자기들만 은택을 받지 못하여 억울하다는 탄식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무리들에게 비록 일일이 두루 미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어찌 차마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네가 대구(大邱) 순영 지방에 도착하거든 감사와 이 일이 과연 봉서 내의 사연과 같은지를 직접 의논하고, 지차 읍의 우심한 민호 중에서도 극도로 다급한 자들을 정밀하게 뽑아내어 환자곡과 베를 분수(分數)에 구애하지 말고 적당히 헤아려 주선해서 기한을 물려주도록 하라. 이는 특은 중에서도 특은에 관계되는 것이니 거행한 후에 그 상황을 도백으로 하여금 장계로 보고하게 하라.

1. 너의 행차가 비록 암행 어사의 경우와는 다르나 그 대략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니, 잘잘못이 현저한 경우에 이르러서야 어찌 모르겠는가. 그중 가장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령은 즉시 장계로 보고하여 논죄함으로써 다른 수령들을 징계하고 권면시킬 바탕으로 삼으라. 예컨대 탐오한 관리로 소문이 파다한 자가 있거든 네가 직접 가서 사실을 조사하여 장계로 보고하라.

1. 우심한 읍의 진상물은 일체 정지하거나 감해주고, 해안 고을의 어호(漁戶)를 전처럼 가렴주구하는 자는 네가 적발해내어 엄히 다스리고 당해 수령은 계문하여 감죄하라.

1. 이번에 견감해주는 대상은 군보(軍保)·장보(匠保)·역보(驛保)·진보(鎭保)·목세(牧稅)·노비 신공이다. 백성들에게서 나오는 조항은 각각 다른데, 은택이 고루 미치게 하려면 오직 곳곳마다 자세히 살피는 데 달려 있다. 그러니 너는 모쪼록 각별히 진념하도록 하라. 【승번전(僧番錢)의 규식을 정해 대신 지급하기로 한 것은 특별한 은혜이다. 우심한 고을 중의 잔약한 사찰로서 공물을 견감해주어야만 할 곳은 분수(分數)만큼 기한을 물려주고 사유를 갖추어 장계로 보고하라.】

1. 제단과 터를 소제하는 등의 일처럼 각읍의 사전(祀典)과 관련된 사항도 두루 살펴야 한다.

1. 해결되지 않은 억울한 옥사는 탐문하여 계문하고 작은 일은 스스로 처결하도록 하라.

1. 군정을 백징(白徵)하는 것을 자세히 살피라.

1. 도적을 그치게 하는 것에 대해 늑장을 부리거나 소홀히 하는 곳은 듣고 보는 대로 엄히 다스리도록 하되 영장 이하는 잡아다가 곤장을 쳐서 징벌한 뒤에 보고하고, 사리(事理)가 중한 경우에는 병사까지 아울러 장문하여 논핵해서 파직하도록 하라.

1. 요판(料販)에 대해 새로이 금법을 설치하였으니 법을 범하는 자를 각별히 살피도록 하라.

1. 산전(山田)과 화전(火田)에 대해 실지 판정없이 함부로 조세를 걷는 것과 밭두둑 사이의 터를 경작하는 것까지 강제로 조세를 징수하는 자를 또한 엄하게 살피라.

1. 문관과 음관 수령 중에 금법을 범하면서 교(轎)를 타고 다니는 폐단이 근래에는 과연 어떠한지 또한 탐문하여 살피도록 하라.

1. 버려진 애들과 길거리에서 걸식하는 애들을 거두어서 먹여줄 방도에 대해서 각별히 엄하게 신칙하라.

1. 비록 위유해야 할 고을들이 아니더라도 지나는 지방은 지차 읍과 좀 나은 읍을 막론하고 위유한 읍의 예에 따라 하라. 길에 있을 때는 백성들의 고통을 물어보고 마을에 있을 때는 민간의 폐단을 자세히 물어서 작은 일은 스스로 결정하고 큰 일은 조정에 돌아온 뒤에 아뢰어 보고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1책 41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19면
  • 【분류】
    왕실(王室) / 재정(財政) / 구휼(救恤) / 풍속(風俗) / 사법(司法) / 군사(軍事) / 농업(農業)

○丁亥/召見嶺南慰諭使李益運。 上曰: "予之宵旰一念, 在於南民。 思所以一分霑其渴, 而捄其急, 玆以數行敷心之文, 付之承宣。 承宣曾莅玆土, 必諳民情之緩急便否, 另加惕念, 周行列邑, 面面慰諭, 使蔀屋窮民, 知予申申之至意。" 仍下封書曰:

今番慰諭之擧, 專出於欲聞民勢, 兼察民隱, 而小大貢賦, 竝行蠲除, 使顑頷之類, 恃而無恐也。 如或有一民之塡壑, 何顔歸對前席? 爾其竭誠殫力, 無或泛忽, 合行事宜, 條列于左。 一, 分等雖列於之次, 其中尤甚之民, 必有朝夕殿屎之甚於尤甚邑稍實戶者。 然朝家處分, 當從道狀分等施行, 今番慰諭之擧, 不及之次諸邑者此也。 爾旣銜命在道, 彼之次邑民之尤甚難保者, 見征軺之騑騑, 能無向隅抑鬱之歎乎? 此等之類, 雖不可一一遍及, 亦豈忍恝視? 爾於到大丘巡營地方, 與道伯面議, 此事果如封書內辭緣, 之次邑尤甚戶之十分遑急者精抄, 還與布勿拘分數, 量宜闊狹停退, 而係是特恩之特恩也, 擧行後, 以其形止, 令道伯狀聞。 一, 爾行雖異於潛蹤, 亦當有領略, 其大槪至於著現之能否, 亦豈不知? 其中最不堪任之守令, 卽爲狀聞論罪, 以爲懲勸他倅之地。 如有貪吏之傳聞狼藉者, 爾其躬往, 査實狀聞。 一, 尤甚邑進上, 一倂停減, 沿邑漁戶之如前誅求者, 爾其摘發嚴治, 當該守令, 啓聞勘罪。 一, 今番蠲恤, 軍保也, 匠保也, 驛保也, 鎭保也, 牧稅也, 奴貢也。 出於民之條件各異, 欲使恩澤遍及, 惟在隨處詳察, 爾須另加着念。 【僧番錢定式給代, 別是異恩, 而尤甚邑中, 殘寺之不可不蠲貢處, 分數停退, 具由狀聞。】 一, 各邑祀典所關, 如掃除壇壝等事, 亦當遍察。 一, 冤獄之未決者, 訪探啓聞, 小者自斷勘決。 一, 軍丁之白徵者致(祭)〔察〕 。 一, 戢盜之稽忽處, 隨聞見嚴治, 營將以下拿入決棍, 懲勵後狀聞。 事理重則竝與兵使, 狀聞論罷。 一, 料販新有設禁, 犯科者各別致察。 一, 山、火田以比摠濫稅之弊及溝塍間隙地之鋤耕, 挾起而勒徵者, 亦爲嚴禁。 一, 文蔭倅犯禁乘轎之弊, 近果如何, 亦宜探察。 一, 遺棄兒、行乞兒收拾飼餉之方, 各別嚴飭。 一, 雖非慰諭諸邑, 所過地方, 無論之次稍實, 依慰諭邑例。 在途時詳詢民瘼, 在邑時細問民弊, 小者自決, 大者還朝後陳聞。


  • 【태백산사고본】 41책 41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19면
  • 【분류】
    왕실(王室) / 재정(財政) / 구휼(救恤) / 풍속(風俗) / 사법(司法) / 군사(軍事) / 농업(農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