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비가 모든 신하들에게 언문 전교를 내리다
왕대비가 모든 신하들에게 언문 전교를 내렸다.
"내가 세상에 살아있는 것은 국가를 위하여 조금이나마 도와서 보호하는 보탬이 되려고 해서이다. 그러나 연전에 역적 인에 대한 형률을 적용하는 일로 여러 차례 말하였건만 조정이 비단 머리가 부서지도록 강력히 간쟁하지 못했을 뿐아니라 또 나의 성의가 주상을 감동시키지 못하여 저번에 강교(江郊)에서의 당황스러운 사태까지 있었다. 그러므로 그 뒤로부터 나는 스스로 잠자는 것과 음식에 대한 일을 낮추고 박하게 하여 나의 뜻을 보여서 주상을 감동시키려고 하였다. 그동안 다행히 그 일을 다시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에 위안이 되어 거의 죽은 뒤에 선대왕의 얼굴을 뵈올 수가 있게 되었었다.
지난 겨울부터는 상의 마음이 달라진 점이 있는 듯하므로 내가 죽기를 각오하고 만류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요즘에 또 석방하려는 기미가 있기 때문에 내시를 보내어 길을 막고 못가게 하면서 내전(內殿)에서 몸소 주상에게 만류하였다. 그런데 오늘 들으니 가마와 종자를 모두 갖추어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사태가 매우 급하게 되었는데도 누설하지 못하도록 엄금하였기 때문에 내시와 궁속들이 감히 와서 고하지 못하였다. 내가 비록 짐작으로 그런 기미를 알기는 하였지만 마음과 뼈마디가 모두 떨렸다. 대신 이하 백관들은 몇백 년간 세록(世祿)의 신하로서 나라를 위하여 역적을 성토하는 일에 대수롭지 않게 대처하고 있다. 만일 오늘 날의 의심나고 염려스러운 나의 마음과 같다면 내 어찌 세상에 살아있을 생각이 있을 것이며 경들 또한 무슨 마음으로 임금을 섬기겠는가. 눈앞에 닥친 일을 가지고 만류하느라 나의 병이 더 심하여졌다가 이제 겨우 정신을 차렸기에 경들에게 알도록 말하는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39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461면
- 【분류】왕실(王室)
○王大妃下諺敎于諸臣曰:
予之在世, 卽爲國家, 欲有一分扶護之益, 而年前以逆䄄用律, 屢次言諭, 則朝廷不但不爲碎首力爭, 且予誠意不能孚感於主上, 至有向來江郊罔措之擧。 故自其後, 予躬自貶薄寢膳之節, 以示予意, 欲主上之感動。 其間幸不復擧論, 故小慰於心, 庶有歸拜先大王之顔。 自昨冬, 上心似或有異, 故予爭之以死生矣。 意外近日又有欲釋之幾微, 故遣中官, 遮路禁遏, 自內以身爭之於主上矣。 今日聞轎子騶從, 盡爲備送, 事機甚急, 而以嚴禁言洩之故, 中官宮屬之輩, 莫敢來告。 予雖斟酌知幾, 而心骨俱顫。 大臣以下百僚, 以幾百年世祿之臣, 泛於爲國討逆, 若如予今日疑慮之心, 則予豈有生世之念? 雖卿等, 以何心北面乎? 以目下事爭之, 予病添劇, 僅爲收拾, 使卿等知之。
- 【태백산사고본】 39책 39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46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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