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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38권, 정조 17년 12월 24일 계미 2번째기사 1793년 청 건륭(乾隆) 58년

의금부의 품차에 따라 관리의 장죄를 정하다

이에 앞서 행 사직 정민시가 아뢰기를,

"법전 중에는 본래 장죄(贓罪)를 다스리는 조문이 없습니다. 장리(贓吏)가 있으면 의당 ‘자신이 관리를 책임진 국가의 재물을 도적질한 죄[監守自盜]’에 적용하는 율로 처단해야 하는데 장죄와 도적질은 각각 다릅니다. 도적질은 바로 국가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고 장죄는 백성들의 재물을 긁어들여 착복한 경우인데, 장오(贓汚)의 죄를 범한 경우 40관(貫)에 차지 않은 자가 없습니다. 만일 이 액수가 넘을 경우에는 천만금에 이를지라도 모두 똑같은 조문을 적용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조사하고 검찰하는 직임에 있는 사람이 언제나 적발해내기 어려우며 법을 적용할 적에도 난처함이 많아서 끝내 임시방편에 따라 구차스럽게 처리하고 맙니다. 법이 이미 미덥지 못하므로 사람들이 두려워할 줄을 모르니, 신의 생각에는 법관이 대신에게 가서 의논하여 그 착복한 재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적용할 조문을 가볍고 무겁게 정하는 것이 타당할 듯합니다."

하니, 상이 윤허하였는데, 판중추부사 박종악(朴宗岳), 좌의정 김이소(金履素) 등이 옛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상이 의금부 당상에게 명하여 의견을 갖추어 품처하게 하였다. 이때에 와서 의금부가 아뢰기를,

"두루 법조문을 상고해보니 도적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강도(强盜)·절도(竊盜)·감수자도(監守自盜)·상인도(常人盜)가 있고, 장오에는 여섯 가지가 있는데 절도장(竊盜贓)·감수자도장(監守自盜贓)·상인도장(常人盜贓)·왕법장(枉法贓)·불왕법장(不枉法贓)·좌장치죄장(坐贓致罪贓)이 있습니다. 강도는 곧 떼를 지어 도적질을 하는 불한당을 이르는 것이고, 절도는 곧 남의 재물을 몰래 훔치는 것을 이르는 것이며, 상인도는 곧 상민이 관고의 돈이나 양식을 몰래 훔치는 것을 이르는 것이고, 감수자도는 곧 벼슬아치가 자기가 관리하는 관아의 돈이나 양식을 유용한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탐오한 벼슬아치에 대해서는 《대명률(大明律)》의 감수자도장의 조문을 인용하면서 혹은 이(以) 자를 쓰기도 하고 준(準) 자를 쓰기도 하는데 이는 곧 그 법조문을 적용하는 데에 지나지 않는 것이요 바로 강도나 절도로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盜)와 장(贓)을 굳이 구별지울 필요가 없을 뿐더러 장죄를 다스리는 법조문도 갖추어지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감수자도장의 착복한 액수가 40관 이상일 경우 그 죄가 사형에 이르는 데에 대해서는 혹 착복한 재물은 적은데 법을 무겁게 적용했다는 논란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만일 40관의 착복으로 사형에 처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착복한 액수를 늘린다면, 액수가 80관 이상일 경우 사형에 이르는 왕법장(枉法贓)이 도리어 감수자도장보다 무겁게 될 것이니, 착복한 액수에 따라 그 율명(律名)을 정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다만 신들이 따로 어리석은 견해가 있기에 감히 말미에 이를 진술합니다. 대체로 장오의 종류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가증스러운 것은 환곡(還穀)에서 입본(立本)의 명목으로 추가 징수하는 것이고, 재결(災結)로 면세받은 것을 사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조사하는 현장에서 적발되면 언제나 그의 진술하는 말을 끌어다 조사 문서를 꾸미기 때문에 설사 범죄한 것이 있어도 곧 공금을 유용하여 출납한 것으로 돌려서 법조문을 적용하고 맙니다. 그러므로 법은 시행되는 것이 없고 사람들은 법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시작하여 재결로 면세받은 것을 사취한 것이 1백 결(結) 이상이거나 환곡에서 입본의 명목으로 추가 징수한 것이 1천 섬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유용한 죄에 적용하는 법조문을 쓰지 말고 각별히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탐오를 징계하는 방도에 합당할 듯합니다."

하니,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68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434면
  • 【분류】
    사법(司法)

○先是, 行司直鄭民始啓言: "法典中本無治贓之律, 凡有贓吏, 宜斷以監守自盜之律。 贓與盜各異, 盜者, 卽指竊取公貨之類, 贓者, 料理掊克之類。 冒犯贓汚之類, 未有不滿四十貫者, 若過此數, 則雖至千萬金, 亦皆同律, 故處按廉之任者, 每難於刺擧, 照律之際, 亦多難處, 終不免方便苟簡之歸。 法旣不信, 人不知畏。 臣意則法官就議大臣, 隨其贓之多少, 定其律之輕重, 似爲得宜。" 上允之。 判中樞府事朴宗岳、左議政金履素等, 謂不當變更舊制, 上命義禁府堂上, 具意見稟處。 至是, 義禁府啓言: "遍考律文, 則盜有四, 有强盜、竊盜、監守自盜、常人盜; 贓有六, 有竊盜贓、監守自盜贓、常人盜贓、枉法贓、不枉法贓、坐贓致罪贓。 强盜卽明火作賊之謂, 竊盜卽偸竊人財之謂, 常人盜卽常人偸竊官庫錢糧之謂, 監守自盜卽官吏犯用係官錢糧之謂也。 貪汚官吏, 因《大明律》自盜贓, 或用以字, 或用準字者, 不過照其律文而用之, 非强竊盜之謂也, 則盜與贓, 不必强爲區別, 而治贓之律, 不可謂不備。 然監守自盜贓四十貫以上罪至一律者, 或不無贓小律重之論, 而今若悶其四十貫之至死, 寬其贓數, 則枉法贓八十貫以上罪至一律者, 反重於監守自盜贓, 似不可隨其贓數, 定其律名。 第臣等別有愚見, 敢此尾陳。 大抵贓汚之類, 不一其端, 而最可痛惡者, 還穀立本也, 災結私用也, 而或有現發於按廉之地者, 每引爰辭之粧撰, 雖有所犯, 輒歸之於那移出納而照律。 故法無所施, 人不知畏。 自今爲始, 災結私用百結以上, 還穀立本千石以上之類, 勿用那移之律, 各別嚴勘, 恐合懲貪之道。" 從之。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68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434면
  • 【분류】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