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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38권, 정조 17년 12월 18일 정축 1번째기사 1793년 청 건륭(乾隆) 58년

노비가 상전을 무고하지 못하도록 반좌율을 적용토록 명하다

차대하였다. 이때에 어떤 사람이 품팔이 하는 여종의 남편을 잘못 때렸는데 우연히 죽게 되었다. 이에 그의 형이 고발하자 형조에서 조사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보고하자 상이 특명으로 죄를 주지 말도록 하고 영의정 홍낙성 등에게 이르기를,

"여종의 남편은 제 아내의 상전(上典)에 대하여 명분이 어떠한가. 다만 살인을 하면 자기의 목숨으로 죄를 갚게 되어 있는 것을 가지고 여종의 남편이 악행을 하여 기강을 무시하는 단서로 삼았으나, 그 아내의 상전된 사람은 그저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죄를 다스리고 싶어도 다스리지를 못한 것이다. 양반이 이러한데 중인(中人)이야 무슨 말할 것이 있으며, 중인이 이러한데 시정배들이야 무슨 말할 것이 있겠는가. 계속 이렇게 나가다가는 앞으로 신분과 질서가 날로 문란해질 것이니 참으로 작은 걱정거리가 아니다. 매양 한 번 규정을 정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지금 형조에서 품결한 살인 사건을 가지고 보면 이른바 여종의 남편이 한 짓은 사형에 처하여도 가벼울 지경인데 어떻게 옥사의 성립을 논의할 수 있겠는가. 종이 상전을 능멸하는 조짐을 막으려면 우선 법전(法典)을 수정한 다음에야 노비를 가진 상전이 몹시 한미하고 세력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호령을 할 수가 있고 여종 남편의 악습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중요한 것은 풍속과 교화보다 더 큰 것이 없다. 남편은 아내의 벼리가 되고 상전은 노비의 벼리가 된다. 음란한 여자가 음분(淫奔)할 때에 간통한 사내와 계집을 간통하는 현장에서 모두 죽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으레 모두 옥사가 성립되어 목숨으로 그 죄를 갚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선조(先朝)께서 특별히 풍속과 교화가 날로 나빠져가는 것을 염려하여 보통 남의 여자 치마를 잡아당겼거나 마주앉아 밥을 먹다가 현장에서 본 남편에게 붙잡힐 경우에는 모두 가벼운 법을 따르도록 허락하였다. 그리하여 아내의 상전이 여종의 남편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하게 되고 손을 댔다가 우연히 죽으면 반드시 목숨을 바쳐 그 죄를 갚게 되니 이것이 노비가 상전을 능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리고 못된 사내가 음란한 여자의 치마를 한 번 잡아당겼거나 한 번 마주앉아서 밥을 먹은 것과 비교해 볼 적에 경중과 천심의 정도는 더욱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아내의 상전이 명분을 범한 여종의 남편을 치죄하다가 여종의 남편이 죽게 되었을 경우는 결코 그 사실을 심문하지도 않고 일률적으로 목숨을 바쳐 갚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신과 일찍이 형관을 지낸 여러 신하들은 각각 자신의 소견을 진술하라."

하니, 낙성이 아뢰기를,

"이는 당연히 고의성이 있는지 우연한 실수였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만일 정말로 고의였다면 참으로 법을 굽혀 보아줄 수 없거니와 만일 우연한 실수였다면 살인 사건으로 판결할 수는 없습니다. 매번 이러한 옥사에 대해서는 옥사를 맡은 관원이 의견을 갖추어 재결을 앙청하는 것이 법률을 엄격히 하고 풍속과 교화를 부지하는 방도에 합당할 듯합니다."

하였다. 행 사직 정민시(鄭民始)와 호조 판서 심이지(沈頤之)가 아뢰기를,

"여종의 남편이 그 아내의 상전을 능멸하여 범한 일이 있으면 스스로 태장(笞杖) 몇대로 단죄(斷罪)하기를 허용하고, 혹 우연히 죽게 하였을 경우 만일 허용된 태장의 수만 넘지 않았으면 불문에 부치며, 오직 고의로 죽였을 경우에만 그 사유를 갖추어 보고하여 처분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타당할 듯합니다."

하고, 개성 유수 이병정(李秉鼎)은 아뢰기를,

"신의 생각으로는 법은 본래부터 지극히 엄한 것이지만 폐단을 없애려다가 폐단을 낳게 되는 것도 또한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여항 사람으로서 여종의 남편 중에는 또한 같은 무리가 많을 것입니다. 대저 옥안이 있을 적에 신중하게 심의하여 융통성있게 처결하는 것은 오직 전하의 덕화에 달려 있으니, 꼭 일정한 제도를 만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물어보는 뜻이 어찌 부질없는 것이겠는가. 대체로 등급과 질서를 엄격히 하고 명분을 바루며 겸하여 사람을 살리는 방도로 사람을 죽이는 의리를 붙이려는 뜻에서이다. 지금 비록 융통성있게 처결하더라도 어떻게 꼭 이것을 가지고 폐단이 된다고야 하겠는가. 만일 죄를 다스리는 권한을 빌려준 것으로써 잘못 사람을 죽일 우려가 있다고 한다면 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 노비에 있어서는 상전에게 이미 죽이고 살리는 것을 허용하였으니, 관아에 고하지 않은 법을 적용하여도 태장을 치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때문에 억울하게 죽이는 폐단이 생기게 되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개성 유수가 아뢴 가운데 ‘여항에 사는 사람으로서 여종의 남편과 같은 또래가 많다…….’고 한 말은 더더욱 꼭 그렇지 않다. 앞에서 이른바 여종의 남편이라는 것은 단지 행랑채에 데리고 있으면서 마치 종처럼 마구 부리는 자를 가리켜 한 말이다. 진정 중신의 말과 같다면 사대부의 집에서 남의 비복을 데리고 살다가 비복의 본 주인에게 죽임을 당한 경우에도 의당 목숨으로 갚지 않아야 하겠는가. 이는 중신의 염려가 참으로 지나친 것이다.

이번에 이것을 물어본 것은 이리 재고 저리 재기를 거듭한 나머지 취해진 일이다. 지금부터는 인가에서 데리고 있는 여종의 남편이 아내의 상전에게 악한 말을 함부로 하여 인정과 사리에 아주 패역스러워서 그 아내의 상전이 죄를 다스리다가 우연한 실수로 죽게 하였다면 부관(部官)이 해조에 보고하고 남의 여자 치맛자락을 잡아당겼거나 마주앉아서 밥을 먹은 경우에 적용하는 법에 따라 옥사를 성립시키지 말라. 실정이 아주 패역스럽지 않았고 죄를 다스리다가 우연한 실수로 죽인 것이 아닌 경우에는 옥안을 갖춘 다음 초기(草記)를 올려 품결하라. 그리고 고발하지 않아야 할 일을 고발한 사람은 반좌율(反坐律)을 적용하고, 그밖의 말이 공손하지 못하거나 행사가 명분에 위배된 자는 경중을 가릴 것 없이 나타나는 대로 관아에 고발하여 엄중히 형신을 가하고 귀양을 보내어 인가의 여종 남편들에게 자기 아내의 상전이 자기를 처치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할 일로 경외(京外)에 분부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64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32면
  • 【분류】
    윤리(倫理) / 사법(司法)

○丁丑/次對。 時有人誤敺雇工婢夫, 邂逅致斃。 其兄發告, 刑曹按之無實, 以其事聞。 上特命勿罪, 謂領議政洪樂性等曰: "婢夫之於妻上典, 名分何如? 特以殺有償命, 爲施惡蔑紀之端, 而爲其妻上典者, 未免彌縫爲事, 以至欲治不治。 兩班如此, 中人何論, 中人如此, 市井何論? 如此不已, 則將使等威日紊, 誠非細憂。 每欲一番定式, 而未果矣。 今以刑曹稟決之殺獄觀之, 所謂婢夫所爲, 誅之猶輕, 豈可議到於成獄乎? 欲杜凌犯之漸, 宜先潤色於金石之典, 然後有奴婢之上典, 雖甚殘微無勢力, 可得以行號令, 而婢夫之惡習, 可以除矣。 有國所重, 莫大於風敎。 夫爲妻綱, 上典爲奴婢之綱。 淫女之鶉奔也, 除非幷殺奸夫女於奸所, 則例皆成獄償命, 而先朝特軫風敎之日渝, 諸 凡挽裳、對飯而現捉於本夫之類, 皆許惟輕之典。 妻上典之於婢之夫, 不敢下手, 下手而邂逅死, 則必償命。 此何異於奴婢之犯上典乎? 其視悖漢之與淫女一番挽裳、一番對飯, 其輕重淺深, 尤有間焉。 然則妻上典之治罪犯分之婢夫, 而婢夫致斃者, 決不可勿問事實, 一例償命。 大臣及曾經刑官諸臣, 各陳所見。" 樂性曰: "此當觀用意與邂逅。 如果用意, 則固不可枉法闊狹; 若係邂逅, 則不可斷以殺獄。 每當此等之獄, 掌獄之臣, 具意見仰請稟裁, 恐合於嚴法律、扶風敎之道。" 行司直鄭民始、戶曹判書沈頣之曰: "婢夫之於妻上典, 如有凌犯之事, 則許自斷笞杖幾何, 或値邂逅致命之事, 若在杖數之內, 則勿問, 惟其用意戕殺者, 具由登聞, 以待處分, 恐爲得宜。" 開城留守李秉鼎曰: "臣意則三尺自來至嚴, 祛弊生弊, 亦不無慮。 況閭巷之人, 婢夫之中, 亦多儕流。 凡有獄案, 欽恤闊狹, 惟在上天之造化, 恐不必作爲定制。" 敎曰: "詢問之意, 豈徒然哉? 蓋欲嚴等威、正名分, 兼寓生道殺人之義也。 今雖闊狹, 豈必以此爲弊? 若以假與治罪之權, 爲枉殺之慮云爾, 則此有大不然。 奴婢之於上典, 旣許殺活。 其不告官之律, 不過決杖, 而未聞以此有枉殺之爲弊。 至於留所奏中, 閭巷人婢夫亦多儕流云云, 尤未必爲然。 向所謂婢夫云者, 特指率接廊下, 如奴使喚者之謂也。 誠如重臣之說, 則士夫之家, 蓄人家婢僕, 而見殺於本主者, 亦當不爲償命乎? 此則重臣之慮誠過矣。 今番詢問之擧, 積有酌量而爲者。 自今人家率接之婢夫, 向妻上典肆發惡言, 情理絶悖, 而妻上典治罪, 邂逅致死者, 部官報于該曹, 依挽裳對飯律, 勿爲成獄。 情非絶悖, 治非邂逅, 則獄具後草記稟決。 不當發告而發告者, 定律反坐。 其他言語之不恭、行事之犯分者, 不分輕重, 隨現告官, 嚴刑定配, 俾人家婢夫輩, 知妻上典之有處置之權事, 分付京外。"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64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32면
  • 【분류】
    윤리(倫理)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