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부사직 이문원이 어가 호위시 주립과 철릭의 혁파를 주청하다
행 부사직 이문원(李文源)이 아뢰기를,
"시위의 직책은 어가(御駕)를 호위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주립(朱笠)에 범의 수염과 새깃을 꽂고 철릭[帖裏]에 활을 메고 칼을 차는 것은 몸을 움직이기에 불편할 뿐만 아니라 복장 자체로 논하더라도 의의가 없습니다. 예전 경오년 온천 행차 때 신의 아버지가 병조 판서로서 어가를 수행하면서 군복에 전립(戰笠)을 쓰고 호위하여 왕래했었습니다. 온천에 거둥할 때의 전례를 능원(陵園) 거둥에 그대로 써도 해로울 것이 없고, 능원 거둥 때의 전례를 서울 안에서의 거둥과 전좌(殿座) 때에 그대로 써도 해로울 것이 없습니다. 얼마 전 능에 거둥할 때를 두고 말하자면, 병조 판서는 군복을 입고서 시위에 임하고 별운검(別雲劒)과 도총부·병조 등은 그들 역시 시위이면서 복색이 통일되지 않고 각양각색이었으니, 이를 어떻다고 하겠습니까. 이 뒤로는 교외에 거둥할 때는 시위와 배종(陪從)하는 백관들 모두가 군복을 입고서 어가를 호위하고, 도성 안에서의 거둥과 전좌 때에는 별운검 이하 시위하는 신들만 모두 군복을 착용하도록 하고 주립과 철릭을 입는 제도는 영영 혁파하소서. 그러면 우선 군장(軍裝)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비용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도 될 것입니다. 대신과 장신(將臣) 및 제신들에게 물어 처리하소서."
하여, 상이 제신들에게 이를 물었다. 좌의정 김이소(金履素), 우의정 김희와 우참찬 홍수보(洪秀輔)는 아뢰기를,
"군복이 융복(戎服)에 비하여 간편하기는 하지만 바로 의장(儀章)에 관계되므로 그대로 쓸 것인지 바꿀 것인지를 널리 물어서 처리함이 타당하겠습니다."
하고, 행 사직 정민시(鄭民始)와 연풍군(延豊君) 이곤(李坤)은 아뢰기를,
"군복을 입는 것으로 제도를 정함이 타당하겠습니다."
하였다. 이에 비답하기를,
"온천에 거둥할 때의 복색은 전례가 이미 그러한데 비록 간편할 것 같기는 하지만 주립과 철릭을 한꺼번에 혁파하는 것은 바로 제도를 개혁하는 일에 관계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자세히 헤아려보고 의논하여 그렇게 하여도 폐단이 없겠음을 명확히 안 다음에 결정할 문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11면
- 【분류】군사(軍事)
○行副司直李文源啓言: "侍衛之職, 衛扈御駕, 而朱笠之虎鬚、雀羽, 帖裏之帶弓、佩劍, 非但不便於運用, 論以衣章, 亦無意義。 昔在庚午溫幸時, 先臣以兵判隨駕, 而以軍服戰笠, 陪扈往來。 溫幸之例, 不妨援用於陵園幸行, 陵園幸行之例, 亦不妨援用於京裏動駕及殿座之時。 且以近日陵幸時言之, 兵判着軍服, 侍衛別雲劍及摠府、兵曹, 等是侍衛, 而服色之斑駁, 亦涉如何? 此後則郊外動駕時, 侍衛及陪從百官, 竝以軍服扈駕, 城內動駕及殿座時, 只別雲劍以下侍衛之臣, 皆着軍服, 而朱笠、帖裏之制, 則永爲革罷, 不徒爲戎裝之便捷, 亦爲省費之一道。 請詢大臣及將臣諸臣處之。" 上詢于諸臣。 左議政金履素、右議政金憙、右參贊洪秀輔俱奏: "軍服較戎服簡便, 而係是儀章, 因革當博詢裁處。" 行司直鄭民始、延豐君 李坤俱言: "當以軍服定制。" 批曰: "溫幸時服色, 已例旣如是。 雖似簡便, 羽笠、帖裏之一幷革罷, 係是更張, 政合商量, 明知其行之無弊, 然後可以決處矣。"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11면
- 【분류】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