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사 이윤경의 첩보 내용에 대한 불경을 문제삼다
매년 단오날이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감영(監營)·통제영(統制營)이 부채를 만들어 조정의 관원들에게 두루 선물하는 일이 옛부터 전해오는 전례이다. 이에 앞서 이윤경(李潤慶)이 통제사(統制使)로서 임기가 만료되어 체직당하게 되자 흉년이 들었다고 핑계하면서 연례로 하는 일을 폐지하였다. 상이 연신(筵臣)의 귀띔으로 그 일을 대강 듣고 비변사에 명하여 공문을 보내 물어보게 하였는데, 윤경이 첩보(牒報)를 올려 핑계를 대면서 부정하되, 그 말이 외람되고 거만하였다. 그리하여 연신(筵臣)들이, 중국 법의 불경죄로 그를 처벌할 것을 누차 말하였으나, 상이 그에게 죄를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윤경이 다른 일에 연루되어 파직을 당하고 돌아오게 되자 감히 성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한강 밖에서 처분을 기다렸다. 대사간 유한모(兪漢謨)가 아뢰기를,
"비밀 병부(兵符)는 사체(事體)가 아주 엄중하여 황량한 교외의 객줏집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 됩니다. 승정원을 시켜 거두어들이도록 하소서."
하고, 또 윤경을 벼슬아치 명부에서 삭제할 것을 청하니 그대로 따랐었다. 이때에 이르러 사간 어용겸(魚用謙)이 아뢰기를,
"이윤경의 죄를 어떻게 이루 다 벌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저번에 묘당(廟堂)에서 공문으로 물었던 일은 규례에 없는 지시였는데 공문이 오고 갈 때 제아무리 교만하고 사나운 장수라도 감히 무례한 말을 묘당에 가하지는 못하는 법입니다. 더구나 그 오고 간 공문이 묘당과 서로 관계된 것일 뿐이므로 상의 전교가 있었고 없었고는 제가 감히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애당초 말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아, 그의 무엄한 버릇이 결국 명분을 범하고야 만 것입니다.
이른바 영리(營吏)가 사적으로 통보하였다는 그 일은 무슨 변괴입니까. 감히 더없이 존엄한 ‘연교(筵敎)’ 두 글자를 도리에 어그러진 말을 지껄이면서 멋대로 뇌까렸으니 그 국가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죄가 됨에 이미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게다가 또 끝에 가서는 미욱하다는 등의 말을 방자하게 늘어놓으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그가 비록 윤리도 없는 메떨어진 사내라 하더라도 어찌 임금의 존엄함은 비교해 보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그것도 돌아보지 않고 이렇게까지 외람되고 패려궂게 한단 말입니까. 해부(該府)로 하여금 잡아다가 국문하여 진상을 밝혀내고 빨리 해당되는 법을 적용하도록 하소서. 그리고 대각(臺閣)이 죄를 논하여 아뢰는 일이 그 얼마나 근엄한 일입니까. 아, 저 이윤경이 범한 죄는 그 관계됨이 지극히 중대하니 그 어떠한 죄안(罪案)입니까. 그런데 저번에 그를 논하여 아뢰면서 한 말이 지극히 모호하였고 죄를 성토한다는 것이 도리어 죄를 덮어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비밀 병부를 거두어들이라는 청까지 하였으니 이는 전혀 도리가 없는 짓으로서 비단 느슨하게 논죄(論罪)한 잘못에 그칠 뿐이 아닙니다. 전 대사간 유한모도 벼슬아치 명부에서 삭제해 버리도록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이윤경의 일은 그가 범한 죄를 따지자면 해당 벌을 모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처음에 초기(草記)를 보고 비답도 하지 않은 채 도로 내려보내면서 묘당으로 하여금 다시 공문을 보내지 말도록 신칙하였으니, ‘연교’ 두 글자는 첩보나 장계에서 감히 그 말을 쓸 엄두도 내지 말았어야 했었다. 그리고 감히 하찮은 영리 무리를 내세워 이른바 사적으로 통보하였다는 말로 거리낌없이 말하였고 겸하여 패역스런 말까지 있었으니 그의 죄는 목베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두는 그에게 있어서는 이차적인 죄에 속하는 것들인데 왜 꼭 타이르는 일을 하여 임금과 신하 사이의 명분을 훼손시킬 것인가. 결코 하찮은 일개 무관의 문제로 하여 혹간 닥쳐올 일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 그리하여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면서 그에게 해당한 벌에 대하여 한 번 널리 물어보려던 중이었다. 당분간 처분이 있기를 기다리라. 유한모 문제는 아뢴 대로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06면
- 【분류】인사(人事) / 사법(司法) / 군사(軍事)
○每歲端午, 兩南觀察營、統制營造扇, 遍問于朝紳, 舊例也。 先是, 李潤慶以統制使, 滿瓜當遞, 諉以年荒, 廢却年例。 上因筵臣, 微聞其事, 命備邊司移關問之, 潤慶呈牒防塞, 辭語猥慢。 筵臣屢言其當施漢法不敬之律, 上猶不之罪。 及潤慶坐他事罷歸, 不敢入城闉, 待勘江外。 大司諫兪漢謨啓言: "密符事體嚴重, 不宜久滯於荒郊旅店。 請令承政院收納。" 且請潤慶刊削朝籍, 從之。 至是, 司諫魚用謙啓言: "李潤慶之罪, 可勝誅哉! 向來廟堂行會之事, 係是拔例指揮, 則當其往復之際, 雖有驕將悍帥, 尙不敢以慢言, 加之於廟堂。 況其往復, 不過與廟堂相關, 則筵敎有無, 不但渠之所不敢言, 卽是所不當言, 而噫其無嚴之習, 轉至犯分之境。 所謂營吏私通一事, 此何等變怪也? 乃敢以莫嚴之筵敎二字, 肆然勒說於悖口設辭之際, 其爲眼無國家之罪, 已無餘地, 而末又以迷頑云云等語, 悍然自恣, 不小自畏。 渠雖無倫麤夫, 獨不顧堂陛之尊、天壤之分, 而猥戾悖慢, 乃至此甚乎? 請令該府, 拿鞫得情, 亟施當律。 臺閣論啓, 事體謹嚴。 噫彼李潤慶負犯之關係至重, 是何等罪案, 而向於發啓之際, 遣辭旣極糢糊, 聲罪反致掩翳, 以至密符收納之請, 則其爲全無倫脊, 不但止於失之緩論而已。 請前大司諫兪漢謨, 施以刊削之典。" 批曰: "李潤慶事, 究厥罪犯, 焉逭當施之律? 初見草記, 無批還下, 飭令廟堂, 更勿行會, 則筵敎二字, 牒報與狀啓, 猶不敢萌意下筆, 敢於蟣蝨營屬之所謂私通, 無難語犯, 兼有悖說, 渠罪可謂不容誅。 此皆在渠, 卽屬第二件罪案, 何必索諭, 以壞堂陛乎? 決不可以幺麽一武弁之事, 或忽堅氷之戒。 此所以許久深思, 欲一博詢當施之律者也。 姑待處分。 兪漢謨事, 依啓。"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06면
- 【분류】인사(人事) / 사법(司法)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