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신료들과 춘당대에서 활쏘기를 하다
여러 신료들과 춘당대에서 짝을 지어 활쏘기를 하였다. 이때 각신(閣臣) 서용보(徐龍輔)와 김조순(金祖淳)이 중국에 가게 되어 내일이 중국 황제에게 보낼 표문을 다시 살펴보고 봉해야 할 날이었는데 상이 현임 원임 각신들을 모두 춘당대로 불러놓고 이르기를,
"오늘 두 사신을 전송하기 위해 조그마한 술자리를 준비하였으니 경들도 일제히 모여 함께 활쏘는 구경을 하며 즐겁게 보내도록 하라."
하고, 그 자리에 나온 각신 오재순(吳載純)·서유방(徐有防)·이병모(李秉模)·박우원(朴祐源)·서정수(徐鼎修)·서용보(徐龍輔)·윤행임(尹行任)·서영보(徐榮輔)·김조순과 승지 홍의영(洪義榮)·김효건(金孝建), 주서 서유문(徐有聞)에게 짝을 나누도록 명하였다. 서유린(徐有隣)은 장용영 제조로서, 김문순(金文淳)은 주교 당상(舟橋堂上)으로서 참가하였고 유방·행임·영보·조순은 왼쪽 자리에, 문순·병모·의영·유문은 오른쪽 자리에 있었으며 재순 등은 활을 못 쏘아 활쏘는 것을 감시했다. 상이 과녁을 쏘아 10순(巡)에 41발을 맞히자 병모가 아뢰기를,
"옛날에는 제왕이 훌륭한 일이 있으면 전상(殿上)에서 곧 만세를 불렀습니다. 오늘 전하가 활쏘기를 하여 많은 수를 맞혔는데 이는 역사에 드문 일입니다. 만일 옛사람이 이런 일을 당했어도 틀림없이 만세를 불렀을 것입니다."
하였고, 문순은 말하기를,
"신이 활쏘는 기예를 조금 아는데 전하께서 쏘시는 것을 보니 그것은 거의 천부적인 것이지 사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이 감히 고풍(古風)을 아뢰겠습니다."
하니, 【아랫사람이 웃 사람에게 선물을 받고서 그 기쁜 마음을 표시할 것을 청하는 것을 고풍이라 한다.】 상이 그를 승락하고 채필(彩筆)과 화묵(畵墨)을 자리에 있는 여러 신료들에게 내려주었다. 재순과 유방 등이 아뢰기를,
"신들이 외람되게 모시고 활을 쏘았고 또 많은 선물까지 내려주시니 오늘의 이 훌륭한 만남은 지난 역사를 다 더듬어봐도 유례가 없을 것입니다. 신이 오늘 모시고 활쏜 여러 신료들과 함께 연명으로 전(箋)을 올려 전하의 만수 무강을 빌고 이어 하해 같은 은혜에 사례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들이 비록 그렇더라도 나는 그렇게 크게 벌리고 싶지 않다."
하여, 여러 신료가 또다시 청하자 비로소 허락하였다. 그리하여 음식을 차려 올리고 음악을 울려 권주하였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용보와 조순에게 이르기를,
"경들이 멀리 떠나야 하니 어찌 연연(戀戀)한 마음이 없겠는가. 사내 자식을 낳았을 때 뽕나무 활과 쑥대 화살로 천지 사방에 쏘는 것은 사방에 뜻을 두라고 해서인 것이다. 임금을 가까이서 모시는 자는 남들이 우러러 보는 것이며 남의 나라에 사신 가는 일 또한 책임이 막중하니 각기 노력하도록 하라."
하여, 용보 등이 일어나 사은하고 한껏 즐기다가 저물어서야 파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50면
- 【분류】왕실(王室) / 군사(軍事) / 외교(外交)
○乙酉/與諸臣耦射于春塘臺。 時, 閣臣徐龍輔、金祖淳赴燕, 而明日當拜表。 上悉召時原任閣臣, 至春塘臺謂曰: "今日爲餞兩使臣有小酌, 卿等且齊會, 欲與觀射, 以永是日。" 命分耦在筵閣臣吳載純、徐有防、李秉模、朴祐源、徐鼎修、徐龍輔、尹行任、徐榮輔、金祖淳, 承旨洪義榮、金孝建, 注書徐有聞, 而徐有隣以壯勇營提調, 金文淳以舟橋堂上與焉。 有防、行任、榮輔、祖淳居左, 文淳、秉模、義榮、有聞居右, 載純等不能射監射。 上射的十巡, 獲四十一矢, 秉模曰: "前古帝王有盛擧, 殿上輒呼萬歲。 今日御射之多獲, 事曠簡榮。 若使古人當之, 必有呼嵩之擧。" 文淳曰: "臣粗解射技, 而伏覩御射, 殆所謂天授非人力, 臣敢奏古風。" 【凡下之人, 請被錫賚於在上, 以識其喜幸之心者, 謂之古風。】 上曰諾, 仍下彩筆畫墨于在筵諸臣。 載純、有防等曰: "臣等猥忝陪射, 又蒙便蕃之錫, 今日遭遇之盛, 歷數往牒, 未有倫比。 臣當與今日陪射諸臣, 聯名上箋, 以獻崗陵之祝, 以謝河海之恩。" 上曰: "卿等雖如此, 予不欲張大也。" 諸臣又請, 始許之。 遂進饌, 絲管以侑之, 酒數行, 謂龍輔、祖淳曰: "卿輩遠出, 安得無戀戀? 男子之有弧矢, 以其有四方之事也。 近密人所觀瞻, 專對責亦殷重, 其各努力也。" 龍輔等起謝極驩, 至暮而罷。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5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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