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을 참배하다
광릉(光陵)에 전배(展拜)하였다. 아침에 양주목을 출발해서 축석령(祝石嶺)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앉아서 쉬었다. 이때 새벽비가 살짝 지나가고 아침 햇살이 깨끗하였는데, 사방의 산들이 수려함을 다투는 듯 영롱히 빛났다. 상이 승지 서영보에게 이르기를,
"이 축석령은 백두산(白頭山)의 정간룡(正幹龍)이요, 한양(漢陽)으로 들어서는 골짜기이다. 산의 기세가 여기에서 한 번 크게 머물렀다가 다시 일어나 도봉산(道峰山)이 되고 또 골짜기를 지나 다시 일어나 삼각산(三角山)이 되는데, 그 기복(起伏)이 봉황이 날아오르는 듯하고 용이 뛰어오르는 듯하여 온 정신이 모두 왕성(王城) 한 지역에 모여 있다. 산천은 사람의 외모와도 같은 것이어서 외모가 좋은 산천은 기색(氣色) 또한 좋다. 어제 오늘 지나온 산천은 모두가 좋은 기색이거니와 더구나 아침에 비가 개인 모습은 더욱 명랑하고 수려함을 깨닫게 한다. 예전 병진년 행행 때에도 마치 이번처럼 아침에 비가 내리다 금방 개였는데 이 또한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였다. 능에 이르러 작헌례(酌獻禮)를 행한 다음 홍살문 밖으로 걸어 나와 좌의정 채제공에게 이르기를,
"본릉(本陵)의 형국(形局)은 옛부터 매우 좋다고 칭해 왔었는데 문서로만 보다가 이번에 와서야 그 진면목을 보게 되었다. 누원 동쪽으로 무수한 산봉우리들이 차례차례 겹겹이 나타나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는데 웅장하고 깨끗한 기색을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비로소 눈으로 보는 것이 귀로 듣는 것보다 크게 나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하였다. 대가가 동구(洞口)에 이르러 선전관에게 명하여 봉선사(奉先寺)의 중을 위로하고 무휼하게 하였는데, 봉선사는 광묘(光廟)의 원당(願堂)이다. 포천 경계에 이르렀을 때 현감 오태첨(吳泰詹)이 부로(父老)들을 이끌고 공경히 맞이하니 상이 대가를 멈추고 위로하였다. 축석령으로 되돌아왔을 때 구경 나온 백성들이 산과 들을 가득 메웠다. 상이 백성의 고통에 대해 두루 묻자, 백성들이 ‘한 집에서 받는 조곡(糶穀)이 10여 석에 이르기도 하는데 모두 군포(軍布)로 바치고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감사와 수령이 있으니 조정에서는 그들을 신칙하여 너희들이 해롭고 지치는 일이 없게 하고 금년의 적모(糴耗)는 특별히 감면시켜 줄 것이다. 칙수(勅需)나 군향(軍餉)에 소용되는 곡식은 아무리 흉년이 든 해라 할지라도 원래 견감시켜 주는 규례가 없으나 이 또한 규례에 매이지 않고 모두 제거해 주도록 하겠다. 조관(朝官)과 사서인(士庶人) 중에서 70세 이상 된 자들은 자급을 올려 주고 유생(儒生)과 무사(武士)는 과장(科場)을 베풀어 선발할 것이다. 그리하여 위로는 선조(先朝)의 융성한 덕을 몸받고 아래로는 백성의 소원을 위로해 줄 것이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이 뜻을 알도록 하라."
하였다. 양주에 이르러서도 고을의 부로들을 불러 포천에서와 같이 면유(面諭)하고 저녁에는 양주목에서 묵었다.
- 【태백산사고본】 35책 35권 58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333면
- 【분류】왕실(王室) / 구휼(救恤) / 군사(軍事) / 재정(財政) / 인사(人事) / 윤리(倫理)
○丁未/展拜光陵。 朝駕發楊州牧, 至祝石嶺, 下馬而坐。 時, 曉雨微過, 朝旭晴鮮, 四山競秀, 蔥瓏暎發。 上謂承旨徐榮輔曰: "此嶺, 卽白頭正幹龍, 漢陽都過峽。 山氣於此, 一番大渟滀, 而復起爲道峰, 又過峽而復起爲三角, 起起伏伏, 鳳翥龍騰, 一段精神, 都湊於王城一區。 山川, 如人相貌。 相貌好者, 氣色亦好。 昨今所經山川, 莫非好氣色, 而況當朝霽, 尤覺明秀。 在昔丙辰幸行時, 朝雨旋霽, 亦如今番, 是亦不偶矣。" 進至陵, 行酌獻禮, 步出紅箭門外, 謂左議政蔡濟恭曰: "本陵形局, 自古稱極吉, 而只從文書上見之, 今行始見眞面目。 自樓院以東, 無數峰巒, 迭見疊出, 湊瀉於此, 雄渾淸淑, 不可形言。 始覺目見, 大勝耳聞也。" 駕至洞口, 命宣傳官, 勞恤奉先寺僧。 寺卽光廟願堂也。 至抱川境, 縣監吳泰詹率父老祗迎, 上駐駕慰勞。 還至祝石嶺, 民人之觀光者, 殆遍山野。 上遍問疾苦, 民人對以一戶受糶, 或至十餘石, 人人盡納軍布。 上曰: "有監司、守令在焉, 朝家當申飭, 使爾等得免捐瘠, 而今年糴耗, 特令蠲減。 如勑需、軍餉等穀, 雖在荒歲, 元無蠲除之規, 此亦不拘常格, 一例除之。 朝官、士庶耆耋者陞資, 儒生、武士設科試取。 上以體先朝盛德, 下以慰小民顒望, 爾等須知此意也。" 至楊州, 召邑中父老, 面諭如前, 夕次楊州牧。
- 【태백산사고본】 35책 35권 58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333면
- 【분류】왕실(王室) / 구휼(救恤) / 군사(軍事) / 재정(財政) / 인사(人事)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