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배척을 빙자한 정창순과 홍낙안의 모의를 문책하다
전교하였다.
"중신(重臣) 정창순(鄭昌順)에게 낙점(落點)을 아끼는 것은 대개 연유가 있다. 정학(正學)을 부지하고 사학(邪學)을 배척하는 것이 바로 나의 본래 뜻이다. 금일 여러 신하들이 어찌 지난번의 처리에 대하여 사학(邪學)을 배척하는 데 엄하게 하지 않았다고 여기겠는가마는 홍낙안(洪樂安)의 일은 참으로 하나의 변괴이다. 등용하고 버리는 것을 처치하는 권한은 위에 있으니 쓰고 싶으면 쓰고 쓰고 싶지 않으면 쓰지 않는 것이다. 내가 어찌 공갈하는 말 한마디에 흔들려 본 뜻을 빼앗기겠는가. 그가 품고 있는 계략은 단지 쥐는 잡으려 하면서 그릇을 깰까봐 주저한다는 것만으로 논해서는 안 된다. 대저 낙안(樂安)이 참으로 사학(邪學)을 공박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상소하여 알리는 것도 옳고 대신에게 글을 두번 세번 보내어 기어코 임금에게 전달하여 알리도록 하는 것도 옳은데, 이러한 일을 하지 않고 한편으로는 장서(長書)를 쓰고 한편으로는 전파시켜 뜻이 다른 사람들까지도 말을 전하여 마치 역마를 타고 명령을 전달하듯이 하여 연석(筵席)에까지 알려지기에 이르렀으니 그의 용심(用心)이 오로지 좌의정에 있었음은 불을 보듯 훤하다. 그의 행적과 노선에 대하여 위에서 또한 어찌 들어 아는 것이 없겠는가. 낙안(樂安)을 한번 처리하는 것은 내 뜻을 이미 정하였으나 아직까지 다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우선 기다리는 것이다. 낙안과 같은 자가 끝내 형벌을 받지 않는다면 어찌 위복(威福)의 권한이 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홍인호(洪仁浩)는 바로 낙안의 지친이기 때문에 지난번에 인호로 하여금 사사로이 낙안에게 물어 그로 하여금 이 일의 근원과 맥락을 써 내게 하였더니, 처음에는 비록 분명하지 않았으나 끝내는 말이 중신(重臣)에게 관계된 것이 많았다. 중신이 어찌하여 이런 말을 듣게 되었는가. 내가 중신(重臣)에게 취한 바는 ‘맑고 밝다는 것[陽明]’이다. 지난날 대궐의 연석에서 주대(奏對)할 때 낙안과는 말 뜻이 자못 달랐다. 중신이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마는 이 일이 끝나기 전에는 낙점(落點)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시관의 의망은 관직과 다르므로 어쨌건 중신에게 금난패(禁亂牌)를 내주도록 하였으니, 받들든지 어기든지 스스로 헤아려서 하라."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277면
- 【분류】인사(人事) / 호구(戶口)
○敎曰: "重臣鄭昌順之靳點, 蓋有由焉。 扶正斥邪, 卽予本意。 今日群下, 豈或以向來處分, 認以爲不嚴於斥邪, 而洪樂安事, 誠一變怪。 注措用捨, 太阿在上, 欲用則用, 不欲用則不用。 予豈因一種恐動之說, 有所撓奪耶? 其所設計, 不可但以投鼠忌器論也。 大抵樂安, 苟有眞箇攻邪學之心, 則上疏陳聞可也, 貽書大臣, 至再至三, 期於轉徹亦可也, 而不此之爲, 一邊長書, 一邊流播, 異趣之人, 無不傳說, 殆若置郵而傳命, 甚至登徹筵席, 此其用意之專在左相, 明若觀火。 渠之蹤跡蹊徑, 自上亦豈無聞知之事? 樂安之一番處分, 予意已定, 而猶未到底綻露, 故姑此遲待。 如樂安者, 終逭於法, 則豈可曰威福之在上乎? 洪仁浩卽樂安之至親, 故向使仁浩, 私問於樂安, 使渠書出本事根脈, 則始雖漫漶, 畢竟語多相關於重臣。 重臣何以得此? 予之所取於重臣者, 爲其一叚陽明也。 向日宮筵奏對, 與樂安, 語意頗異。 重臣豈忍欺予, 而此事未究竟之前, 不可不靳點。 試望異於官職, 第令出牌重臣, 承違間自量爲之。"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27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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