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중추부사 서명선에게 치제하고 전 우의정 김종수에게 효유하다
이조 판서 오재순(吳載純)을 보내 고 영중추부사 서명선(徐命善)에게 치제(致祭)토록 하였다. 전교하기를,
"오늘은 바로 고상(故相)이 한 장의 상소로 대궐 문에서 호소하자 선대왕께서 크게 포장(褒奬)하시고 특별히 벼슬을 올려 발탁하시는 동시에 대신 정려(旌閭)하도록 명하시고 그 집의 선조에게 치제하도록 명하신 날이다. 그러니 옛날을 잊지 않는 뜻으로 볼 때 어찌 이날을 그대로 보낼 수 있겠는가. 고 영부사의 집에 정경(正卿)을 보내 치제토록 하라."
하였다. 전 우의정 김종수(金鍾秀)에게 특별히 효유하기를,
"경을 만나지 못한 지 오래되었는데, 목마른 자가 마실 것을 생각하는 것 같을 뿐만이 아니다. 경이 근력을 헤아리지 않고 예법을 너무 지나치게 지켜 몸의 건강이 손상되기에 이르렀으니, 옛사람이 남긴 교훈에 부끄럽지 않겠는가. 모름지기 힘써 슬픔을 억제할 방도를 생각해서 생강과 계피로 위(胃)를 소생시키고 인삼으로 깊은 병을 조리하여 속히 평소의 건강을 회복해 걱정을 끼치지 말도록 하라.
오늘이 어떤 날인가. 해마다 이날이면 매번 선대왕의 천지 일월(天地日月) 같으신 위대하심과 밝으심을 칭송하게 되는데 경들이 협력하여 밝힌 덕분으로 대의(大義)가 어둡지 않게끔 되었다. 지금 충헌(忠憲)251) 은 이미 죽고 없다마는, 당시 위태로웠던 형세에서 경이 재야(在野)에 있으면서도 충성을 다해 도움을 많이 주었으니, 원서(原書)에 이름을 가탁하고 안한 것이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충헌의 집에 내린 제문(祭文)을 베껴 보내 경의 수명(修明)한 공을 거듭 말하니, 경은 노력하라."
하였다. 이때 종수는 상제(喪制)를 지켜 교외의 여묘에 있었다. 또 전라도 관찰사 정민시(鄭民始)에게 효유하기를,
"오늘이 어떤 날인가. 해마다 이날이 오면 매양 선대왕의 천지 일월과 같은 위대하심과 밝으심을 칭송하게 되는데, 경들이 협력하고 천명한 덕분으로 대의가 사라지지 않게끔 되었다. 이제 충헌은 이미 가버렸으나 매년 이날의 단란했던 모임을 돌이켜 보면 바로 어제 아침의 일만 같다. 가버린 사람은 그만이지만, 어찌 경들처럼 기억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을 마음에 두지 않을 수 있겠는가. 충헌의 집에 내린 제문을 써서 보내니, 경은 모름지기 더욱 천명할 방도에 힘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72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266면
- 【분류】인사(人事)
- [註 251]충헌(忠憲) : 서명선.
○癸卯/遣吏曹判書吳載純, 致祭于故領中樞府事徐命善。 敎曰: "今日, 卽故相尺疏叫閽, 而先大王大加褒奬, 特加陞擢, 仍命代以旌閭, 致祭其家先之日也。 其在念舊 之意, 豈可虛度此日? 故領府事家, 遣正卿致祭。 別諭前右議政金鍾秀曰: "不見卿久矣。 不趐若渴者之思飮。 卿不量筋力, 過守禮防, 以至榮衛之受損, 得無怍於古人之垂戒耶? 須念勉抑之方, 薑桂以蘇胃, 蔘稏以調痾, 速復常度, 毋貽慮念。 今日是何日? 年年是日, 每頌先大王天地日月之大之明, 而賴有卿等協力闡廓, 使大義不至湮晦。 今焉忠憲逝矣。 伊時藜藿之勢, 以卿在野, 願忠而多助, 豈有關於托名原書之與否乎? 謄送忠憲家賜祭文, 煩卿修明之功, 卿其努力。" 時, 鍾秀守制在郊廬也。 諭全羅道觀察使鄭民始曰: "今日是何日? 年年是日, 每頌先大王天地日月之大之明, 而賴卿等協力闡廓, 使大義不至湮晦。 今焉忠憲逝矣。 回念每歲是日之團會, 怳如隔晨。 逝者已矣, 安得不惓惓記存於如卿輩乎? 忠憲家賜祭文書送, 卿須益勉闡明之方。"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72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266면
- 【분류】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