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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33권, 정조 15년 11월 12일 계미 2번째기사 1791년 청 건륭(乾隆) 56년

형조가 권일신과 최필공 등에게 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권유했다고 아뢰다

형조가 또 권일신최필공 등에게 권유해서 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했다고 아뢰니, 전교하기를,

"성인의 훈계에도 가르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조정의 바라는 바는 단지 공자(孔子)를 배우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들은 직책이 사사(士師)235) 에 있으니, 또한 설(契)고요(皐陶)를 배우고자 마음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일명(一命)236) 의 인사라도 진실로 사람을 사랑하는 데 마음을 둔다면, 사람을 반드시 구제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하물며 오랑캐를 바꾸어 중화로 만들고 귀신에 홀린 것을 사람으로 만들 때, 어찌 지리한 것을 고생으로 여겨 혹시라도 시종 은혜를 베푸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양반 가운데 괴수인 일신과 중인 가운데 괴수인 필공이 만약 통렬하게 스스로 후회하여 정학(正學)으로 돌아 온다면, 다른 무리들은 바람을 만난 홍모(鴻毛)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경들은 더욱 이 뜻에 부응해 드날릴 방도를 생각하라."

하였다. 뒤에 또 전교하기를,

"예악(禮樂)으로 교화시키는 가르침을 어찌 교화를 거부하고 윤리를 없앤 죄인에게 적용하겠는가마는, 이번에 반드시 말로 깨우치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임금이 된 이래 죄안을 판결할 때 법이라는 한 글자 이외에는 전혀 다른 말을 받아들인 일이 없었는데, 이 때문에 혹시라도 원통한 일이나 지나치게 한 일이 없을까 걱정되어 한 밤중에 일어나 서성이지 않는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말하면 그들의 본정(本情)이 크게 흉악한 것에서 나온 것이 아닌 만큼 그래도 한 줄기 감화시킬 길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니 어찌 차마 한결같이 법으로만 몰아댈 수가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262면
  • 【분류】
    사법(司法) / 사상-서학(西學)

  • [註 235]
    사사(士師) : 법관(法官).
  • [註 236]
    일명(一命) : 처음 벼슬한 하급 관원.

○刑曹又以權日身崔必恭等勸諭歸正, 啓, 敎曰: "聖訓不言敎不倦乎? 朝家之所願, 不但在學孔子。 卿等職在士師, 亦不以願學皐陶爲心乎? 雖一命之士, 苟存心於愛物, 於人必有所濟。 況於變夷爲華, 幻鬼爲人之際, 寧以支離爲苦, 或忽於終始之澤乎? 班之魁日身, 中之魁必恭, 若痛自尤悔, 歸於正學, 則其徒不過遇風之鴻毛, 卿等益思對揚此意之道。" 後又敎曰: "朱干玉戚之敎, 豈可擬議於梗化蔑倫之道, 而今番必欲以言語感悟之者, 臨御以後所決之案, 無非法之一字, 外無可容他說者。 此所以或慮冤濫, 未嘗不夜起彷徨。 至於今番事, 渠輩本情, 非出於窮凶極惡, 而猶有一條感化之路, 則寧忍一直以法律驅之乎?"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262면
  • 【분류】
    사법(司法) / 사상-서학(西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