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이청이 인재를 중용하는 일을 중히 여길 것을 상소하다
교리 이청(李晴)이 상소하기를,
"대체로 전하의 총명하고 지혜로우신 성덕(聖德)으로 오늘날 조정에 있는 여러 신하들을 보면 능히 만에 하나라도 전하의 생각을 받들지 못할 것이니, 혼자서 신통한 기략을 운용하시면서 여러 신하들을 낮게 보시는 것은 형세상 필연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대순(大舜)과 같은 덕으로도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취해서 자신의 선으로 삼았으니, 어찌 당시 사람들이 모두 순임금보다 훌륭해서 그런 것이겠습니까. 순임금이 순임금인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 《주역(周易)》의 괘상(卦象)으로 말하더라도 천기(天氣)가 아래로 내려오고 지기(地氣)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 태괘(泰卦)가 되고 천기가 위에만 있고 지기가 땅에만 있는 것이 비괘(否卦)가 되니, 기운이 막히느냐 통하느냐 하는 것은 단지 위 아래가 서로 사귀느냐 사귀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신이 임금의 권한이 너무 높은 것에 대하여 근심하는 까닭입니다.
지금의 중요한 방도는 오로지 인재를 골라서 책임을 나누어 맡기는 데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관직의 여러 업무를 모두 임금께서 친히 하시려 한다면 소소한 일들이야 제대로 된다 해도 대체에는 손상이 있게 됩니다. 총명을 너무 번거롭게 쓰면 정신이 쉽게 손상되는 것이니, 성상께서 비록 이런 일을 즐겨 피로를 모르는 열성이 있다 하더라도 사실 건강을 돌보는 방도에는 결함이 됩니다. 전하께서는 비록 자신을 가볍게 생각하시더라도 저 종묘와 자전 및 자궁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삼가 요즈음 언관으로서 국사를 논열(論列)하는 것을 보면 항상 상의 뜻이 어디로 향하는가를 보아서 그것으로 의리를 결정합니다. 천하의 의리란 지극히 공정하여 본디 확고부동한 명분이 있는 법이니, 수시로 이리 저리 바꾸어서 오직 임금의 뜻에 맞추는 것만을 일삼는 것이 그 어찌 의리의 바른 모습이겠습니까.
관직을 위해 인재를 고르는 것은 하늘이 맡겨준 직무를 수행하고 민생을 위해서입니다. 우리 전하의 고심과 성의는 간곡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인재를 등용하고 버릴 때 능히 사적인 인정을 돌아보는 경우가 없지 않아 진퇴시키는 과정에 혹 사적인 은혜와 사랑이 개입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재주와 기량이 마땅한가의 여부를 미처 신중히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덕망이 높고 낮은 것에 대해 간혹 미처 저울질하여 살피지 못함으로써 요행의 길이 점차 열리고 관직을 제수하는 길이 많이 난잡해졌습니다. 방백으로서 죄를 지은 자가 다시 방백으로 보임되고 수령으로서 죄를 지은 자가 도로 수령으로 보임되며, 사람들이 혹시 참람한 관직이라고 말하면 다시 그 관직을 올려주고 만약 내직(內職)에 싫증이 나서 기피하는 자가 있으면 곧 기름진 고을을 맡겨줌으로써 맑은 조정의 관직 이동이 마치 희극과 같습니다. 옆에서 보는 자도 영광으로 여기지 않고 그 관직을 받은 자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니, 이 어찌 옛날 성군들이 벼슬과 녹을 중시하던 뜻이겠습니까. 이 점에 더욱 힘쓰시어 하늘에 실속있게 응하는 방도를 삼으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말이 다 좋다. 마땅히 유념하겠다. 그러나 모든 신하들을 낮추어 본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비록 부덕하지만 이 폐단을 깊이 경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도와 북도의 먼 지방 사람을 접견할 때도 반드시 상번 춘추(上番春秋), 하번 춘추(下番春秋)라고 부르고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른 적은 없다. 이는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직책의 이름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하물며 이들보다 나은 뭇 신하들이겠는가. 다만 너희 삼사(三司)의 반열에 있는 자 가운데 간혹 자기 자신을 무시하고 가볍게 보는 자가 있어, 그 하는 소행을 그대로 맡겨둘 수 없기에, 혹 상황에 따라 바로잡아주는 일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너는 도리어 그것을 가지고 낮추본다고 여기는가. 그러나 너의 말도 꼭 약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더욱 노력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247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校理李晴上疏曰:
夫以殿下聰明睿智之聖德, 觀今日在廷諸臣, 莫能對揚其萬一, 則獨運神機, 低視群下, 勢所必然, 而以大舜之德, 猶有取諸而爲善, 豈當時之人, 皆賢於舜而然歟? 舜之所以爲舜, 正在是矣。 且以卦象言之, 天氣下降, 地氣上升, 則爲《泰》, 天自在上, 地自在下則爲《否》, 《否泰》之機, 只在於上下之交不交耳。 此臣所以有憂於乾綱之太亢者也。 爲今要道, 惟在擇材分任, 而庶官庶務, 乃反躬親, 則萬目雖擧, 大體有損。 聰明旣繁, 神精易損, 則聖上雖有樂此不疲之誠, 而實有欠於保嗇之道。 殿下縱自輕, 其奈宗廟與殿宮, 何哉? 竊觀近日言者, 有所論列者, 輒伺上意之所向, 以定義理。 天下義理, 至公至正, 自有不易之定分, 則隨時變易, 惟以承順爲事者, 是豈義理之正哉? 爲官擇人, 所以供天職而爲民生也。 我殿下苦心摯意, 非不懇至, 而用捨之際, 不能無顔私, 進退之間, 或參以恩愛。 材器之當否, 或未暇愼簡, 德望之高下, 或未及銓察, 倖門漸闢, 吏道多雜。 方伯有罪, 還以方伯補外, 守令有罪, 還以守令補外, 人或以濫職爲言, 則更加其職, 若有厭避於內職者, 則輒畀膄邑, 淸朝官職, 便同戲劇。 傍觀者不以爲榮, 當之者亦不自安, 是豈古聖王重爵祿之義哉? 益加勉旃, 以爲應天以實之道焉。
批曰: "言皆好矣, 當留意。 至於低視群下云云, 予雖否德, 深戒此弊。 如西北遐蹤之登筵者, 必以上番兼春秋、下番兼春秋呼之, 未嘗斥呼其名姓, 非爲渠也, 卽爲職名也。 況進於此之群僚乎? 但爾等在三司之列者, 往往有自侮自輕之人, 不欲一任其所爲, 或不無隨處較正之事, 爾則還認爲低視乎? 然爾言亦未必不爲藥石, 當加勉。"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247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