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 성종인이 교리 성희의 충절이 매몰되지 않도록 해주기를 상소하다
사성(司成) 성종인(成種仁)이 상소하기를,
"신의 12대조 교리 성희(成熺)는 바로 충문공 성삼문(成三問)의 종숙(從叔)이며 정숙공(靖肅公) 성담수(成聃壽)의 부친입니다. 일찍이 삼문과 함께 집현전에 있으면서 죽든 살든 마음을 바꾸지 말자고 서로 격려하였습니다. 병자년에 성삼문 등이 죽을 때 함께 국정(鞫庭)에 잡혀들어가 16차례나 형을 받으면서도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자 영남의 해변에 위리 안치되었으며 처자는 노비가 되고 재산은 몰수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끝내 충분(忠憤)에 겨워 죽었는데, 이는 문순공(文純公) 권상하(權尙夏)가 지은 묘표에 근거하여 알 수 있습니다.
신의 할아버지가 사육신과는 생사를 비록 달리했으나 의리를 다하고 절개를 지킨 점에 있어서는 실로 차이가 없습니다. 요즘 베푼 은전은 천 년만에 한번 있는 기회로 홍문관과 내각에서 널리 상고한 것에 의거하여 모두 배향되는 특전을 입게 되었으나 신의 할아버지 희는 초계(抄啓) 속에 끼인 사람으로서 거기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신이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꺼려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어찌 단지 제 자신에게 있어서만 불초한 자손이 될 뿐이겠습니까. 역시 거룩한 조정의 흠전(欠典)이 될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신의 할아버지 희의 충절이 매몰되어버리지 않도록 해주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너의 12대조인 고 교리 성희의 뛰어난 충성은 당시 순절한 여러 사람에게 부끄러울 것이 없다. 더구나 그 아들 담수는 이름이 생육신의 열에 있으니, 이 단에 이 사람을 제향한들 누가 지나치다고 하겠는가. 네가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의 거취를 요량해온 지가 오래 되었다. 그러나 엄 호장(嚴戶長) 한 사람 이외에 생육신처럼 그 이름이 사람들의 이목에 널리 알려진 자로서 감찰 정보(鄭保), 교리 권절(權節), 부제학 조상치(曺尙治), 증 군자정(贈軍資正) 독동(禿同)·윤생(尹生), 판중추 기건(奇虔), 감찰 유자미(柳自湄), 예조 정랑 윤시(尹諰), 교리 구인문(具人文), 순검(巡檢) 송간(宋侃)과 너의 선조인 성희 및 성조(成炤) 등은 모두 배향할 만하지만 일을 근엄하게 하는 체통을 지키기 위하여, 그 사건에 죽은 사람이 아닌 경우는 제외시켜서 모두 다같이 신중히 하는 쪽으로 돌렸으니, 이 뜻을 네가 몰라서는 안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207면
- 【분류】정론(政論) / 왕실(王室) / 윤리(倫理)
○司成成種仁上疏曰:
臣之十二代祖校理臣熺, 卽忠文公 三問之從叔, 而靖肅公 聃壽之父也。 嘗與三問, 同直集賢, 以死生不易其心, 相勉。 逮丙子, 三問等死, 同入鞫庭, 受刑十六次, 閉口不言, 棘置嶺海, 收孥籍産, 竟以忠憤歿。 文純公 權尙夏所撰墓表, 可據而知也。 臣祖之於六臣, 生死雖不同, 而畢義盡節, 實無間然。 近日寵典, 適會千載一時, 依館閣博考, 擧蒙侑食之典, 而臣祖熺, 以抄啓中人, 未得與焉。 臣嫌於自暴, 泯默不言, 則豈特在其身爲不肖? 亦當爲聖朝之欠典。 伏乞特使臣祖臣熺之忠節, 得免湮沒之地。
批曰: "爾之十二代祖故校理成熺, 卓然孤忠, 無愧於殉身諸人。 況子有聃壽, 名列於生六臣, 是壇是享, 夫孰曰汰哉? 不待爾言, 斟量於去就久矣。 然嚴戶長一人外, 如生六臣姓名之塗人耳目者, 監察鄭保、校理權節、副提學曺尙治、贈軍資正禿同ㆍ尹生、判中樞奇虔、監察柳自湄、禮曹正郞尹諰、校理具人文、巡檢宋侃及爾之先祖熺及炤, 俱合配侑, 而欲從謹嚴之體, 除非死於事, 一例屬之難愼之科, 此意, 爾不可不知。"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207면
- 【분류】정론(政論) / 왕실(王室)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