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3경에 선전관과 장영 등을 은밀히 불러 야간 군영의 제도를 실시하다
밤 3경에 전교를 받은 선전관과 장영(壯營)·훈영(訓營)의 지구관(知彀官)을 은밀히 불러 전교하기를,
"오늘 밤에 야간 군영의 제도를 실시하려 한다. 병서에는 비록 군영의 주간 행동과 야간 행동 때의 호령이 있으나, 주둔한 군영에서 등불과 횃불을 없앤다는 것은 정확히 지적할 만한 규정이 없다. 군이란 일정한 형식이 없고 중요한 것은 때에 따라 변통하는 데 있다. 긴 영전(令箭) 2대를 쏘아보내고 또 검은 고초쌍등(高招雙燈)을 깃대에 달아 각 군영에 신호하여 각 군영의 등불이 다 켜진 뒤에 곧 등불을 가져다가 원래의 장소에 간직하고 횃불은 이것을 보는 즉시 없애버리도록 하라. 대개 암호는 다 마찬가지지만 이동할 때와 주둔할 때가 좀 다르다. 그러나 작고 짧은 화살을 쓰는 것은 부당하다."
하고, 이어 여러 군교들에게 각기 의견을 말하게 하니, 여러 군교들 가운데 어떤 자는 말하기를,
"검은 신전(信箭) 1대로 긴 화살을 대신하여 돌려 보인 다음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 편리합니다."
하고, 어떤 자는 말하기를,
"긴 영전(令箭) 2대와 작고 짧은 화살 1대를 한꺼번에 쏘지 않으면 안 되며, 긴 화살로는 명령을 내리는 것을 표시하되 2대는 비밀 명령이란 것을 표시하고, 작고 짧은 화살은 급박하다는 것을 표시하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고, 어떤 자는 말하기를,
"징과 북의 소리와 깃발의 빛깔을 쓰지 않을 경우 단지 어떤 물건을 전하여 군사를 행동하고 정지하게 하는 것인데, 병서에 이른바 초목의 가지, 돌이나 흙덩이, 닭·개·소·말의 소리로 전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이런 별다른 물건으로 은밀히 전달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고, 어떤 자는 말하기를,
"캄캄한 밤에는 방향을 알리는 빛깔도 또한 마땅히 검은 것을 숭상하여 검은 기로 서로 맞추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는 등 각자의 말이 서로 달랐는데, 야간 군영의 명령은 본디 급박한 것이므로 입을 열어 소리를 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위반하는 자는 일정한 군율에 처하는 것이 병서에 쓰여 있다는 명이 내리자, 군교들이 갑자기 이 명령을 받고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 목이 타고 혀가 굳어져 다시는 감히 아무런 말소리도 내지 못하고 시간을 끌 무렵에 그중 장영의 군교 지득귀(池得龜)란 자가 앞으로 뛰쳐나와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를,
"야간 군영이란 말이 이미 장막 밖으로 새어나와 장수와 군사들이 놀라고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어 군중이 자못 소란해지고 있으니, 명령 내리는 것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몰래 이동하는 것이 아니며 또 급히 비밀 명령을 내리는 것도 아니므로 중앙 병영에서 작고 짧은 화살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1명만 등불을 지키고 나머지는 모두 초병으로 나열해 서서 이동하지 말아야 하며 검은 신전도 쓰지 말고 검은 방기(方旗)도 쓰지 말아야 합니다. 병서를 보아도 이미 명문이 없는 한 마땅히 옛사람의 방략 가운데서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따라야 합니다. 중군(中軍)이 먼저 영전(令箭) 2대를 가지고 군영 장수에게 전달하면 군영 장수가 각 대장(隊長)에게 알려 한 차례 돌려 전달한 후 앞 초소 제1 대장에게 넘기면 대장이 1대를 뽑아내 1사(司)에 교부하여 파총(把摠)이 가져다 조사해보고, 1대는 그대로 전하여 야간 군영에 도로 내려줍니다. 대개 처음에 2대를 전하는 것은 야간 명령은 주간 명령과 다르기 때문이고 다시 1대를 전하는 것은 반복이 없을 경우 일을 그르칠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하면 은밀히 전달하는 비밀 명령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본 군영은 지금 호위한 속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장영(壯營)의 긴 영전(令箭) 6대를 가져다가 2대는 가운데 군영에 전하여 관하 사(司)·초(哨)·기(旗)·대(隊)에 차례로 전달하게 하고, 또 2대는 선전관에게 전하여 무예청의 호위하는 장수와 군사들에게 돌려 전달하게 하고, 또 2대는 바깥호위를 수행한 군영 장수에게 전하여 그가 거느린 군사들에게 돌려 전달하게 합니다. 먼저 2대를 전한 다음에 1대를 전하여 전해 알았다는 것을 두루 알게 할 것이며 언어와 호령을 쓰지 않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 장막 앞에 있는 검은 고초기(高招旗)에 두 개의 등을 달아 높이 신호를 보내고 즉시 등불을 제거하면 각 군영은 일체 상응할 것입니다. 떠들어대면서 정숙하지 않거나 호령이 분명하지 못하면 자연 군중의 규율이 있으니, 이 제도대로 따라 시행하기 바랍니다."
하였는데, 그 군교는 외모도 훤칠하지 못하고 키도 몇 자 되지 않았으나 자못 담력이 있고 지략이 있다고 자부한다고 하였다. 이날 밤에 그가 주대(奏對)한 것이 정밀하고 자세하므로 상이 매우 가상히 여기어 그 말을 따랐다. 선전관이 긴 영전을 전하여 쌍등(雙燈)으로 점멸 신호를 하여 명령이 끝나자 장막의 안팎의 등불과 횃불이 일제히 없어졌으며 강변의 마을 집까지 새까맣고 한 점의 불빛도 없었다.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도 또한 군사의 규율이 있다고 할 만하다."
하였다. 조금 뒤에 또 암호를 전하여 연함문(延艦門)을 열어놓으니 인(䄄)052) 이 탄 휘장을 드리운 교자가 맞은편 마을에 숨어서 명령이 내릴 때를 기다리다가 이때에 그를 썰매[雪馬]에 태워 북안문(北岸門) 앞으로 끌고 가는데 빠르기가 날으는 것 같았다. 이때에 또 짙은 안개가 끼어 호위 군사도 또한 자세히 분별할 수 없었다. 이에 대령하고 있던 각사의 하인들로서 천익(天翼)을 쓴 자 수십 명이 쏟아져나와 교자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막고 둘러서서 온통 한덩어리가 되어 전진하다가 물러서곤 하여 좀처럼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얼마 지난 후에 장막 뒤의 방에 이르자 호위하는 장졸들이 그것을 보고 잡인들이 함부로 접근할까 염려하여 금지하려 하였으나 명령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에 입으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방안에 들여놓은 다음에야 비로소 장막을 걷고 주간 군영의 행동 명령을 내렸다. 선전관이 신호로 포성을 한 번 울릴 것을 품의하자 북소리로 대신하라고 명령하였으며, 다음으로 불을 붙인 화살 하나를 쏠 것을 품의하였으니 이는 등불을 켜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불붙인 화살을 쏘자마자 등불과 횃불이 일제히 켜졌다. 그리고 전과 같이 연함문을 닫으라고 명령하였다. 야금을 알리는 조두(趙斗) 소리는 계속되는데, 여러 신하들은 북문 밖에 있으면서도 전연 몰랐고, 문안과 담장 밖 삼면에는 특별한 명령이 있었다. 상은 여러 신하들 중 군사 지식을 가진 자가 혹시라도 눈치챌까 염려하여 단속을 더욱 엄격히 하게 하는 한편 기병 1명을 급히 달려보내 간편한 교자로 인(䄄)의 어미를 태워오게 하여 서로 만나보게 하였는데, 밤이 곧 새게 되었다. 각신 오재순 등이 거듭 상소하였으나 번거롭게 하지 말라고 비답하였고, 약원이 환궁을 청하니, 전교하기를,
"환궁을 청하고 싶으면 먼저 내 뜻을 따라야 한다. 내 뜻을 따르기 전에 경들을 어떻게 불러볼 수 있겠는가."
하였다. 옥당이 다섯 차례나 차자를 올리고 정원이 연명으로 아뢰었으나, 모두 번거롭게 하지 말라고 비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1책 31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184면
- 【분류】왕실(王室) / 군사(軍事)
- [註 052]인(䄄) : 은언군(恩彦君)의 이름.
○夜三更, 密招承傳宣傳官及壯營、訓營知彀官, 敎曰: "今夜欲行暗營之制。 軍書雖有明營暗徙時號令, 而住營之祛燈炬, 無指的槪見者。 軍無常形, 貴在隨時通變。 送長令箭二枝, 又以黑高招雙燈連旗, 點各營燈火通點然後, 卽將燈火, 蓋藏原處, 炬火視此卽袪之。 蓋暗號, 一也。 徙與住差殊, 但不當用小短箭矣。" 仍命諸校, 各陳所見。 諸校或言黑信箭一枝, 代長箭輪示, 次行號令爲便; 或言長令箭二枝、小短箭一枝, 不可不竝發, 以長箭示發號, 二枝示密令, 小短箭示嚴急爲便; 或言不用金皷之聲、旗招之色, 則只傳物件行止, 軍書所謂傳草木枝、石塊、鷄狗牛馬之聲者, 是也, 以別物密傳爲便; 或言夜黑之時, 方色亦當尙黑, 以黑旗相準爲便。 各說參差, 而暗營之令, 本係嚴急, 不許開口出聲, 違者以常律從事, 卽軍書所載也。 諸校猝當此令, 悚懾戰慄, 喉燥舌硬, 更不敢出一口氣。 將致稽時, 其中壯營校池得龜爲名者, 躍前低聲曰: "暗營二字, 旣發帳外, 將卒莫不驚懼, 群心頗騷然。 發號不可晷刻緩。 此非暗徙也, 又非急下暗令, 則中營傳小短箭, 不可。 一名守燈, 餘皆挨哨, 移步不可用, 黑信箭不可用, 黑方旗不可用。 見之兵書, 旣無明文, 則當從古人方略中可合旁照者。 中軍先用令箭二枝傳營將, 營將得知各隊長, 挨傳一遍後, 轉前哨第一隊長, 解去一枝交一司, 把摠收査, 仍傳一枝回下暗營。 凡初傳二枝者, 以夜令之異於晝令也, 更傳一枝者, 若無申複, 恐有悞事也。 只此足爲密傳之暗令。 本營今在衛內扎駐, 願以壯營長令箭六枝取來, 以二枝傳于中營, 挨傳所管司哨旗隊, 又以二枝傳于宣傳官, 挨傳武藝廳挾輦環衛將卒, 又以二枝傳于外衛隨駕營將臣, 挨傳所領, 先傳二枝, 次傳一枝, 遍示傳知, 不用言語號令然後 次以帳前黑高招, 掛雙燈高點, 卽袪燈火, 各營一體相應。 喧嘩不肅, 號令不明, 自有從事之律。 請以此制倣行。" 厥校貌不揚, 長不滿數尺, 頗以膽略自負云。 是夜奏對精詳, 上甚嘉之, 從其言。 宣傳官傳長令箭, 點雙霍燈號令訖, 帳內外燈燭炬火一齊屛去, 以至江邊村舍, 寂然無一點綴之光。 上曰: "我國亦可謂有師律矣。" 少頃, 又發暗號, 開延艦門, 䄄所乘帷轎, 藏于對村, 以俟發號時。 至是載雪馬, 曳至北岸門前, 其疾如飛。 時且迷霧朦朧, 衛士亦不得詳卞。 乃出各司等候下隷之着天翼者數十輩, 自轎內遮出環立, 混淪團圍, 乍前乍却, 轉進無漸。 過數頃, 至帳後房舍, 侍衛將卒見者, 以雜人之攔近, 欲禁辟, 則以號令未收, 口不得出聲。 旣接置房裏, 始捲帳, 行明營號令。 宣傳官稟號砲一聲, 命鼓以代之。 次稟擧起火一枝, 要燃燈也。 起火纔放, 燈炬齊擧。 命閉延艦門如前定。 更刁斗不止, 諸臣在北門外, 漠然不知, 門內及墻外三面, 有別號令。 上慮諸臣中知兵事者, 或有覺得, 益申把防之禁。 又馳送一騎, 以便轎載䄄母, 使相見之, 夜將曙矣。 閣臣吳載純等再疏, 批以勿煩。 藥院啓請回鑾, 敎曰: "欲請還宮, 先爲將順。 將順之前, 卿等豈可召接乎?" 玉堂五箚, 政院聯啓, 竝批以勿煩。
- 【태백산사고본】 31책 31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18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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