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의정 채제공이 강화 유수의 인신 인계는 조정에서 할 일이 아니라고 건의
좌의정 채제공이 차자를 올리기를,
"신이 아침 경연에서 강화 경력을 내직으로 옮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경솔히 어리석은 소견을 진술하다가 미처 그 말을 끝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금방 소보(小報)를 보니 경력을 구두 임명으로 이동시킬 것을 재촉하였고, 또 듣건대, 유수는 반드시 내일 아침에 상경하여 인신을 인계하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신은 이에 가슴에 찬 의혹과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아, 역적 종친의 극도에 찬 죄악은 신령과 사람이 함께 분노하는 것이며 국법으로 보아 반드시 처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 목숨을 연장하여 섬 중에서 숨을 쉬고 있게 하는 것도 이미 형벌이 잘못 적용된 것인데, 그 방비가 엄밀하지 못하고 규찰이 간혹 소홀한 탓으로 지난 가을에 뛰쳐나가는 변고가 있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응당 더욱 특별히 방비를 엄히 하여 가둬두는 방도를 다해야 할 것인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강화 유수에게 있습니다. 지금 만약 상영(上營)을 잠그고 이아(貳衙)를 비운다면 뜻밖의 근심이 또 지난 가을처럼 생기지 않을런지 어찌 알겠습니까.
또 유수의 인신 인계는 서울에서 하건 지방에서 하건 그 편리함에 맡길 뿐이요 실로 조정에서 지휘할 일이 아닌데, 누차 재촉하는 전교를 내려 도성 밖에까지 불러올리게 하니 그것은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습니다. 명령이 전도되어 듣는 사람에게 의혹을 품게 하니, 신은 실로 전하를 위하여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난날 정치달(鄭致達)의 처의 일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들의 의혹이 대체로 모두 그러하여 항간의 말들이 지금까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신은 전하를 독실히 믿는 자로서 아는 것은 ‘성인이 어찌 나를 속이겠느냐.’는 것이지만 그래도 오히려 한밤중에 잠을 설치게 됩니다. 오늘날의 일이 또 어찌하여 신으로 하여금 지난 옛날의 걱정을 잊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까. 다년간 학문을 쌓아 의리를 환히 아시는 전하께서 어찌 혹시라도 이러한 일을 그냥 지나쳐 버릴 리가 있겠습니까마는, 신이 미연의 일을 당돌히 말씀드리는 것은 오로지 지나친 염려와 남모르는 걱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성명께서는 굽어살피고 의견을 받아들여 빨리 강화의 전 유수에게 상경하여 인신을 교환하라고 한 하명을 취소하기 바랍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유수가 병으로 교체를 청하기 때문에 그로 하여금 상경하여 도성 밖에서 인신을 인계하게 하였는데도 관망만 하고 망설이면서 지금까지 늦추고 있으니, 어떻게 신칙하는 전교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경력을 내직으로 옮기는 일에 대해서는 또한 사정이 마침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은 어찌하여 상영을 잠그고 이아를 비운다고 말하는가. 첫째는 아랫사람을 생각해주는 조치이고 둘째는 공로에 보답하는 은전이다. 명령이 타당하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며 듣는 사람들이 모두 고무된다고 말하여야 옳을 것인데, 또 어찌하여 전도되었다고 말하며 의혹을 품는다고 말하는가. 끝으로 정치달의 처의 일을 진술한 데 대해서는 그 당시 경이 면대를 청한단 말을 듣고 즉시 승락하여 바로 결말이 나도록 하였다. 교군들이 도로 가마를 메고 발길을 돌린 것은 길가던 사람치고 목격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경 등은 그대로만 믿으면 될 것이다. 경이 이른바 여러 사람들이 의심한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심이며 항간에서 말한다는 것은 과연 무슨 말인가. 녹록한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일이건 저 일이건 차자의 내용은 억측이 아닌 것이 없다. 경을 위하여 취하지 않는다."
하고, 이어 사록(司錄)으로 하여금 유시를 전달하도록 명하였다. 한참 뒤에 하교하기를,
"사록을 언제 불렀는데 아직까지도 지체하고 있는가. 당직에 든 승지를 모조리 교체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1책 31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180면
- 【분류】사법(司法) / 변란(變亂) / 인사(人事)
○左議政蔡濟恭上箚曰:
臣於朝筵, 以江華經歷內移之不當, 率爾微陳愚見, 而未及畢其辭矣。 纔見小報, 經歷促令口傳移擬, 又伏聞留守必使趁明朝上京交龜。 臣不勝滿心訝惑憂歎之至。 噫! 逆宗貫盈之罪, 神人之所共憤, 國法之所必誅。 假以一縷息偃島中, 已是失刑, 而緣其防守不嚴, 紏察或踈, 至有昨秋逸出之變。 今宜另申嚴防, 以盡錮囚之道, 而顧其責, 則專在於留都之臣耳。 今若鎖其上營, 虛其貳衙, 則安知無意外之患, 又如昨秋之爲乎? 且留守交龜之在京在外, 固當任其便宜而已, 實非朝家所可指揮, 而屢下催促之敎, 欲致城闉之外, 不敢知, 此曷故也? 命令顚倒, 聽聞駭惑, 臣實爲殿下惜之也。 向日鄭妻之事, 群疑大抵皆然, 巷言至今未已。 臣則篤信殿下者也。 所知者, 聖人豈欺我哉, 而猶不免中夜失睡。 今日之事, 又何爲而使臣不能忘宿昔之憂也? 殿下幾年典學, 透盡義理, 豈或於此等處, 少有放過, 而臣之以未然之事, 唐突爲言者, 亶出於過慮隱憂。 惟願聖明, 俯加察納, 亟寢江華前留守上京交龜之命焉。
批曰: "留守以病丐遞, 故使之上來, 到城外交龜, 而觀望逗遛, 迄于今稽緩, 則飭敎烏可已乎? 至於經歷內遷, 亦因事會之適然。 卿何曰鎖其上營, 虛其貳衙乎? 一則體下之擧也, 二則酬勞之典也。 命令謂之得宜可也, 聽聞謂之聳動可也。 又何曰顚倒乎, 駭惑乎? 尾陳鄭妻事, 伊時聞卿求對, 言下卽諾, 俾卽妥帖。 轎夫之反舁旋踵, 行路無不目擊, 卿等但當信此而已。 卿所謂群疑, 是何疑乎, 巷言, 是何言乎? 以予陸陸, 莫能領會。 由前由後, 箚辭無非臆逆, 竊爲卿不取也。" 仍命使司錄傳諭。 尋敎曰: "司錄何時發牌, 尙今遲滯? 坐直承旨, 一幷遞差。"
- 【태백산사고본】 31책 31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180면
- 【분류】사법(司法) / 변란(變亂)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