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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30권, 정조 14년 7월 20일 무술 2번째기사 1790년 청 건륭(乾隆) 55년

제주목에 딴 나라 배가 표류하여 오다

제주목(濟州牧)에 딴 나라 배가 표류하여 왔다. 그 배는 앞뒤가 높은데 앞에는 해를 그리고 뒤에는 달을 그렸으며, 양쪽 가장자리에는 난간을 설치하였다. 난간 밖에는 태극을 그리고 그 왼편에 ‘해상안전순풍자재(海上安全順風自在)’라는 8자를 새겼으며, 돛대 위에는 바람을 가늠하는 깃발을 걸고 태극을 그린 다음 ‘순풍상송(順風相送)’이라는 4자를 썼다.

배 안에는 속미(粟米) 3백 64석, 말 3필, 개 2마리를 실었으며, 또 《논어(論語)》·《중용(中庸)》·《소학(小學)》 각 1책, 《삼국지(三國志)》 6책, 《실어교동자훈(實語敎童子訓)》·《고가집(古哥集)》·《치식(治式)》·《대절용집(大節用集)》이 각각 1책씩 있었는데, 《논어》·《중용》·《소학》은 협주와 구두점이 있는 것으로써 대개 그 나라의 책이었다. 《동자훈》은 범어와 불경의 말이 많았다. 《대절용집》은 판형이 3단계로 되어 상단에 쓴 것은 유합(類合)과 같고, 중단에는 전자(篆字)로 쓰다가 전자가 끝나자 백중력(百中曆)을 이어 썼으며, 하단에 쓴 것은 그림과 같았는데 지사기(知死期)·명기(名棄) 등의 글자로 된 제목이 있었다. 《고가집》《치식(治式)》은 겨우 두어 장밖에 안 되는데 글씨가 두서없이 쓰여져 있어 알아볼 수 없었다. 쌀은 공물바칠 물건이라 하였고 공문은 짤막한 종이에다 초서로 ‘묵소검(墨小鈐)’이라고 썼다.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 중 선주(船主)는 사비가(査比嘉)·경고강렬(慶高江冽)·맹국길(孟國吉)·어다가량(魚多嘉良)·즙취방신성(楫取芳新城)이라 하고, 수주(水主)는 계좌구천(季佐久川)·행비가(行比嘉)·도궁성(桃宮城)·형신의(衡新)·연장령(蓮長嶺)·전신의(全新)·평중리(平仲里) 등 모두 12명이었다. 또 소관안(紹官安)모조가명(毛照嘉名)이란 두 사람이 있는데 표가 없었다. 그 사람들은 상투 하나에 비녀 두 개를 꽂았으며 상투밑의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얼룩덜룩한 옷을 입었는데 온 몸을 빙 둘러 감을 수 있게 만들었다.

맹국길이 글을 좀 알기 때문에 글로 써서 문답하였으나 그 글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대개 유구국(琉球國) 사람으로 중산왕(中山王)의 도읍 안에 있는 나패부 서촌(那覇府西村)에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연례로 바치는 공물을 그 나라 궁고도(宮古島)로 바치러 가다가 6월 임술일에 풍랑을 만나 같은 달 병자일에 제주귀일포(貴日浦)에 닿았다. 닻과 키를 다시 수리하여 하루속히 본국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애걸하므로 제주 목사 이철모(李喆模)가 급보로 상문하였다. 이에 상이 그들에게 음식과 옷을 후하게 주어 돌려보낼 것을 명하면서 회유(回諭)하기를,

"이후부터는 표류해온 사람으로서 수로를 따라 돌아가기를 원하는 자에 대해서는 떠나보내고 나서 장계로 보고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30권 8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159면
  • 【분류】
    외교(外交) / 호구(戶口)

濟州牧有異國船漂到。 其船前後高, 前畫日, 後畫月, 兩傍設欄, 欄外畫太極, 左刻海上安全順風自在八字, 桅上施風旌, 畫太極, 書順風相送四字。 船中載粟米三百六十四斛, 馬三犬二, 又有《論語》《中庸》《小學》各一冊, 《三國志》六冊, 《實語敎童子訓》《古哥集》《治式》《大節用集》各一冊。 《論語》《中庸》《小學》有夾註句點, 蓋該國書。 《童子訓》多梵字、偈語, 《大節用集》, 板界三格, 上格所書似類合, 中格篆書篆訖, 而繼以百中曆, 下格其書如畫, 有知死期名棄字等題目。 《古哥集》《治式》僅數葉, 胡寫不可曉。 米是貢御之物云, 而公文以短紙, 草書墨小鈐。 船中人, 船主曰査比嘉, 曰慶高江洌, 曰孟國吉, 曰魚多嘉良, 曰楫取芳新城, 水主曰季佐久川, 曰行比嘉, 曰桃宮城, 曰衡新 , 曰蓮長嶺, 曰全新 , 曰平仲里, 凡十二人。 又有紹官安毛照嘉名二人無票。 其人一髺兩簪, 削髺底之髮, 着斑衣, 衣制周於身。 孟國吉略知書, 以文字問答, 其文不可深曉。 蓋琉球人, 居中山王都內那霸府西村者, 運年貢於該國宮古島, 六月壬戌遇風, 同月丙子, 泊濟州 貴日浦, 乞改具碇桅, 早早遣歸國。 濟州牧使李喆模馳聞 上命厚其衣食以遣之, 回諭曰: "此後漂到人, 願從水路歸者, 一邊發送後狀聞。"


  • 【태백산사고본】 30책 30권 8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159면
  • 【분류】
    외교(外交) / 호구(戶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