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궁에서 작헌례를 행하다
육상궁(毓祥宮)에서 작헌례(酌獻禮)를 행하였다. 올해는 숙빈(淑嬪)이 출생한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상이 봉안각(奉安閣)·연호궁(延祜宮)·선희궁(宣禧宮)을 일일이 참배하고 나서 궁원(宮園)에서 남여(藍輿)를 타고 청풍계(淸風溪)에 이르러 태고정(太古亭)에서 잠깐 쉬었는데, 이 집은 바로 고(故) 재상 김상용(金尙容)의 집이다. 그의 제사(祭祀)를 받드는 후손을 소견(召見)하고, 전조(銓曹)에 명하여 녹용(錄用)하도록 하였으며, 호조(戶曹)에 명하여 그 집을 수리해주도록 하였다. 또 창의궁(彰義宮)·장보각(藏譜閣)과 의소묘(懿昭廟)를 일일이 참배하고, 돌아오는 길에 화순 옹주(和順翁主)의 집에 이르러 옹주의 아들 김이주(金頤柱)를 불러 만나보았다. 이어 하교하기를,
"환갑날에는 연회(宴會)를 차려주고 시(詩)를 지어주는 것인데, 그가 노쇠(老衰)하기 때문에 맞아들일 수가 없다. 어가(御駕)가 옹주의 집을 지나게 되어 길에서 불러 만나보았는데, 선조(先朝)의 외손(外孫)을 어찌 외조(外朝)의 여러 신하들에게 비하겠는가. 지난날에 직질(職秩)을 올려주려다가 미처 못하였다. 행 부사직(副司直) 김이주를,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를 가설(加設)하여 단망(單望)으로 추천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사은(謝恩)하게 할 것이며, 김귀주(金貴柱)의 주인집에는 의빈(儀賓)을 보내 치제(致祭)하되, 제문(祭文)은 내가 친히 짓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29권 32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99면
- 【분류】왕실(王室)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