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차가 새 원소에 나가다
행차가 새 원소에 나아갔다. 재실에 들어가 시복(緦服)을 갖춰 입고 정자각까지 걸어가서 재궁을 살펴본 다음, 곡하는 자리에 가서 곡을 하였다. 이어 아침 상식을 절차대로 올리고 수도각(隧道閣)에 나아가 광(壙) 안의 흙 빛깔과 사방 산의 국세(局勢)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총호사 채제공이 아뢰기를,
"오늘 아침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으나 유독 수도각 안에만은 한 점의 안개 기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아침과 썰렁한 밤의 바람 기운이 매섭고 싸늘한 시각에도, 이 각에 들어서면 따뜻하기가 온돌방과 같으니, 상서로운 광채가 모여들고 길한 기운이 스며있다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걸어서 주산(主山)의 봉우리에 올랐다가 보여(步轝)를 타고 산등성이를 빙 돌아나와 후탁(後托)의 머리를 들이민 지점에 이르러 하교하기를,
"이 산의 이름이 화산(花山)이니 만큼 꽃나무를 많이 심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정자각으로 돌아와서 주다례(晝茶禮)를 친히 거행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9면
- 【분류】왕실(王室)
○己未/駕詣新園所。 入齋室, 具緦服, 步詣丁字閣, 奉審梓宮, 出就位, 哭。 仍行朝上食如儀, 詣隧道閣, 詳覽壙中土色, 與四山局勢。 摠護使蔡濟恭曰: "今朝大霧漫蔽之中, 獨於隧道閣內, 無一點霧氣。 且寒朝冷夜風氣栗烈之時, 入此閣中, 則溫如燠室, 祥光所聚, 吉氣所蘊, 於此可見矣。" 上步陟主山上峰, 以步輿遶出山脊, 至後托入首處, 敎曰: "此山名是花山, 多植花木好矣。" 還詣丁字閣, 親行晝茶禮。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5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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