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원에 전배하니 대신들이 꼭 멈추기를 청하다
영우원에 전배하였다. 판중추부사 서명선 등이 일제히 가마 앞에 나아가 아뢰기를,
"십수 일만 기다렸다가 성상의 체후가 정상을 회복하신 후 거둥하소서. 그렇게 하면 도리로 보나 일의 체면으로 보나 실로 합당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런 때를 어찌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한때나마 슬픈 마음을 쏟아내고 싶으니, 경들은 물러가도록 하라."
하였다. 좌의정 이재협이 가마를 부여잡고서 아뢰기를,
"대저 한(漢)나라 설광덕(薛廣德)은 일개 어사에 불과하였으나 능히 임금의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신들이 비록 매우 형편없지만 그 관직은 임금을 보호하는 대신(大臣)입니다. 어찌하여 전하께서는 이토록 굳이 거부하십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들에게 시달리다보니, 격기(膈氣)가 다시 치밀어 오르려고 한다."
하였다. 명선이 아뢰기를,
"곡읍(哭泣)은 자잘한 예절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상복을 입고서도 곡을 안 하는 것은 예로 볼 때 안 될 일이다. 다시는 번거롭게 청하지 말라."
하였다. 상이 재실에 들어가 시복(緦服)을 갖추어 입고서, 옹가(甕家) 안에 들어가 곡을 하며 슬픔을 한껏 터뜨려 마지않았다. 격기가 다시 심해지니, 명선 등이 아뢰기를,
"비록 죽을 죄를 범하더라도 감히 옷깃을 당기는 의리를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하고, 드디어 나아가 절을 하고는 부축하면서 연이어 곡을 멈추기를 청하였으나, 상이 듣지 않았다. 신기(神氣)가 점점 더욱 혼미해지고 또 구역질을 하려는 증세까지 보이니, 명선 등이 앞으로 나아가 부축하여 일으켰다. 이어 재실로 돌아와 편여(便輿)를 타고서 원소의 청룡(靑龍) 편을 통해 답십리(踏十里)를 지나 살곶이 다리[箭串橋]에 이르렀는데, 상이 이르기를,
"지나온 길이 더없이 평탄하구나. 신원의 연로(轝路)를 이곳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51면
- 【분류】왕실(王室)
○癸酉/展拜永祐園。 判中樞府事徐命善等, 齊進轎前奏曰: "稍待十數日, 聖候復常後動駕, 則道理也、事面也, 實合允當矣。" 上曰: "此時豈易得乎? 欲爲一時洩哀, 卿等退去。" 左議政李在協攀轎奏曰: "夫薛廣德, 一御史也, 能回主聽。 臣等雖甚無狀, 其官則保護也、大臣也。 何殿下固拒之至是也?" 上曰: "爲卿等所困, 膈氣復欲衝上。" 命善曰: "哭泣, 不過小節。 今番則除之似好。" 上曰: "受服而不哭, 於禮不可。 更勿煩請。" 上入齋室, 具緦服, 詣甕家內, 哭盡哀不止, 膈氣復添。 命善等曰: "雖犯死罪, 敢效牽裾之義矣。" 遂進伏扶護, 連請止哭, 上不聽。 神氣漸益昏綴, 又有嘔逆之候。 命善等進前扶掖而起, 仍還齋室, 乘便輿, 由園所靑龍邊, 過踏十里, 至箭串橋。 上曰: "所經道路, 極平坦。 新園轝路, 以此決定好矣。"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5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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