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환·이노춘의 엄벌을 청한 교리 정만시의 상소
교리 정만시(鄭萬始)가 상소하기를,
"구언(求言)의 기회를 가탁해서 비방하는 버릇을 행한 것은 오익환(吳翼煥)의 소보다 심한 것이 없습니다. 시험삼아 그 알기 쉬운 것만을 뽑아 말씀드리면, ‘간하면 축출되지 않는 경우가 없고 거슬리면 주벌(誅罰)되지 않는 경우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호오(好惡)에 성실이 부족하고 거조가 이치에 어긋났다.’는 흉언(凶言)에 이르러서는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란(眩亂)하게 하였습니다. 이는 필시 국가를 원망해 틈을 노리는 자들이 임금을 무함(誣陷)하려는 계획을 이루고자 하고 겸해 임금을 시험하려는 마음을 품고서 종용(慫慂)해 이런 상소를 올리게 한 것이니, 참으로 흉역(凶逆)의 효시입니다. 그러니 신의 생각에는 오익환을 왕부(王府)에 엄히 가두어 형벌을 쓸 때를 기다려 국문하심이 마땅하다고 여겨집니다.
하적(夏賊)의 그지없는 흉악을 국문해 다스리기를 너무 너그럽게 하고 법을 사용하기를 너무 너그럽게 하여 눈앞의 안일만을 추구하는 버릇이 날로 심해서 이 적을 여느 난역(亂逆)과 다름없이 보아 조정 위에는 징토(懲討)하는 말이 전혀 없고 장소(章疏) 사이에는 도리어 해탄(駭嘆)스러운 말들이 많습니다. 구해 증해(仇解憎蟹)의 비유도 그 비유한 것이 사리에 맞지 않아 물정(物情)이 놀라 의혹하고 있습니다. 해(解)를 정도를 지켜 굽히지 않은 사람으로 설정해 놓고서 이를 국수(國讎)인 하적에 비유한 것은 무슨 뜻입니까? 하적의 대역(大逆)이 오로지 한 시(時) 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노춘이 하적에게 한편이 되어 붙은 것이 또 오로지 동일한 시 자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지금 갑자기 한 시 자로써 역적을 처단하는 죄안(罪案)으로 삼았으니, 이것이 무슨 말입니까? 만고에 없는 하적의 그지없이 흉악한 죄상을 한마디로 시 자뿐이라고 하고 만다면 세월이 조금 흐름에 잘못 유전(流傳)되어 국가의 형정(刑政)을 말꼬투리나 잡는 것으로 의심하는 자까지 있을 것이니, 세도(世道)에 해가 되고 의리에 근심이 되는 것이 어찌 눈앞의 성토를 느슨하게 한 데 그칠 뿐이겠습니까. 지난번 전교 중에 시 자로써 신칙하신 유지(諭旨)는 바로 신하로서 임금의 시(時)를 배반하고 당사(黨私)의 벽(僻)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고, 여러 적의 역절(逆節)이 오로지 한 시 자에 있다고 말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신(廷臣)이 이것을 중대한 죄안(罪案)으로 삼은 것은 전적으로 하적을 다스리는 데 너무 너그럽게 한 데서 연유했을 뿐입니다. 신은 하적에게 속히 괄(适)·운(雲)의 예(例)를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전에 이미 다 말하였다고 비답하였다. 경자년 이후로 조신(朝臣)이 또다시 분당(分黨)되는 조짐이 있어, 이명식(李命植)·서유린(徐有隣) 등 한 떼의 사람을 시파(時派)라 칭하고, 김종수(金鍾秀)·심환지(沈煥之) 등 한 떼의 사람을 벽파(僻派)라 칭하였는데, 이때에 와서 정만시의 소에 비로소 시·벽 두 자를 말하였다. 이 때부터 더욱 서로 공격하여 다시 합쳐질 수 없게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44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703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校理鄭萬始上疏曰:
假托求言之會, 陰售誹謗之習, 未有甚於吳翼煥之疏。 試撮其易知者曰: ‘諫之未必不黜, 忤之未必不。 誅’ 至於好惡欠誠, 擧措違理, 則凶言藏頭去尾, 令人眩亂。 是必怨國伺釁之徒, 欲售誣上之計, 兼懷嘗試之心, 慫慂爲此, 直凶逆之嚆矢也。 臣謂吳翼煥, 嚴囚王府, 待用刑鞫問宜矣。 夏賊之窮凶極惡, 鞫治太踈, 用法太寬, 玩愒日甚, 視此賊無異尋常亂逆, 朝廷之上, 絶無懲討之說, 章疏之間, 反多駭惋之說。 仇解憎蟹之喩, 譬擬不倫, 物情駭惑。 以解系守正不撓之人而比, 況於國讎之夏賊, 抑何意也? 夏賊之爲劇逆, 不專在於一時字, 李魯春之黨附夏賊, 又不專在於同一時字, 則今忽以一時字, 作爲斷逆之案, 是何言也? 夏賊萬古所無之窮凶情節, 一言而蔽曰, 時字而已, 歲月稍久, 流傳或訛, 國家刑政, 疑以抉摘, 則世道之害, 義理之憂, 不但目前之緩聲而已。 向來傳敎中, 以時字飭諭者, 乃指爲臣子, 而背君父之時, 趨黨私之僻而言, 非以諸賊逆節, 專在一時字, 則廷臣之作爲欛柄, 專由於治夏賊, 太踈太寬。 臣謂夏賊, 快施适雲之例宜矣。
批以前已悉諭。 自庚子以後, 朝臣又有分黨之漸, 李命植、徐有隣一隊人, 稱時派。 金鍾秀、沈煥之一隊人, 稱僻派。 至是萬始疏, 始言時、僻二字。 自此益相攻擊, 不可復合。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44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703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