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첨사 유언호 등이 북경에서의 일을 치계하다
동지 정사(冬至正使) 유언호(兪彦鎬), 부사 조환(趙瑍) 등이 북경에서 치계하기를,
"지난해 12월 24일에 북경에 도착하여 29일에 태묘(太廟)에 제사지내고 환궁하는 황제를 사신(使臣)들이 오문(午門) 앞에 나아가서 지영(祗迎)하였더니 황제께서 어전 대신(御前大臣) 복장안(福長安)을 시켜 국왕(國王)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또 사신들을 연종연(年終宴)에 참여시키려고 예부 상서(禮部尙書) 덕보(德保)를 시켜 본국 세자의 복제(服制)가 끝났는지의 여부를 묻기에 신들이 복제가 끝났다고 대답하였더니 30일 보화전(保和殿) 뜰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하라고 하였습니다.
본년 원일(元日)에 태화전(太和殿) 뜰에 들어가서 조참례(朝參禮)를 행하였습니다. 9일 황제가 자광각(紫光閣)에서 연회를 열고 사신들을 불러 2품(品) 끝에 앉히고 연회가 끝나자 금단(錦緞)·하포(荷包)를 차등있게 내렸습니다. 10일 원명원(圓明園)에 거둥하는 황제를 삼좌문(三座門)에서 지송(祗送)하였습니다. 12일 원명원의 산고수장각(山高水長閣)으로 가서 등놀이를 구경하였습니다. 14일에 사신들을 내반(內班)의 제왕(諸王)의 열(列)로 불러들여 어전주기(御前奏技)를 구경시키고, 다음날에는 정대광명전(正大光明殿)으로 불러들여 헌부(獻俘)·방생(放生) 등 여러 놀이를 구경하게 하였습니다. 원소(元宵)061) 에는 산고수장각으로 가서 간등(看燈)하는데 음식을 내렸습니다.
황제가 화신(和珅)을 시켜 사신들이 시를 잘 짓느냐고 묻고 즉시 지어 올리라고 하기에 시를 지어 예부(禮部)에 올렸더니 상으로 비단·종이·붓·먹을 내렸습니다. 19일 사신들을 산고수장각에서 인견(引見)할 때 어좌(御座) 앞으로 나오게 하고는 화신을 시켜 선유(宣諭)하기를 ‘사신들은 본국으로 잘 돌아가서 짐의 뜻을 국왕에게 꼭 전하라.’ 하고, 이어 앉아서 차를 마시게 하고 복장안으로 하여금 맛보기를 권하게 하였습니다. 이날 저녁에 황제의 명으로 사신들이 수행(隨行)하여 중문(重門)을 지나고 빙호(氷湖)를 건너 평지로 1리쯤 가서 경풍도(慶豐圖)에 이르러 앉아서 놀이를 구경하고 파하였습니다. 2월 4일에 비로소 북경을 떠났습니다."
하니, 상이 유언호가 돌아온다는 것을 듣고 사관(史官)을 보내어 위로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692면
- 【분류】외교(外交)
- [註 061]원소(元宵) : 15일.
○冬至正使兪彦鎬、副使趙瓊等, 在北京馳啓言: "前年十二月二十四日, 到北京。 二十九日, 皇帝祭太廟還, 使臣詣午門前祗迎。 皇帝使御前大臣福長安, 問國王平安。 又將令使臣參年終宴。 命禮部尙書德保, 問本國世子服制已訖否。 臣等以制訖對。 三十日, 令參宴于保和殿庭。 本年元日, 入太和殿庭, 行朝參禮。 初九日, 皇帝設宴紫光閣, 坐使臣於二品之末, 宴罷, 賜錦緞荷包有差。 初十日, 皇帝幸圓明園, 祗迎予三座門。 十二日, 詣圓明園之山高水長閣, 看嶝戲者三日。 十四日, 引入使臣于內班諸王之次, 觀御前奏技, 翌日, 引入正大光明殿, 上看獻俘、放生諸戲。 元宵, 詣山高水長閣看燈, 宣饌。 皇帝命和珅問使臣能詩, 令卽製進。 詩成呈于禮部。 賞賜緞紙筆墨。 十九日, 召見使臣于山高水長閣, 引至御座前, 命和珅宣諭曰: ‘使臣好還本國, 須致朕意于國王。’ 因賜坐啜茶。 令福長安勸嘗。 是夕, 皇帝命使臣隨後, 歷重門涉氷湖, 迤行里餘, 至慶豐圖賜坐, 看戲而罷。 二月初四日, 始離北京。" 上聞彦鎬且還, 遣史官勞問。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692면
- 【분류】외교(外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