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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23권, 정조 11년 2월 12일 경술 1번째기사 1787년 청 건륭(乾隆) 52년

수빈의 가례를 행하다

수빈(綏嬪)의 가례(嘉禮)를 행하였다. 빈(嬪)이 예궐(詣闕)하자 의위(儀衛)를 격식대로 하고, 때가 되자 명복(命服)을 갖추고 수식(首飾)을 가하고 가마를 타고 나왔는데 궁인 이하가 길에서 배위(陪衛)하며 인도하고 따르기를 의식대로 하였다. 가례청(嘉禮廳) 당상관(堂上官)·낭관(郞官)과 오상사(五上司)와 육조(六曹)의 참판 이상이 흑단령(黑團領) 차림으로 수종(隨從)하여 돈화문(敦化門) 서쪽 협문[西夾門]을 거쳐 들어와 합문(閤門) 밖에 이르렀다. 빈이 가마에서 내리자, 궁인이 배위하여 따라 들어가고 가례청 당상관·낭관 이하는 물러 나왔다. 미시(未時)에 조현례(朝見禮)를 행하고, 상침(尙寢)이 별전(別殿)에 어좌(御座)를 설치하고 좌우에 향안(香案)을 설치했으며 동서에 의장(儀仗)을 진열하고, 내합(內閤) 밖에다 빈의 자리를 설치하고, 배위(拜位)를 전(殿)의 섬돌 아래에다 설치하였다. 때가 되자 전빈(典賓)이 자리로 나오기를 청하니, 빈이 명복을 갖추고 수식을 한 차림으로 나오자 전빈이 빈을 인도하여 합(閤)에 이르렀다. 상의(尙儀)가 꿇어앉아 중엄(中嚴)082) 을 아뢰니, 전빈이 빈을 인도하여 서상(西廂)에 동향으로 섰다. 상의가 꿇어앉아 외판(外辦)083) 을 아뢰니, 임금이 원유관(遠遊冠)에 강사포(絳紗袍) 차림으로 규(圭)를 들고 자리로 올라가니, 산선(繳扇)과 시위(侍衛)를 정해진 의식(儀式)대로 하였다. 전빈이 인도하여 배위(拜位)로 나아가자 전빈이 ‘사배(四拜)’라고 창(唱)하니, 빈이 사배를 마쳤다. 상의가 꿇어앉아 아뢰니, 임금이 자리에서 내려와 안으로 들어가고, 전빈이 빈을 인도하여 자리로 돌아갔다.

신시(申時)에 동뢰(同牢)를 행하였다. 내시(內侍)가 내합(內閤) 밖에다 빈의 자리를 설치하였는데, 욕석(褥席) 펴기를 의례대로 하였다. 상침이 어장(御帳)을 전내(殿內)에 설치하고 지석(地席)·중인(重茵)을 펴고 병장(屛障)을 설치하고, 상식(尙食)이 주정(洒亭)을 설치하고 그 위에 근잔(卺盞) 2개를 두었다. 상침(尙寢)이 산선(繖扇)·전등(典燈)·집촉(執燭)하는 자를 거느리고 빈의 자리 앞에 죽 늘어섰다. 때가 되자, 전빈이 자리에서 나오기를 청하니, 빈이 명복(命服)을 갖추고 수식(首飾)을 한 차림으로 나왔다. 전빈이 빈을 인도하여 합문(閤門) 밖에 이르니, 임금이 원유관에 강사포 차림으로 규(圭)를 들고 나왔다. 상궁(尙宮)이 앞에서 인도하여 합문 안으로 나아가자 전빈이 빈을 인도하여 들어갔다. 전빈이 ‘사배(四拜)’를 창(唱)하니, 빈이 사배를 마쳤다. 임금이 자리로 가자 빈이 자리로 갔다. 상식(尙食)이 찬안(饌案)을 들고 들어가 진설하고 상식 두 사람이 잔을 들어 술을 따르고 꿇어앉아서 올리니 초윤(初酳)을 예(禮)대로 하고 재윤(再酳)·삼윤(三酳)을 초윤처럼 하였다. 상의가 꿇어앉아 예필(禮畢)을 아뢰고, 전빈이 빈을 인도하고, 상궁이 임금을 인도하여 위악(幃幄)으로 들어갔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23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635면
  • 【분류】
    왕실(王室)

  • [註 082]
    중엄(中嚴) : 나라의 큰 의식(儀式)이나 행사에 임금이 거둥할 때 궁중에서 이에 참여하는 여러 관서에서 준비를 서둘도록 알리기 위하여 세 차례 치던 북소리를 말함. 초엄(初嚴)·이엄(二嚴)·삼엄(三嚴)이 있는데, 중엄은 이엄에 해당하며 중엄이 울리면 임금은 곧 거둥하였음.
  • [註 083]
    외판(外辦) : 임금의 거둥 때에 의장(儀仗)·호종(扈從)들을 제자리에 정돈시키는 일을 말함.

○庚戌/行綏嬪嘉禮。 嬪詣闕, 陳儀衛如式, 時至, 具命服、加首开, 乘轎以出。 宮人以下陪衛導從如儀。 嘉禮廳堂郞、五上司、六曹參判以上, 俱以黑團領隨從, 由敦化門西夾, 入至閤外。 嬪降轎, 宮人陪衛隨入。 嘉禮廳堂郞以下退出。 未時, 行朝見禮, 尙寢設御座於別殿, 設香案於左右, 陳儀仗於東西, 設嬪次於內閤外, 設拜位於殿階下。 時至, 典賓請出次, 嬪具命服、加首飾以出, 典賓引嬪至閤。 尙儀跪啓中嚴, 典賓引嬪, 立於西廂東向。 尙儀跪啓外辦, 上具遠遊冠絳紗袍, 執圭陞座。 繖扇、侍衛如常儀。 典賓引就拜位。 典賓唱四拜, 嬪四拜訖。 尙儀跪啓上降座還內, 典賓引嬪還次。 申時, 行同牢。 內侍設嬪次於內閤外, 鋪褥席如儀。 尙寢設御帳於殿內, 鋪地席重茵, 設屛障, 尙食設酒亭, 置兩巹盞於其上。 尙寢帥繖扇、典燈、執燭者, 列立於嬪次前。 時至, 典賓贊請出次, 嬪具命服、加首飾以出。 典賓引嬪至閤外, 上具遠遊冠、絳紗袍, 執圭以出。 尙宮前導詣閤內, 典賓引嬪以入。 典賓唱四拜。 嬪四拜訖。 上卽座, 嬪就坐。 尙食擧饌案入設。 尙食二人取盞酌酒, 跪進初酳如禮。 再酳、三酳幷如初。 尙儀跪啓禮畢, 典賓引嬪, 尙宮導上, 入于幃幄。


  • 【태백산사고본】 23책 23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635면
  • 【분류】
    왕실(王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