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잘못 쓴 손용득을 형조로 넘겨 귀양 보내다
대제학 김종수가 뵙기를 청하여 아뢰기를,
"어떤 인사가 찾아와서 이 종이 쪽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종이 쪽지에 ‘동내에 있는 손가(孫哥)란 놈이 찾아와서 말하기를 9월에 병환을 앓을 때에 내관 이지사(李知事)가 약물을 살펴보았는데, 약국의 약을 쓰지 않고 그의 약을 다려서 올렸으므로 그것을 먹고 그 즉시 죽었다. 비록 이런 일이 있으나 아는 자가 없었다. 왕대비께서 이를 알아차리고 상감(上監)에게 【나라의 풍속에 주상을 상감이라고 일컬었다.】 고하자, 상감이 이 말을 듣고 매우 놀라 바로 성빈(成嬪)의 치상소(治喪所)에서 이 지사를 붙잡아다 그 즉시 내보내 목을 베려고 하였다.
그런데 중간에서 만류한 자가 있어서 그 자리에서 칼을 씌워서 멀리 귀양을 보냈다가 11월에 방면되어 돌아왔다. 대체로 이 내시는 일찍이 홍국영과 마음을 통해 체결하였는데 지극히 요악스러워서 옛날 조고(趙高)313) 라도 그보다 더할 수 없었다. 그의 양자 양대의(梁大宜)도 임금의 총애를 받아 품계가 높았는데, 그의 생부가 처벌을 받았을 때 그의 품계를 삭탈 당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 일은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약을 사용한 일에 있어서, 약을 조제하고 약을 다릴 때 내가 직접 살피었으니, 이는 궁중 안팎에서 다같이 알고 있는 바이다. 더구나 약봉지와 약그릇은 모두 침실에 두고 사용하였으니, 사실이 대체로 이와 같다. 이는 중관(中官)이 궁방을 주관하였으므로 자기들끼리 시기한 것도 없지 않을 것이니, 지난해에도 이처럼 터무니없는 말이 있었다. 그 단서의 유무를 기다려 문안(文案)을 내보여 주겠다."
하였다. 이날 밤에 임금이 친히 손용득(孫龍得)을 신문하였다. 손용득이 공초하기를,
"내관은 바로 이윤묵(李允默)인데, 이윤묵이 귀양갔을 때 그집 늙은 여종이 신의 형수인 여복가(女卜家)에 와서 점을 쳤습니다. 그 여종이 말하기를 ‘우리 집 대감이 본궁을 주관하였는데, 혹 약을 쓸 때에 잘 살펴보지 않아 죄를 저질렀을까 염려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여 친하게 지낸 양반에게 말하였습니다."
하였다. 여복 김아지(金阿只)에게 신문하니, 김아지가 공초하기를,
"내관의 여종이 말하기를 ‘큰 상전이 갑자기 귀양을 갔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약물을 살필 때에 잘 하지 못한 일이 있을까 염려되기에 와서 물어본 것이다.’고 하였는데, 손용득의 처도 이 말을 들었습니다."
하였다. 내관의 여종 악연(岳蓮), 악이(惡伊)와 대질시켰다. 손용득의 처 최아지(崔阿只)가 공초하기를,
"내관의 여종이 점을 친 것을 보았는데, 여복이 그 여종에게 말하기를 ‘이 사람의 신수는 마땅히 죽어야 하므로 이런 죄를 지은 것이다. 이번 상사(喪事)는 혹시 약을 잘못 쓴 소치가 아닌가?’ 하니, 그 여종이 대답하기를 ‘우리 상전이 본궁을 주관하여 매사를 살피고 있었으니, 약을 쓸 때에 잘못한 것이 있다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악연이 공초하기를,
"사실입니다."
하였다. 다시 손용득을 문초하니, 손용득이 공초하기를,
"말뜻의 줄거리를 모르고 갑자기 듣고 나니 놀랍고 분개하여 친한 사람에게 우연히 말한 것이지, 퍼뜨릴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닙니다."
하였다. 손용득을 형조로 넘겨 귀양 보내고, 악연은 형추하고 나서 먼 섬으로 귀양보내 여종으로 삼으라고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84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622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의약-의학(醫學)
- [註 313]조고(趙高) : 진(秦)나라 이세 황제(二世皇帝) 때의 환관(宦官).
○大提學金鍾秀請對言: "有一士人, 來示此紙。 其紙曰: ‘洞內有孫哥漢來言, 九月病患時, 內官李知事, 看檢藥物, 而不用藥局之藥, 自煎渠藥進之, 服卽卒逝。 雖有此事, 莫有知者矣。 自王大妃殿, 有所察得, 告于上監, 【國俗, 稱主上爲上監。】 上監聞卽大驚, 直自成嬪治喪所, 拿致李知事, 將欲卽地出斬矣。 又自中間, 有解止者, 卽地着枷遠竄, 至月放歸, 而大槪此宦, 曾與國榮, 連腸締結, 至妖至惡, 雖古趙高, 無以加之。 其養子梁大宜, 亦以上寵秩高, 渠父蒙罪時, 亦削其秩。’ 云矣。" 上曰: "此事必有苗脈矣。 至於用藥一款, 製之煎之, 予必躬撿。 此宮中內外之所知。 況藥帒、藥器, 皆藏之臥內而用之, 事實大抵如此。 此中官主管宮房, 自中不無猜剋。 昨年, 亦有此等無根之說矣。 待端緖有無, 當出示文案矣。" 是夜, 上親訊孫龍得。 龍得供曰: "內官, 卽李允默, 而允默之定配也, 渠家老婢, 來臣嫂女卜家問卜, 而厥婢以爲: ‘吾家大監, 主管本宮, 或者用藥之際, 有不善看檢, 而致罪過。 以此爲慮。’ 云。 故聞之, 不勝疑惑, 果言於所親兩班矣。" 問女卜金阿只。 阿只供: "內官婢子以爲: ‘大上典卒然被配, 莫知其故。 藥物看檢之時, 慮或有不善擧行之事, 有此來問。’ 云。 龍得妻, 亦爲參聞矣。" 與內官婢子岳蓮、惡伊面質。 龍得妻崔阿只供: "見內官婢子問卜, 而女卜謂厥婢曰: ‘此人身數當死, 故遭此罪過。 今番喪事, 或出於用藥不善之致乎?’ 厥婢答以爲: ‘吾上典, 以本宮次知, 每事看檢, 則不善於用藥之際, 亦或無怪。’ 云云矣。" 岳蓮供: "是實。" 更訊龍得。 龍得供: "不知語意脈絡, 驟聞而驚憤, 偶言於所親, 非有意於傳說也。" 命孫龍得, 出付刑曹定配。 岳蓮, 刑推遠島爲婢。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84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622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의약-의학(醫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