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상인·노비 등이 사대부를 능멸한 죄에 대한 논의
김도흥(金道興)이란 사람은 이영규(李永逵)의 노복이었다. 이영규가 김도흥에게 곤욕을 당하게 되자 발로 차는 바람에 죽게 되었다. 김도흥의 아들 김득복(金得福)이 해부(該部)에 호소하면서 주인을 고발하는 것을 혐의롭게 여겨 사실대로 고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고하는 것처럼 하여 저절로 이영규에게 미치게 하려고 하였다. 형조에서 아뢰니, 하교하기를,
"종과 주인의 분수는 양반이나 천인이나 차이가 없다. 종이 주인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도 국법에 금지되어 있는데 주인이 종의 무함을 받았으니, 무슨 법에 처해야 합당하겠는가? 대체로 고발한 것은 옥사를 성립하려고 한 것이고, 옥사를 성립하는 것은 주인을 죽이려고 꾀한 것이다. 주인을 죽인 죄는 삼성(三省)112) 에서 국문해야 한다. 비록 다행히 옥사가 성립되지 않고 증거가 성립되지 않았지만, 모살(謀殺)의 흉측한 모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고 고발한 자에게 해당된 법이 본디 법전에 있다. 경들은 격식을 갖추어 모여서 추국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윤리와 기강을 존속하고 한편으로는 명교(名敎)를 수립하도록 하라. 이로 인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 있다. 미천한 조례(皂隷)들이 관장을 알지 못하고 노복의 무리들이 주인을 두려워하지 않아 가난한 선비나 초라한 씨족이 모욕을 당하는 자가 어느 곳이나 있다. 이는 지나치게 억누르다가 그 폐단이 완고함을 키우게 된 것이다. 또 적당한 율명(律名)이 없어서 매양 장사꾼이 5품 이상의 관원을 욕하고 고공(雇工)이 주인을 욕하는 법으로 논죄하였다. 그런데 근래에는 다른 법을 참조하지 말라는 것으로 인하여 위의 두 건의 법도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미천한 사람이 귀한 사람을 능멸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범한 것이 그렇게 하도록 지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지난번 《통편(通編)》을 증보할 때에 이 일에 대해 별도로 율명을 강정하려고 하였다가 못하고 말았는데, 지금 또 말하지 않는다면 이게 어찌 상형(祥刑)을 제정한 뜻이겠는가? 경들은 널리 법전을 상고한 다음 대신에게 의논하여 단례(斷例)를 확정지어 끝에다 붙여 재가를 받도록 하라."
하였다. 형조에서 말하기를,
"영의정 정존겸이 말하기를 ‘지난번 장사꾼이 5품 이상의 관원을 욕하고 고공이 주인을 욕하는 것에 대한 법을 참조하지 말라고 한 것은 대체로 유사가 잘 받들어 이행하지 못한 것을 주의시킨 것이지, 법이 불미하여 그런 것이 아닙니다. 조례들이 관장을 욕하고 노복이 주인을 능멸하고 미천한 것이 사족을 욕하는 것은 이미 《대전(大典)》과 《대명률(大明律)》에 있습니다. 이상의 여러 조항을 그전처럼 참조하여 논죄해야 하겠습니다.’ 하고, 영돈녕부사 홍낙성은 말하기를 ‘상놈이 조정의 관원이나 사대부를 능욕하였을 경우 《대명률》과 《통편》의 여러 조항에서 품계에 따라 등급을 높인 것을 참작하여 장(杖)·도(徒)의 제도로 만들고, 여종의 남편이 처의 상전에게 욕하는 것은 고공이 주인에게 욕하는 법을 참조하는 것이 사리에 합당할 듯합니다.’ 하고, 판중추부사 이복원은 말하기를, ‘조례들이 관장을 능욕하고 노복이 주인을 능멸하고 상놈이 사대부를 욕하는 것은 본디 해당된 법이 있으니, 그 범한 죄의 경중에 따라 참조하여 시행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하고, 판중추부사 김익은 말하기를, ‘지금 이른바 노복은 고공이나 여종의 남편 등속입니다. 고공이 주인을 욕하였을 경우 이미 《대명률》에 정해져 있고 여종의 남편을 솔하(率下)로 둘 경우 고공과 같이 논한다고 《대전통편(大典通編)》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상놈이 사족을 구타하였을 경우 장(杖) 1백 대와 도(徒) 3년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즉 《대전통편》의 추단조(推斷條)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서, 욕하는 것은 구타에 비해서 조금 가벼우므로 낮춘 것이니, 욕하는 것에 해당한 법이 여기에 있습니다. 조례가 관장을 알지 못하는 것은 《대명률》에 그 부의 백성과 아전들이 5품 이상의 관원에게 욕하는 법과 《대전통편》에 장사꾼은 유식자나 무식자를 막론하고 한 등급을 더 적용한다는 조문을 참작하여 법을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습니다. 신 등이 법을 상고해 보니, 하리로서 관장을 욕하는 자는 무직자나 유직자나 간에 그 범한 바에 따라 가감이 있었으니, 높은 관원이나 서민들은 저절로 아울러 논하게 되어 있습니다. 노복이 가장을 능멸하였을 경우에는 이미 고공의 장도(杖徒) 법이 있고, 여종의 남편이 고공과 같다는 것도 《대전》에 기록되어 있으니, 본 법을 참작하여 사용하면 되지,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성상께서 재량해 하소서."
하니, 하교하기를,
"경 등이 끝에 쓴 글 가운데 아전과 백성을 천례(賤隷)들과 싸잡아 논하고 여종의 남편을 대뜸 고공으로 일컬었으니, 법 적용이 더러 분명하지 않고 참조를 잘못한 것이 아닌가? 말한 자도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 없으니, 구전(舊典)만 가지고 수시로 참작하여 하는 것은 실로 두루 편리하게 하자는 의의에 합치된다. 속담에 이른바 숙녹비대전(熟鹿皮大典)이라고 하는 말이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본 관할의 아전이 5품 이상의 관장을 욕하였을 경우 장 1백 대를 때리게끔 되어 있는데, 만약 6품 이하로 품계가 없는 잡기의 관원일 경우 장(杖) 몇 대를 쳐야겠는가? 차례로 감해 나갈 경우 10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관청의 관장을 욕한 자는 또 어떻게 논죄할 것인가? 경 등이 이른바 방조(旁照)한다는 말은 구애되는 점이 없겠는가? 공인·상인·미천한 자로서 무직이나 유직을 막론하고 사대부에게 욕을 한 자에게 장·도의 법을 적용한다면 본 관할의 장관을 욕한 하리들의 행동이 매우 어긋났을 경우도 장사꾼의 장·도의 법으로 단안을 내려야 되겠는가? 다시 의논하도록 하라."
하였다. 또 아뢰기를,
"두 가지 조항을 대신에게 의논하였더니, 별로 다른 의견이 없었습니다. 대체로 본 관할의 아전이 관장을 욕하였을 경우 비록 경중은 있겠지만, 그중 사리에 매우 어긋난 자는 마땅히 한 등급을 더 올려 법을 적용해야 하겠습니다. 상놈이 잡기의 관원이나 사대부를 욕한 것은 애당초 근거할 만한 법 조항이 없는데, 가벼울 경우 형장을 치고 무거울 경우 도배(徒配)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통편》 가운데 사족을 구타한 사리가 명백한 법으로 참작하여 등급을 감하면 새로 율명을 제정한 것으로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법이 한 번 정해지면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욕을 보았다고 가탁하여 거짓으로 꾸며 감정을 풀려는 자가 반드시 없으리라고 보장하기 어렵고 보면 그런 자는 범인보다 한 등급 더 높여 논죄하는 것은 후환을 염려한 데서 나왔다고 봅니다. 여종의 남편이 처의 상전을 욕한 것은 이미 《통편(通編)》 가운데 여종의 남편이 주인을 고발한 조문에 나타나 있습니다. 고발과 욕하는 것은 조금 경중이 있으니, 이에 따라 등급을 감한다면 《대명률(大明律)》에서 고공이 주인을 욕한 것에 대한 법조항과 자연히 합치될 것입니다. 여종의 남편도 차이가 있으므로 처와 같이 사는 자와 솔하에 있지 않은 자로 경중을 나누어서 정하여 뒤에 조목별로 열거하였습니다. 《대명률》에 제사(制使)나 본관 관장 5품 이상의 관원에게 욕한 자는 장 1백 대를 치고 6품 이하의 관장을 욕한 자는 3등급을 감하여 곤장 70대를 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사리에 어긋난 자는 곤장 1백 대에 도 3년을 적용하고, 다른 관청의 관장을 욕한 자는 각각 1등급을 감하고, 상놈이 품계가 있는 잡기의 관원과 품계가 없는 사족을 욕하였을 경우에는 장 60대를 치고 사리상 중한 자는 장 60에 도 1년에 처할 것입니다. 거짓으로 꾸며 무고한 자는 범인보다 한 등급 더 높여 논죄합니다. 《대전통편》의 존장을 고발한 조항에 ‘남종의 처나 여종의 남편이 주인을 고발하였을 경우 장 1백 대에 유(流) 3천 리에 처한다.’고 하였습니다. 처의 상전을 능멸한 자는 이 법보다 3등급을 감하여 장 80대에 도 2년을 적용하고, 처와 같이 살지 않거나 솔하가 아닐 경우에는 3등급을 감하여 장 1백 대만 칠 것입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본률(本律)이 이처럼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으니, 이에 따라 적용하더라도 불가한 것은 없다. 정상을 참작하고 법을 비교하여 공평하게 되도록 힘쓰는 것에 있어서는 오직 경들이 어떻게 사심을 버리고 공사를 받들어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으니, 경각심을 가지고 거행하도록 하라. 서민이나 상놈은 법의 유무를 몰라 쉽게 법을 범할 것이니, 지금 닦아 밝힐 때에 알려야만 죄를 두려워하고 형벌을 피하는 보람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노복이 주인을 고발한 데에 대한 법은 사형에 이르고 욕하는 것도 똑같이 법을 적용하게 되었는데, 이와 같은 법은 인명에 관계되니, 더욱 거듭 밝혀야 할 것이다. 경 등은 법 가운데 천한 사람이나 노복이 분수를 범하여 기강을 무시한 자를 조목별로 한 통을 기록하여 방방곡곡에 반포하여 보이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55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574면
- 【분류】윤리-강상(綱常) / 신분(身分) / 사법-법제(法制) / 물가-임금(賃金)
- [註 112]삼성(三省) : 강상 죄인(綱常罪人)에 있어 삼성 곧 의정부·사헌부·의금부가 합좌하여 추국(推鞫)하는 것. 삼성 추국(三省推鞫).
○甲申/金道興者, 李永逵奴也。 永逵遭困於道興, 踢之而死。 道興之子得福, 訴于該部, 而嫌於告主, 不爲直說, 乃認他人以告, 欲使自及於永逵。 刑曹以啓。 敎曰: "奴主之分, 班賤無間。 奴以主證, 尙載邦禁, 主被奴誣, 合置何辟? 大抵發告, 要成獄。 成獄, 要謀殺主。 殺主之罪, 三省按鞫。 雖幸獄未具、證未成, 未遂謀殺之兇謀, 發告之當律, 自有不易之三尺。 卿等具格會推, 一以存倫綱, 一以樹名敎。 因是有提問者。 皂隷之賤, 莫識官長, 僕圉之徒, 不畏家主, 貧士寒族之偏受凌侮者, 在在有之。 是由過於抑强, 而爲弊至於長頑。 又無的定之律名, 每以商隷罵五品以上, 雇工罵家長律, 攛挪勘決。 近因用律之勿許旁照, 右項兩律, 亦在廢却中。 然則賤凌貴、下犯上, 何異於導之使爲? 向於《通編》增補也, 擬將此事, 另欲講定律名, 而未之果焉, 今又不言, 是豈王者制祥刑之意? 卿等博考典律, 就議大臣, 定成斷例, 粘尾取旨。" 秋曹啓言: "領議政鄭存謙以爲: ‘向以商隷罵五品以上, 雇工罵家長律, 勿許旁照, 蓋飭有司之不善奉行, 非爲法之不美也。 皂隷侮官長, 僕圉凌家主, 下賤罵士族, 旣有《大典》及《大明律》。 已上諸條, 依前照勘。’ 領敦寧府事洪樂性以爲: ‘常賤凌辱朝官與士夫者, 參酌《大明律通編》諸條, 隨品加等者, 著爲杖徒之制, 婢夫罵辱妻上典者, 旁照於雇工之律, 恐合事宜。’ 判中樞府事李福源以爲: ‘皂隷之侮官長, 僕圉之凌家主, 常漢之罵士夫, 本有當律。 恐宜隨其情犯輕重, 照而行之。’ 判中樞府事金熤以爲: ‘今之所謂僕圉, 卽雇工婢夫之屬也。 雇工之罵家長, 已有《大明律》所定, 婢夫之在率下者, 有同雇工者論, 載在《大典通編》, 常賤毆打士族, 杖一百、徒三年, 卽《通編》 《推斷條》所載, 而詬辱比毆打差輕, 而遞而降之, 詬辱之當律在是矣。 皂隷之不識官長, 以《大明律》, 部民吏卒罵五品以上官之律, 《大典通編》, 商隷勿論有無職, 加一等之文, 參互定律爲宜。’ 云。 臣等就考典律, 吏卒之罵官長者, 無論有無職, 隨其所犯, 有所增減, 則顯官、匹士, 自在竝論。 僕圉之凌家長, 旣有雇工杖徒之律, 婢夫之同雇工, 又載《大典》, 參互本律, 不必新創。 請上裁。" 敎曰: "卿等跋辭中, 以吏民之混擬賤隷, 婢夫之輒稱雇工, 擬律或未別白, 旁照或失其當耶? 言者, 亦足謂不無所據, 只取舊典, 隨時參互, 實合周便之義。 諺所謂: ‘熟鹿皮大典’ 者, 此也。 然本管吏卒罵五品以上官長者, 杖一百, 若於六品以下, 至無品雜岐官者, 杖當幾許? 而以次遞減, 將至未準十度。 且或有罵他衙門官長者, 又當如何勘斷乎? 卿等所謂旁照云云, 得無窒礙之端? 工商賤隷之無論有無職, 向士夫詈罵者, 律至杖、徒, 則吏卒之罵本管官長, 藉令事理有絶悖者, 亦當斷以商隷杖徒之律可乎? 更議。" 又啓言: "以兩條就議大臣, 別無異見。 蓋本管吏卒之罵官長, 雖有輕重, 其中事理絶悖者, 當有加等之律。 常賤之罵雜岐官及士族, 初無可據法文, 而輕則決杖, 重則徒配。 俱以《通編》中毆打士族事理明白之律, 參酌減等, 恐非新創律名。 此律一定, 毋論京外, 假托逢辱, 構誣逞憾, 難保其必無, 則以比犯人加等論者, 出於慮後患。 婢夫之凌辱妻上典, 旣見於《通編》中, 婢夫告家長之文, 而告與罵, 差有輕重, 依此減等, 則自合於《大明律》雇工罵家長之律, 婢夫亦有緊歇之殊, 故作妻居生與不居率下者, 分輕重議定, 條列于後, 《大明律》罵制使及本管官長五品以上官者, 杖一百, 罵六品以下官者, 減三等, 杖七十云。 其中事理絶悖者, 杖一百、徒三年。 罵他衙門官者, 各減一等, 常賤罵有品雜岐官及無品士族者, 杖六十。 事理重者, 杖六十、徒一年。 搆捏誣告者, 比犯人加等論。 《大典通編》 《告尊長條》云: ‘奴妻、婢夫告家長者, 杖一百、流三千里。’ 云, 凌辱妻上典者, 比此律減三等, 杖八十、徒二年。 非作妻居生於率下者, 減三等, 只杖一百。" 敎曰: "本律, 旣如是昭載, 依此用之, 亦無不可。 至於參情較法, 務歸平當, 惟在卿等祛私奉公之如何, 惕念擧行。 小民常賤, 不識律文有無, 容易犯科, 及今修明之日, 須有懸法之擧, 可責畏罪避刑之效。 奴告主其律至死, 罵亦同律, 似此律令, 關係人命, 尤宜申申。 卿等就律文中關係貴賤奴主之犯分蔑綱者, 條錄一通, 頒示坊曲。"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55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574면
- 【분류】윤리-강상(綱常) / 신분(身分) / 사법-법제(法制) / 물가-임금(賃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