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를 손상한 양지 현감 유순을 삭판하다. 거사의 군역 충당에 반대하다
정언 이우진(李羽晉)이 아뢰기를,
"근래에 풍속이 야박하여 백성들이 윤상을 모두 잃었습니다. 양지(陽智)의 부유한 백성 가운데 아비와 자식 사이에 재물을 다툰 일이 있었는데, 그곳 관장(官長)이 도리어 그의 아들을 두둔하고 그의 아비를 잡아다 가두었으며, 관청에서 재물의 주인이 되어 문권(文券)을 만들어 재산을 나누어주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윤리를 손상하고 풍속을 어지럽히는 백성을 미천하다는 이유로 논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현감으로 말하면, 문을 닫고 자신의 허물을 생각하는 일은 사람마다 책망하기는 어렵지만 어떻게 차마 이처럼 나쁜 일을 도와줄 수 있단 말입니까? 신은 양지 현감 유순(柳詢)을 먼저 사판(仕版)에서 삭제하고 그 백성은 도백으로 하여금 엄히 조사하여 법으로 처리하여 풍속과 교화를 깨끗이 하여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또 아뢰기를,
"우리 나라에서 말하는 거사(居士)라는 것은 중도 아니고 속인도 아닌 자로서, 편적(編籍)에서 이름이 빠지고 신역(身役)이나 군포(軍布)가 없으니, 떠돌아다는 백성들 중에 가장 수상한 자입니다. 더군다나 근래에 흉측한 무리들이 이 무리들 속에서 발각되었으니, 우환을 염려하는 도리에 있어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동(河東) 지경의 일면은 완전히 이 무리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본읍은 역적의 소굴이 있었던 곳이니, 도백으로 하여금 각 고을에다 분산시켜 군역(軍役)에 충당시키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 부류들은 통렬히 금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들을 각 고을에다 분산시켜 둘 경우 하동 일개 마을이 받을 해를 여러 도에 두루 끼치게 하는 것이니, 온당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도에 도백과 수령이 있으니, 이러한 일을 가지고 조정을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555면
- 【분류】가족(家族) / 사법(司法) / 윤리(倫理) / 신분(身分) / 군사-군역(軍役)
○正言李羽晋啓言: "近來風俗薄惡, 民彝倒喪。 陽智富民, 有父子爭財者, 爲官長者, 乃反扶護其子, 捉囚其父, 官作財主, 印成文券, 分割其産云。 如許傷倫亂俗之民, 不可以微賤而不論。 且以該縣監言之, 閉閤思過, 雖難責之人人, 豈忍爲此助虐之擧乎? 臣謂陽智縣監柳詢, 爲先削去仕版, 該邑民, 令道臣, 嚴査加律勘斷, 以淑風敎。" 從之。 又啓言: "我國所謂居士云者, 非僧非俗。 名漏編籍, 身無役布, 卽流民之最殊常者。 況近者凶徒, 又從此輩現發, 慮患之道, 不容泛忽。 且河東界一面, 全爲此輩所聚, 本邑纔經賊窟。 請令道臣, 散置各邑, 充定軍役宜矣。" 上曰: "此類, 固宜痛禁, 而今若散置各邑, 則是以河東一村之害, 遍貽諸路, 未知其穩也。 且該道有道伯守宰, 此等事, 不必煩朝廷矣。"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555면
- 【분류】가족(家族) / 사법(司法) / 윤리(倫理) / 신분(身分) / 군사-군역(軍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