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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18권, 정조 8년 7월 2일 을묘 1번째기사 1784년 청 건륭(乾隆) 49년

원자를 책봉하여 왕세자로 삼다

원자(元子)를 책봉하여 왕세자(王世子)로 삼았다. 보양관(輔養官) 좌의정 이복원(李福源)과 우의정 김익(金熤)이 상소하기를,

"생각하건대, 우리 전하께서는 경사스러운 복록(福祿)이 끝이 없어서 큰 운수가 바야흐로 도래하시니, 이에 길(吉)한 달과 아름다운 날에 원자(元子)를 낳은 것입니다. 그러나 나라의 근본은 비록 정해졌지만, 예의(禮儀)를 아직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전하께서는 위로 두 분 자성(慈聖)을 모시고 효도를 다하고 뜻을 받들지만, 자전(慈殿)의 마음을 기쁘게 하려면 성대한 예식을 빨리 거행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원자의 지혜와 생각이 점차 깨쳐지고 호기심이 장차 싹트게 될 터인데, 빈사(賓師)의 직임과 강독(講讀)의 관직을 가지런하게 숫자대로 갖추고 아침저녁으로 좌우에서 모시게 한다면, 어찌 미천한 신하 한두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가르치는 것보다 좋지 못하여 아무런 성과가 없다고 하겠습니까? 돌아보건대, 지금 무더위가 겨우 물러가고 천기(天氣)가 한창 새로워지니, 때가 바로 만물이 결실을 맺는 초기에 속할 뿐만 아니라, 또 생신[千齡]을 경하(慶賀)드릴 성절(聖節)이 다가옵니다. 만물이 형통하고 시절이 아름다운 기회에 경사를 축하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므로, 세자의 칭호를 정하고 책봉 의식을 거행하는 것은, 시기와 의미를 가지고 논할 때 어찌 옳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한(漢)나라 문제(文帝) 원년에 여러 신하들이 태자(太子)를 미리 세울 것을 청하자, 문제는 그것을 옳게 여겼습니다. 주자(朱子)는 이것을 《강목(綱目)》에 기록하여 후세의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지금 우리 전하께서는 등극하신 지 이미 8년이 되었습니다. 문제의 고사에 비교할 때 왕세자를 미리 세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밝은 명령을 내려 빨리 책봉 예식을 거행하도록 하소서."

하니, 영의정 정존겸(鄭存謙), 영부사 김상철(金尙喆), 판부사 서명선(徐命善)·이휘지(李徽之)·홍낙성(洪樂性)이 잇달아 차자(箚子)와 상소를 올려 책봉 예식을 거행할 것을 청하였다. 임금이 비답하기를,

"이것은 지극히 중대한 나라의 예법이다. 경 등이 들어와서 직접 아뢰도록 하라."

하였다. 이리하여 시임(時任)·원임 대신(原任大臣), 각신(閣臣), 예조 당상관, 경재(卿宰), 여러 승지들이 청대(請對)하니, 임금이 선정전(宣政殿)에 나아가서 여러 신하들을 소견(召見)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일제히 같은 목소리로 아뢰기를,

"오늘 신 등이 서로 이끌고 등연(登筵)한 것은 바로 온 나라 사람들의 똑같은 심정에서 나온 소청입니다. 전하께서 지금까지 허락하기를 꺼리는 것은 진실로 큰 복(福)을 아끼려는 뜻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자(元子)의 의젓한 용모가 일찍부터 나타나고 있으니, 금일의 책봉 예식도 또한 늦었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은 실로 종묘 사직의 큰 계책이다. 내가 어찌 허락하기를 꺼리겠는가?"

하고, 이어서 하교하기를,

"원자를 세자로 삼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453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

○乙卯/冊元子爲王世子。 輔養官左議政李福源、右議政金熤上疏曰:

洪惟我殿下, 慶祿無彊, 泰運方來, 乃以吉月今辰, 篤生元子, 而國本雖定, 而禮儀未備。 殿下上奉兩聖, 孝隆養志, 欲致慈心之嘉悅, 莫如盛禮之遄行。 知思漸開, 嗜好將萠, 賓師之任, 講讀之官, 秩然備員, 朝夕而左右之, 則豈不賢於一二賤臣之一月一觀, 漫無成效哉? 顧今溽暑才收, 天氣方新, 政屬萬品登成之初, 又近千齡慶賀之節。 亨嘉之會, 吉慶所宜建, 重离之號, 正少陽之儀, 論以時義, 不亦可乎? 文帝元年, 群臣請豫建太子, 帝可之。 朱子書之《綱目》, 爲後世法。 今我殿下, 光御已八載矣。 其視文帝故事, 不可謂豫。 伏望誕降明命, 亟擧冊禮。

領議政鄭存謙、領府事金尙喆、判府事徐命善李徽之洪樂性, 繼上箚疏, 請擧冊禮。 批曰: "此是至重至大之邦禮。 卿等入來面陳。" 於是, 時ㆍ原任大臣、閣臣、禮堂、卿宰、諸承旨請對。 上御宣政殿, 召見諸臣。 諸臣齊聲奏曰: "今日臣等, 相率登筵, 卽擧國同情之請也。 殿下至今靳兪, 固知出於惜福之意, 而元子溫文夙就, 今日冊禮, 亦云晩矣。" 上曰: "此實宗主大計。 予何靳允。" 仍敎曰: "以元子爲世子。"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453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