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청에서 인심을 선동한 백천식 등의 공초를 가지고 아뢰다
포청(捕廳)에서 백천식(白天湜)·김훈(金勳)·문인방(文仁邦)·김광렬(金光烈)의 공초(供招)를 가지고 아뢰기를,
"백천식 등은 몰래 진천(鎭川)의 산속 깊숙한 곳에 있는 토굴(土窟)에 숨어 살면서 허위로 요술(妖術)을 떠벌리고 여력(膂力)을 자랑하면서 어리석은 백성을 광혹(誑惑)시킨 자들입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백천식 등이 범한 일은 만번 죽여도 오히려 죄가 남는 것이지만, 우선 너그러운 법전(法典)을 따라 사형(死刑)을 감하고 정배(定配)하라. 배소(配所)에 도착한 뒤에도 만일 그런 기량(伎倆)을 고치지 않는다면 의당 그곳에서 정법(正法)에 처할 것이지만, 만일 구습(舊習)을 통렬히 고쳐 영구히 평민(平民)이 된다면 또한 마땅히 사유(赦宥)하여 석방시키겠다. 이는 반드시 죽여야 하는 가운데서도 살릴 길을 찾으려는 의도에서인 것이다."
하였다. 백천식·김훈·문인방은 절도(絶島)에 정배하고, 김광렬은 원배(遠配)하였다. 이어 홍충도(洪忠道) 도신(道臣)에게 별유(別諭)를 내려 도내의 인사(人士)들에게 널리 고하기를,
"경청(京廳)에서 조사한 일에 김광렬이 가장 흉포하였다. 그는 여력(膂力)을 믿고 술수(術數)를 가차하여 요망하고 허탄한 말을 지어내고 은밀히 흉패스런 모의를 빚어 내어 인심을 선동시켰으니, 그 의도가 무엇을 하려는 것이었는가? 법에 있어서도 반드시 베어야 할 뿐만이 아니라, 또한 백성을 위하여 폐단을 제거하는 데 관계되기 때문에 조가에서 이로써 단서를 철저히 힐문하게 하였고 기어이 굴혈(窟穴)을 깨끗이 타파시키게 하였다. 그런데 이철환(李嚞煥)을 원인(援引)하기에 이르렀으니, 김광렬이 먹은 마음이 더욱 참특(慘慝)스럽다. 이철환이 박문(博聞)하고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은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더구나 김광렬은 이웃 고을에 살고 있었으니, 어찌 이철환(李嚞煥)이 문인(聞人)이라는 것을 몰랐겠는가? 그의 공초 내용에 운운(云云)한 이야기는 분명히 스스로 만들어낸 것으로 선동하고 광혹시킨 죄를 면하기 위해 망령되이 널리 알려진 사람을 원인하였다. 또 더구나 이철환은 죽은 지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고 하니, 대질(對質)시킬 방도가 없다. 그래서 그가 이를 속일 수 있는 방도로 여긴 것이다. 한낱 이런 사정은 불을 보듯이 환히 알 수 있는 것이니, 어찌 험문(驗問)하여 알기를 기다릴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공초(供招)가 일단 나왔는데도 흑백(黑白)을 판별하지 않은 채 한번 폭백(暴白)하는 거조가 없게 되면, 장차 구천(九泉)에 원혼(冤魂)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철환은 죽었지만 아들과 아우는 살아 있다. 비록 아들과 아우에게 증험하게 하는 혐의는 있지만, 실로 부형(父兄)의 무함을 신리(伸理)시키는 방도에 관계되는 것이다. 또 생각건대, 저들은 사족(士族)으로서 반드시 신설(伸雪)하는 데 급급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불러다가 평문(平問)하게 한 것은 뜻이 있는 데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대공(對供)을 살펴보건대, 모두 조리(條理)가 있어 과연 내가 헤아렸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제문(祭文)에 관한 한 조항은 더욱 명백한 증거여서 일이 이미 청탈(淸脫)되었으니, 이 유지(有旨)를 가지고 이삼환(李森煥)과 이재위(李載威)에게 효유하고 아울러 즉시 해송(解送)시키라. 이 일로 인하여 호토(湖土)의 사부(士夫)들에게 한 가지 효유할 것이 있다. 아! 근래 인심이 좋지 못하여 세변(世變)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 호우(湖右) 일로(一路)가 받은 피해가 치우치게 극심하였다. 그리하여 누차 심핵사(審覈使)의 사행(使行)을 만나게 되었고, 찬류(竄流)되는 형전(刑典)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체포할 때 여리(閭里)에서는 소요가 이는 것은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추변(推辨)하는 즈음에 오랏줄이 평인(平人)에게 미치기도 했을 것이다. 매양 이를 생각할 적마다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이 매우 간절하다. 그러나 죄가 있고 죄가 없는 것은 옥석(玉石)처럼 절로 구분이 되는 것이니, 사부가 된 사람들이 진실로 조신(操身)하는 방도에 힘을 쓴다면, 부당하게 죄에 걸리는 걱정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 지나치게 스스로 부화 뇌동하면서 구업(舊業)에 전념하지 않는 것인가? 지금부터 이후로는 조가(朝家)에서 진안(鎭安)시키는 뜻을 본받아 의심하는 생각을 품지 말고 각각 자신의 거처를 잘 보존토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302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행형(行刑)
○捕廳, 以白天湜、金勛、文仁邦、金光烈供招啓: "天湜等潛匿鎭川山中深處土窟, 譸張妖術, 誇矜膂力, 誑惑愚氓者也。" 敎曰: "天湜等所犯, 萬戮猶輕, 而姑從寬典, 減死定配。 到配之後, 若不悛伎倆, 則當卽其地正法, 如又痛革舊習, 永作平民, 則亦當宥釋。 蓋欲求生於必死之意也。" 天湜、勛、仁邦絶島定配, 金光烈遠配。 仍下別諭于洪忠道臣, 敷告道內人士曰: "京廳査事, 金光烈最兇。 挾膂力而假術數, 做出妖誕之說, 潛釀凶悖之謀, 煽動人心, 意欲何爲? 不但在法必誅, 亦係爲民除害, 朝家以是許令究詰端緖, 期底掃破窟藏, 而及其援引李嘉煥, 則光烈之設心, 尤爲憯慝。 嘉煥之博聞多識, 世無有不知者, 況以光烈之居在隣邑, 豈不知嚞煥之爲聞人? 其招中云云之說, 分明是自做, 而要免煽惑之罪, 妄引膾炙之人。 又況嚞煥之死, 聞已有年, 對質無路, 則謂以可欺之方也。 此箇事情, 明若觀火, 奚待驗問而知之? 然此供一出, 黑白未判, 若無一暴之擧, 將作九地之冤。 嚞煥雖死, 有其子若弟焉。 縱有以子弟作證之嫌, 實係爲父兄伸誣之道。 且念渠輩, 以士族, 必欲急於湔雪, 故令招致平問者, 意蓋有在。 觀渠對供, 儘有條理, 果不出於所料。 若其祭文一款, 尤是明白之證, 事旣淸脫, 將此有旨, 曉諭李森煥及載威, 竝卽解送。 因此而有一諭於湖土士夫者。 噫! 近來人心不淑, 世變層生, 而湖右一路, 受害偏甚。 屢遭審覈之行, 多被竄流之典。 不徒是也, 選補之時, 閭里難免於繹騷。 推辨之際, 縲絏或及於平人。 每一念之, 殊切悶惻。 然有罪、無罪, 玉石自分, 爲士夫者, 苟勉操身之方, 可免橫罹之患。 烏可過自浮動, 不奠舊業也哉? 繼今以往, 體朝家鎭安之意, 勿懷疑慮, 各保厥居。"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302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