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정사 황인점, 부사 홍수보가 치계하다
동지 정사(冬至正使) 황인점(黃仁點), 부사(副使) 홍수보(洪秀輔)가 연경(燕京)에 있으면서 치계(馳啓)하기를,
"신 등이 12월 27일 북경(北京)에 도착하였습니다. 28일 황제(皇帝)가 친히 태묘(太廟)에서 제사를 지냈으므로 신 등이 오문(午門) 밖에 나아가 머물러 기다리고 있었는데, 황제가 회가(回駕)할 적에 신 등에게 하문하기를, ‘국왕은 평안한가?’ 하였습니다. 정월 초5일에 태화전(太和殿) 뜰로 들어가서 정조(正朝)의 조참(朝參)에 참여하였습니다. 황제가 예부 상서 덕보(德保)에게 외국(外國)의 반차(班次)에 대해 하문하니, 조선(朝鮮)이 첫머리이고 유구(琉球)·남장(南掌)·섬라(暹羅) 이 세 나라가 그다음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초8일에 이르러 신 등 정사(正使)·부사(副使)가 황제가 머물고 있는 영수각(靈壽閣) 밖으로 들어가서 황지(皇旨)를 들었습니다. 초9일에 자광각(紫光閣) 내정(內庭)으로 들어가 세수연(歲首宴)에 참여하였는데, 단필(緞疋)·색낭(色囊)·주배(酒盃)를 반사(頒賜)하였습니다. 물러나올 적에는 오문(午門) 밖으로 나아가 사은(謝恩)하였습니다. 초10일 황제가 원명원(圓明園)에 행행하였으므로, 신 등이 지송(祗送)하고 나서 원명원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12일에는 연연(筵宴)에 참여하였고, 13일에는 후원(後園)에 있는 희대(戱臺)에 들어가서 불놀이[火戱]를 관람하였습니다. 14일에는 어좌(御座) 앞으로 들어가 반열(班列)에 참여하여 희자(戱子) 놀이를 관람하였습니다. 파할 때에 임해서 호부 상서 화신(和珅)이 황지(皇旨)를 전하여 왔는데, 그 내용은, 계절이 상원(上元)이 되었으므로 놀이를 설행하고 등불을 켠다[設戱放燈]’라는 제목(題目)으로 즉각 칠언 사운시(七言四韻詩)를 지어 올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신 등이 각각 1수(首)씩 지어 전주(轉奏)하였습니다. 15일에 또 연연(筵宴)을 설행하였으므로, 신 등이 정대 광명전(正大光明殿) 뜰로 들어가서 연회에 참석하였는데, 응제(應製)했다는 것으로 특별히 단필(緞疋)을 상으로 내렸습니다. 그리고 신 등을 인도하여 계단 위로 올라가서 사은(謝恩)하게 하였습니다. 오후(午後)에 또 상원(上元)의 불놀이를 설행하였는데, 신 등은 어좌(御座) 앞에 입참(入參)하였으며, 지축(紙軸)과 필묵(筆墨)을 반사하였습니다. 전언(傳言)하기를, ‘이번에 공헌(貢獻)하러 온 외국이 매우 많았으나, 그대들이 유독 사율(詞律)에 능하였기 때문에 짐(朕)이 가상하게 여긴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298면
- 【분류】외교-야(野)
○冬至正使黃仁點、副使洪秀輔, 在燕馳啓曰: "臣等十二月二十七日, 到北京。 二十八日, 皇帝親祭太廟。 臣等詣午門外留待。 皇帝回駕, 問臣等曰: ‘國王平安乎?’ 正月初五日, 入太和殿庭, 參正朝朝參。 皇帝問於禮部尙書德保外國班次, 對以朝鮮爲首, 琉球、南掌、暹羅三國次之。 及初八日, 臣等正副使, 入皇帝所住靈壽閣外, 聽皇旨。 初九日, 入紫光閣內庭, 參歲首宴。 頒賜緞疋、色囊、酒盃。 及退, 詣午門外謝恩。 初十日, 皇帝幸圓明園, 臣等祗送隨詣圓明園。 十二日, 參筵宴。 十三日, 入後園獻臺, 觀火戲。 十四日, 入御座前參班, 觀戲子。 臨罷, 戶部尙書和玾傳皇旨。 節屆上元, 設戲放燈爲題, 卽刻製進七言四韻詩。 臣等各賦一首, 使轉奏。 十五日, 又設筵宴, 臣等入正大光明殿庭參宴, 以應製別有賞賜緞疋, 別臣等謝恩於階上。 午後, 又設上元火戲。 臣等入參於御座前, 頒賜紙軸、筆墨。 傳言曰: 今者外國之來貢者甚多, 儞們獨能詞律, 朕庸嘉尙云。"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29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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