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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11권, 정조 5년 1월 17일 경인 1번째기사 1781년 청 건륭(乾隆) 46년

상원일 전야에 동네 아이들의 체용 놀이를 금한 입직 관원을 추문케 하다

한성부에서 아뢰기를,

"매년 상원일(上元日)029) 의 전야(前夜)가 되면 각 동시(洞市)의 아이들이 으레 모여서 체용(體俑)을 두드리는 놀이를 합니다. 이번에는 동임(洞任)들이 모여서 두드리는 놀이를 하지 말도록 여러 가호(家戶)에 지휘하여 마치 금령(禁令)이 있는 것처럼 하였기 때문에 자못 소요가 이는 폐단이 많았습니다. 이미 상사(上司)의 지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가 여리(閭里)에 소요가 일게 하였으니 청컨대, 해당 각부(各部)의 그날 입직(入直) 관원(官員)은 모두 잡아다 추문하여 감처하소서."

하니, 그렇게 하게 하고는 이어 하교하기를,

"상원일의 전야에 가시(街市)의 아동들이 무리로 대오(隊伍)를 이루어 다투어 제웅[草人]을 두드리는 것을 이름하여 ‘처용희(處容戲)’라고 하는데, 일이 불경(不經)스럽기는 하지만, 또 한 하나의 성대한 일인 것이다. 고장 사람들이 나례(儺禮)030) 를 행할 때에는 성인(聖人)도 오히려 경건한 마음가짐을 지녔었다. 대개 제석(除夕)의 나례와 원소(元宵)의 용희(俑戲)는 모두 국속(國俗)에 비롯된 것이니, 어찌 설법(說法)하여 금지시킴으로써 소요가 이는 폐단을 초래할 수 있겠는가? 이 한성부의 초기(草記)를 보건대, 부관(部官)의 일은 매우 해괴하여 이미 잡아다 처리하라고 명하였는데, 계속해서 연신(筵臣)의 말을 듣건대, 부례(部隷)가 전교(傳敎)라고 거짓으로 일컬으면서 이를 방곡(坊曲)에 알렸는가 하면 심지어 아이들이 형배(刑配)하는 율(律)을 범할 경우 그 부형(父兄)에게 적용하겠다고 포고(布告) 운운하였다니, 어찌 더욱 무례하지 않은가? 만일 등문(登聞)하는 거조가 없었던들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또 더구나 저 어리석은 백성들이 또한 어떻게 전교의 진위(眞僞)를 분변할 수 있겠는가? 근래 민속이 조잔(淍殘)하여 일체의 비식(賁飾)하는 이들이 완전히 끊기어서 들리는 것이 없었는데 이제 이와 같이 전하여 오는 풍습이 도리어 백성을 어지럽히는 단서가 되었으니, 이후를 소시(昭示)하는 방도로는 징계가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전교의 내용을 해부(該部)로 하여금 방곡에 효유(曉諭)하게 하고, 이어 형조 당상으로 하여금 내일 아침 개좌(開坐)할 때를 기다려 거리로 돌아다니면서 와언(訛言)을 전파한 부리(部吏)를 종중 결장(從重決杖)하고 아뢰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1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205면
  • 【분류】
    풍속-풍속(風俗)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註 029]
    상원일(上元日) : 음력 정월 보름날.
  • [註 030]
    나례(儺禮) : 역귀(疫鬼)를 쫓는 의식. 《논어(論語)》 향당(鄕黨)에 "고장 사람들이 나례를 하면 반드시 조복(朝服)을 입고 동쪽 섬돌에 서 있었다."고 한 데서 온 말임. 우리 나라의 나례는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 궁중이나 민가에서 마귀와 간사한 귀신을 쫓아낸다는 뜻으로 설행하는 의식(儀式)으로, 나례 도감(儺禮都監)을 설치하여 이를 관장했었는데, 인조(仁祖) 이후 관상감(觀象監)에서 그 일을 맡아서 행하였음.

○庚寅/漢城府啓言: "每當上元前夜, 各洞市童, 例有聚拍體俑之戲, 而今番洞任輩, 以勿爲聚拍, 指揮諸家, 有若禁令, 頗多騷擾之弊。 旣無上司之指揮, 忽致閭里之騷擾, 請當該各部伊日入直官員, 竝拿問處之。" 可之。 仍敎曰: "上元前夜, 街兒市童之成群作隊, 競拍草人, 名之曰處容戲。 事近不經, 亦一勝事。 鄕人儺, 聖人猶且敬之。 蓋除夕之儺禮, 元宵之俑戲, 皆由國俗, 則豈可設法禁止, 以致繹騷之弊乎? 觀此漢城府草記, 部官事, 極可怪駭, 已命拿處。 而續聞筵臣言, 部隷假稱傳敎, 知委坊曲, 至以兒童有犯刑配之律, 抵其父兄布告云云, 尤豈非無狀乎? 若無登聞之擧, 予何以知之? 且況蠢彼愚氓, 亦安卞傳敎之眞僞乎? 近來民俗凋殘, 一切賁飾之事, 絶無聞焉。 今也似此流來之習, 反爲擾民之端, 不可無懲後昭示之道。 以此傳敎辭意, 令該部曉諭坊曲, 仍令刑曹堂上, 待明朝開坐, 通衢傳訛部吏, 從重決杖以聞。"


  • 【태백산사고본】 11책 1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205면
  • 【분류】
    풍속-풍속(風俗)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