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당 박천행이 상평법의 잘못을 지적하다
소대(召對)하였다. 옥당(玉堂) 박천행(朴天行)이 아뢰기를,
"화적(和糴)의 규례는 곡물이 천한 곳에서는 값을 늘려 사서 농민을 이롭게 하고, 곡물이 귀한 곳에서는 값을 줄여 팔아서 흉년을 구제하는 것입니다. 곧 상평법(常平法)인데, 근래 균청(均廳)에 쌀을 사는 것은 으레 창고에 있는 쌀을 값을 늘려 공인(貢人)에게서 사는 것이므로, 한번 돈을 공인에게 준 뒤부터는 싯가가 뛰어서 민정(民情)이 목마르듯이 급하니, 신은 각별히 금지하여 도민(都民)을 편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이 일을 제기하여 하교하려고 시전(市廛)에 가서 살펴보게 하였더니, 가을 이후 1포(包)의 뛴 값이 적지 않으므로 혜국(惠局)에서 이런 일을 한 것은 새해를 근심하는 데에서 나온 것인 줄 알기는 하나 변통하는 정사(政事)가 없어서는 안된다고 하였고, 또 강석(講席)에서 이미 연신(筵臣)이 아뢴 것이 있었으니, 어찌 그 말만 따르고 그 폐단을 고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저 공인들에게 본색(本色)대로 값을 주지 않는 것은 공인에게는 비록 잃는 것이 없을 것이나 도민으로서는 반드시 풍년이 흉년만 못하다는 한탄이 있을 것이다. 또 공인들에게 줄 쌀을 저축하는 것은 비록 판매를 생각하는 것과 다르기는 하나 만약 관가에서 그 이익을 독차지하고 백성이 그 폐해를 받는 것은 진실로 여전할 것이다. 더구나 거듭된 흉년 끝에 올해에는 다행히 큰 흉년은 아니나 도민은 또한 풍년의 배부름을 얻지 못하니, 이것은 참으로 차마 못할 정사이다. 공물 값을 주는 아문(衙門)에 분부하여 반드시 이 뜻을 알리고 혹시라도 곡물을 저축하는 전례를 굳이 지키지 말아서 도민이 탄식하는 원망을 면할 수 있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13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구휼(救恤) / 재정-공물(貢物)
○辛丑/召對。 玉堂朴天行啓言: "和糴之規, 就穀賤處, 增價而買, 以利農民;就穀貴處, 減價而賣, 以救荒, 卽常平之法, 而近來, 均廳留米, 例就庫中之米, 增價買取於貢人處。 一自以錢給貢之後, 市直翔踊, 民情渴急。 臣謂另加禁斷, 以便都民宜矣。" 敎曰: "玆事欲爲提敎, 使之往審市廛, 則秋後一包踊價, 其數不些。 雖知惠局此擧, 出於嗣歲之憂, 而不可無闊狹之政云矣。 又於講席, 旣有筵臣之奏, 豈可徒從其言, 不改其弊乎? 大抵貢等之不以本色給價者, 在買人, 雖無所失, 在都民, 必有豐年不如歉歲之歎矣。 且儲貢等當給之米, 雖與料販有異, 若其官榷其利, 民受其弊, 固自如矣。 況荐凶之餘, 今歲幸不至大歉, 而都民又不得樂歲之飽。 是誠不忍之政也。 分付給貢衙門, 須悉此意, 莫或膠守儲穀之例, 俾都民, 得免咨差之怨。"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13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구휼(救恤) / 재정-공물(貢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