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 김종후가 사직을 청했으나 허락치 않다
장령 김종후(金鍾厚)가 상소하여 사직하고 끝에 말하기를,
"성교(聖敎)에 충신을 언급하신 일에는 또 우러러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국사(國事)·조상(朝象)을 돌아보면 어떤 때이겠습니까? 그런데 그 몸에 안위(安危)가 달려 있는 저 같은 충신은 한번 사직하였는데 물러가게 하고 신 같은 초야의 어리석고 천한 자는 도리어 단단히 잡는다면 또한 전도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근래 온갖 변이(變異)가 거듭 일어나는데 힘입어서 범·표범이 산에 있는 형세를 만들 자가 이 사람이 아니고 누구이겠습니까? 명의(名義)를 부식(扶植)하고 사류(士類)를 애호(愛護)한 것으로 말하면 신도 아닌게아니라 믿고 의심하지 않았는데, 이제 갑자기 그가 물러갔다는 말을 들으니 절로 사방을 돌아보아도 망연합니다. 전하께서 비록 첫째 가는 인물을 다시 쓰시더라도 아마 그 뒷일을 잘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신은 데면데면하고 허술한 사람이니, 천백(千百)의 무리일지라도 어찌 조금이라도 도울 희망이 있겠습니까?"
하니, 비답하기를,
"그대의 말은 어찌하여 이토록 간절한가? 상소하여 지레 갔고 장차 지나갈 것인데, 만류하지 못하니 원망스럽고 답답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소(疏) 가운데에 운운한 것을 여러 번 다시 읽으니, 마음이 감격하여 더할 말이 없다. 아! 내가 봉조하(奉朝賀)에게 아름다움을 이룩하게 한 것이 어찌 다만 자기에게 절박한 사정 때문에 허락한 것이겠는가? 숙위(宿衛)를 맡길 데가 없는데 내가 어찌 게을리하여 살피지 않겠으며, 의지할 사람이 없는데 내가 어찌 미혹하여 깨닫지 못하였겠는가? 그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가는 것을 허락하고 한가히 지내도록 맡겨둔 것을 겉으로 보면 참으로 상리(常理)372) 에 가깝지 않은 것이 있으나, 내가 허락하고 봉조하가 청한 것은 참으로 나도 부끄러울 것이 없고 그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것을 환히 알기 때문인데, 겉으로 죄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형용하여 말할 수 없다. 아! 국가가 탈가(稅駕)할 바를 몰라서 조정의 한탄이 장차 절로 견디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은 네가 먼저 알 것이므로 내가 다시 말하지 않으나, 또한 내 망연(惘然)한 마음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아! 지금이 어떤 때인가? 그대가 과연 나라를 집처럼 여기고 공(公)을 먼저 생각하고 사를 뒤로 한다면 어찌 내가 정초(旌招)하는 예(禮)가 있기를 기다려서야 비로소 마음을 돌리겠는가? 네가 출처(出處)하는 것은 내가 환히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내가 성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대가 어찌하여 어느 일과 어느 일이 잘못되어서 출사(出仕)하지 않을 것을 결정하였다는 뜻을 명백히 말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찌하여 줄곧 퇴양(退讓)하여 은거할 뜻만을 지키는가? 그대가 비록 떠났더라도 역마(驛馬)로 달려가서 비답을 내린다면 넉넉히 그대가 가는 수레에 미쳐 그대를 멀리하는 마음을 돌리고 아울러 심중의 말을 펴서 간절한 뜻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다시 사양하지 말고 곧 떠나서 조정에 나오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4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131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註 372]상리(常理) : 떳떳한 도리.
○掌令金鍾厚上疏辭職, 末曰:
聖敎所及藎臣事, 又有得以仰復者。 顧今國事、朝象, 爲何等時? 而如彼藎臣之身佩安危者, 一辭而退之, 如臣草野愚賤, 乃反執之仇仇, 則不亦傎乎? 邇來百變層生, 而所賴以爲虎豹在山之勢者, 非此而其誰? 至於扶植名義, 愛護士流, 則臣亦未嘗不恃而不恐也。 乃今忽聞其退, 不覺四顧茫然。 殿下雖更進第一人物, 恐無以善其後矣。 況臣迂踈空漏之人, 雖千百輩, 其能有一半分裨益之望哉?"
批曰: "爾之辭, 胡爲而至此之懇也。 封章徑行, 行將過涉, 挽之不得, 不禁悵菀之思也。 疏中云云, 披復數回, 中心感激, 繼之以無語也。 嗚呼! 予之成美於奉朝賀, 豈但以切己之私而許之也? 宿衛靡托, 而予若漫不省焉;倚毗無人, 而予若迷不覺焉? 許其休致, 任其優閒者, 自外面觀之, 誠有不近常理者然? 予之許之, 奉朝賀之請之, 實有我無愧、彼無怍之灼見故也, 非面悉無以狀喩。 嗚呼! 不知國家稅駕之所, 而中朝之歎, 將有不自勝者, 爾已先獲, 予不更誥, 而顧予惘然之懷, 容有極哉。 嗚呼! 此何等時也? 爾果視國如家, 先公後私, 則豈待予旌招之禮, 而始可幡然乎? 爾之出處, 予有未能曉然者。 如以不穀, 爲乏誠意, 則爾何不明言某事某事之失, 而決其不出之義也。 否則, 奈之何一味退讓, 獨守東岡之志乎? 爾行雖發, 馳馹宣批, 則足可及爾征轅, 挽爾遐心, 竝宣肝膈之喩, 用寓慇懃之意。 爾其無庸更辭, 卽起造朝。"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4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131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