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하고 번개치자 감선하다
하교하기를,
"밤에 크게 천둥하고 번개 치며 비가 내리는 재변이 있었으니, 아! 하늘이 나에게 사납게 꾸중을 보인 것이 지극하다 하겠다. 이미 경계하고 또 고하여 열흘 사이에 되풀이하여 알린 것이 마치 귀에 대고 말하고 면대하여 가르쳐 미혹하고 어리석은 자를 계도(啓導)하는 것 같은데, 과인(寡人)이 착하지 못하여 밤새도록 탑상(榻牀)을 돌며 생각하여도 참으로 어떻게 하늘의 꾸중에 우러러 답할는지 모르겠다. 아! 하늘이 사람에게서 먼가? 내 마음 사이에 있을 뿐이다. 내 마음에 선악(善惡)이 싹트는 기미가 있으면 하늘의 뜻에 문득 또한 재상(災祥)이 반드시 감응(感應)하는 것이 있어 북채와 북보다 빠르고 영향(影響)보다 빠르니, 대개 하늘과 사람은 일리(一理)이어서 본디 조금도 어긋나는 것이 없는 것이 이러하다. 아! 두려운 것은 하늘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늘이 너에게 임하였으니 네 마음을 의심하지 말라.’ 하였다. 비록 지금 음양(陰陽)이 고르고 풍우(風雨)가 고를지라도 임금 자리에 있는 자로서는 오히려 두려워하고 삼가며 천지 신명에게 공경하고 반드시 천리(天理)를 따르도록 힘쓰고 으레 천측(天則)에 맞출 도리를 생각하여 하늘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하늘의 명을 맞이하여 잇기를 바라야 할 것인데, 더구나 하늘의 노여움을 받아 재변이 거듭 나타나는 때이겠는가? 나 과인이 반성하여 보면 행사에도 허물이 되고 후회가 되지 않는 일이 없고 정사(政事)에도 허물이 되고 후회가 되지 않는 정사가 없었으니, 저 인애(仁愛)하는 하늘이 어찌 나에게 사납게 하고 꾸중하지 않겠는가? 《시경(詩經)》에 ‘하늘의 노여움을 공경하여 감히 게을리하지 말고 하늘의 변이(變異)를 공경하여 감히 방자하지 말라. 하늘은 밝아서 너와 함께 나가서 가고 하늘은 밝아서 너와 함께 노닌다.’ 하였다. 과인이 매우 자책하여 떨쳐 힘쓰고 우러러 두려워하였다면, 거의 끊어진 하늘의 명을 맞이하여 잇고 이미 노한 하늘의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니, 오늘의 재변이 또 어디로부터 이르렀겠는가? 내가 어리석어서 이 뜻을 생각하지 못할 뿐더러, 겨우 재변을 겪고 나면 곧 예전 같은 모양이고 조금도 떨쳐 일어날 희망이 없고 새로워지는 공부와 옛버릇을 씻는 보람은 잊어버려서 한 나라의 모든 사람이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로 빠르게 들어가게 하고도 초(楚)나라의 철검(鐵劍)은 날카로우나 도리어 창우(倡優)는 졸렬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으니, 이른바 쌓인 섶에 불을 놓고 그 위에 편안히 있다는 것이 이것이다. 내가 듣건대, 옛사람의 말에 ‘국가에 장차 실도(失道)하는 패란(敗亂)이 있으려 하면 하늘이 먼저 재해(災害)를 내어 견고(譴告)하고 스스로 반성할 줄 모르면 또 괴이(怪異)를 내어 경고한다.’ 하였다. 아! 하늘이 이미 경계하고 또 고한 방법이 또 어찌 이 말에 근사한가? 내가 일전에 재변을 당하였을 때 자신을 책망하기에 바빠서 직위가 있는 자의 궐실(闕實)에 언급할 겨를이 없었던 것은 내 마음을 바로잡고 그 일을 바루는 뜻이었다. 더구나 거듭 천둥하는 경계를 당하여 스스로 죄책하는 두려움이 매우 절박한데, 또 어찌 뭇 신하에게 갖추기를 바라겠는가? 아! 국사가 날로 글러 가는 것도 오직 내 죄이고 국세(國勢)가 날로 떨어져 가는 것도 오직 내 죄이고 국운(國運)이 날로 막혀 가는 것도 오직 내 죄이다. 내 착하지 못한 죄가 아니면 어찌 이렇게 될 수 있겠는가? 오늘부터 닷새 동안 감선(減膳)한다. 또 나의 보필하는 신하는 내 잘잘못을 솔직히 말하며 노여움을 돌리고 재변을 바꿀 방도로 삼으라. 이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120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왕실-국왕(國王)
○敎曰: "夜有大雷電以雨之災。 嗚呼! 天之疾威示譴於小子者, 可謂至矣。 旣警之又告之, 丁寧諄複於十日之內, 殆若耳提面命, 牖迷開蒙者然。 寡人不穀, 繞榻終宵, 誠不知何以仰塞天譴也。 嗚呼! 天遠乎人哉? 在吾方寸間耳, 吾心有善惡將萠之幾, 而天意便亦有災祥必感之應, 捷於桴皷, 急於影響, 蓋天與人一理, 而元無毫忽之差爽者, 有如是矣。 嗚呼 可畏非天。 故曰: ‘上帝臨汝, 毋貳爾心。’ 雖使今之時, 陰陽調、風雨和, 在人君之位者, 猶且䕫䕫栗栗, 對越祗敬, 必思懋循天理, 動合天則之道, 以冀天心之底豫, 天命之迓續。 矧爾逢天癉怒, 災沴疊見之日乎。 予寡人反顧循省, 無事而非尤悔之事, 無政而非尤悔之政。 惟彼仁愛之天, 安得不威之譴之於小子也哉? 《經》曰: "敬天之怒, 無敢戲豫;敬天之渝, 無敢馳驅。 昊天曰明, 及爾出王;昊天曰朝, 及爾遊衍。’ 倘使寡人, 痛自剋責, 奮勵抑畏, 則庶可以迓續幾絶之天命, 底豫己怒之天心。 今日之災沴, 又何從而至也? 惟予茫昧, 不惟不念斯義, 纔經災沴, 祗是依舊樣子, 無一分振作之望。 而維新之工、濯舊之效, 置之相忘之域, 使一國之人, 駸駸入於含糊鶻突之中, 曾不悟楚之鐵劍利也, 反爲倡優拙焉。 所謂厝火積薪, 安處其上者, 此也。 予聞古人之言曰: ‘國家將有失道之敗, 天乃先出災害, 以譴告之。 不知自省, 又出怪異, 而警告之。’ 嗚呼! 天之所以旣警之, 又告之者, 又何近似於此說? 予於日前遇災也, 急於責躬, 未暇及於有位之闕失者, 斯格我心、正厥事之意也。 況當荐雷之警冞切, 自訟之懼, 又何求備於群僚也? 嗚呼! 國事之日非, 惟予之罪也;國勢之日下, 惟予之罪也;國運之日否, 惟予之罪也。 非予不穀之罪, 曷有以致此也? 自今日減膳五日。 又我匡弼之臣, 直言予得失, 以爲回怒轉災之方。 是予之望也。"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120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