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록》을 강하다
소대(召對)하고 《근사록(近思錄)》을 강하였다. 시독관 이도묵(李度黙)이 말하기를,
"중(中)은 천하의 대본(大本)인데 마음이 한 번 사욕(私慾)에 가려지면 중도를 어기게 되기 때문에 반드시 경(敬)으로 본심을 보존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敬)을 지키는 요령은 또한 하나의 성(誠)자를 벗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성(至誠)은 쉼이 없다.’고 하고, 또 ‘성(誠)이 아니면 이루어지는 일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개 성학(聖學)의 공부는 반드시 성(誠)과 경(敬) 두 글자로 상하를 관철하고 시종을 완성시키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진실로 혹시 간단(間斷)이 있게 되면 칠정(七情)의 발현이 이미 과불급(過不及)이 되어 대중(大中)의 본체(本體)를 잃게 됩니다."
하고, 검토관 정지검(鄭志儉)은 말하기를,
"감응(感應)에 의거하여 말한다면 이 마음이 감응하기 전에는 선악(善惡)에 대해 말할 것이 없습니다만, 감발(感發)하는 데 이르러서야 비로소 선악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학자(學者)가 반드시 감발되기 전에 본심을 존양(存養)하여 대중(大中)의 본체(本體)를 온전히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이미 감응된 뒤에 성찰(省察)하여 조금의 사심(私心)도 없게 한 연후에야 희노(喜怒)가 절도에 맞게 되고 사물(事物)이 나의 뜻을 기다리게 되는 것입니다. 대순(大舜)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잘 다스려지고 공자(孔子)가 마음의 하고 싶어하는 대로 따라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한 것이〉 모두 존양(存養)하고 성찰(省察)한 공부에 연유된 것이므로 또한 감응이 어긋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가납(嘉納)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7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9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丁亥/召對。 講《近思錄》。 侍讀官李度默曰: "中者, 天下之大本。 心一蔽, 則違於中, 故必敬以存之。 然持敬之要, 亦不出一誠字矣。 故曰: ‘至誠無息。’ 又曰: ‘不誠無物。’ 蓋聖學工夫, 必以誠、敬二字, 爲徹上下、成始終之工。 苟或間斷, 則七情之發, 已過不及而失大中之體矣。" 檢討官鄭志儉曰: "以感應言之, 此心未感前, 無善惡可言, 及其感發也, 始有善惡。 此學者所以必存養於未感之前, 以全大中之體。 省察於已感之後, 使無一毫之私, 然後喜怒中節, 而事物徯志。 大舜之從欲以治、孔子之從心所欲, 莫不由存養省察之工, 而亦可見感應之不差矣。" 上嘉納之。
- 【태백산사고본】 7책 7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9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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