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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6권, 정조 2년 11월 2일 무자 1번째기사 1778년 청 건륭(乾隆) 43년

옥사를 다스릴 때 옥안을 갖추게 하고 죄수를 신중히 다룰 것을 하교하다

하교하기를,

"옥사(獄事)를 다스림에 있어서 언옥(讞獄)보다 더 어려운 것이 없고 또한 절옥(折獄)보다 더 어려운 것이 없으므로, 똑같은 사죄(死罪)인데도 참(斬)과 교(絞)의 구별이 있고, 또 대시(待時)와 부대시(不待時)의 구분이 있는 것이다. 언옥을 시작하려 할 때에는 저기에 견주어 보고 여기에 대비해 보아 곧바로 결단하기도 하고 널리 조율(照律)하기도 하는 것은 절옥한 뒤에 조금이라도 어긋남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형벌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것이지만〉, 바르지 못한 자를 바르게 하는 것이니, 질서가 있고 올바름이 있어야 한다.’ 했는데, 이것이 옳은 말이 아닌가? 당(唐)나라 때부터 사형(死刑)을 결단할 적에는 옥안(獄案)을 갖추어 기록해서 아뢰게 하고, 결단을 내릴 때 임하여 상복(詳覆)을 행하였으며, 형을 집행하는 날에 이르러서는 천자가 재계(齋戒)하고 소식(素食)을 먹으면서 음악을 연주하지 않았으니, 이는 백성들에게 불쌍히 여겨 슬퍼하는 뜻을 보인 것이다.

아조(我朝)에서도 이 제도를 적용하여 해마다 12월에 사형을 결단하는데, 3개월 전에 상복을 행하며 반드시 삼복(三覆)의 절차를 거친다. 정부에서 서사(署事)하는 규례를 파기하고부터 그에 대한 정사가 법조(法曹)에 돌아갔는데, 상복하는 법도 단지 대시의 죄수에게만 행하고 부대시의 죄수에게는 행하지 않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법을 제정한 본의이겠는가? 비록 지금의 일을 가지고 말하여 보더라도 부대시로 형을 집행할 죄수가 있는데, 상복한 전례가 없었다고 하면서 의율(擬律)을 상세히 하지 아니하여 이를 바로잡을 수 없는 폐단이 있게 되었으니, 매우 소루(疏漏)하다고 할 수 있다.

무릇 대역 부도(大逆不道)와 강상죄(綱常罪)를 범한 무리는 대신이 국문하는 자리에 임석(臨席)하여 삼사(三司)에서 옥사를 안핵(按覈)하니, 오히려 상복하는 뜻이 있는 것이 된다. 부대시의 죄수에 이르러서는 대신과 삼사에서 죄를 조사하여 실정을 밝힐 수 없고, 그 일은 단지 일개 율관(律官)의 견해로 율문(律文)을 한때 써서 옥안(獄案)을 얽어 옥관(獄官)에게 올리면 옥관은 이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붓을 놀려 자기 서명할 자리에 서명만 근엄히 하고 있으니, 어찌하여 대시의 죄수에 대해서는 신중히 하면서 부대시의 죄수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것인가? 이 뒤로는 반하한 구전(舊典)을 준행하여 대시의 죄수가 아니더라도 경들이 언의(讞議)하여 의정부에 보고, 의정부에서 다시 더 상복(詳覆)한 다음 비로소 등문(登聞)하면, 언옥(讞獄)에 대한 체통이 중하게 되기를 기필하지 않아도 저절로 중하게 되고, 절옥(折獄)하는 도리가 신중해지기를 기약하지 않아도 저절로 신중해질 것이니, 경들은 이를 살펴서 준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6권 58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69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戊子/敎曰: "理獄莫難於讞獄, 亦莫難於折獄。 故等是死罪, 而有斬與絞之別。 又有待時與不待時之分。 蓋欲於讞獄之始, 方彼比此, 或直斷、或旁照, 俾無錙銖之或差於折獄之後也。 《書》曰: ‘惟輕非輕, 有倫、有要。’ 不其然歟? 自世, 斷死刑也, 獄具而錄奏, 臨決而詳覆。 及其行之日, 天子齋居, 食素不擧樂, 示民以哀矜惻怛之意也。 我朝, 用是制, 每歲季冬斷死刑, 先三月詳覆, 覆必三焉。 自政府署事之規罷, 政歸法曹。 詳覆之法, 但行於待時之囚, 不行於不待時之囚。 是豈立法之本意也哉? 雖就目下事言之, 有不待時行刑之囚, 而謂無詳覆之例, 致有擬律不審, 莫能紏正之弊, 可謂踈漏之甚者。 凡大逆不道及罪犯綱常之類, 大臣莅鞫, 三司按獄, 猶有詳覆之意。 至於不待時之囚, 大臣、三司, 不得閱實。 其事, 但以一律官之見, 攛那律文, 搆案而上于獄官。 獄官曾不能索思, 涉筆占位, 署之惟謹, 何其愼於待時之囚, 而忽於不待時之囚也? 今後須遵舊典, 雖非待時之囚, 自卿曹議讞, 報議政府, 議政府更加詳覆, 始許登聞。 則讞獄之體, 不期重而自重, 折獄之道, 不期愼而自愼, 咨爾卿曹, 照此遵行。"


  • 【태백산사고본】 6책 6권 58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69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