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납 박재원이 양의(良醫)를 맞아 시험해 보기를 청하나 불윤하다
헌납 박재원(朴在源)이 상소하여, 양의(良醫)를 맞아다가 곤전(坤殿)을 위해 약 쓰는 절차를 널리 시험해 보기를 청하였다. 그 상소에 이르기를,
"이번에 간택(揀擇)을 명하신 일은 고례(古禮)를 따져 보아도 의아스러울 것이 없는 일이고, 성조(聖朝)의 사례를 고찰해 보더라도 의거할 데가 있는 일입니다. 또한 하물며 자전(慈殿)께서 분부를 내리신 일이므로 조정에 있는 제신(諸臣)들이 진실로 장차 그대로 받들기에 겨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삼가 생각하건대, 우리 전하께서 양암(諒闇)의 상제(喪制)가 끝나시고 예법(禮法)에 의당 복침(復寢)하시게 되었기에, 팔도(八道) 신민(臣民)들의 목을 길게 내밀고 기대하는 정성이 바로 우리 곤전께서 독생(篤生)하시는 경사(慶事)를 맞이하는 데 있었는데, 갑자기 옥도(玉度)가 편치 못하시다는 분부를 받들게 되어 갖가지 일을 기필할 수 없게 되었으니, 신민들의 놀래어 근심하며 실망함이 마땅히 어떻겠습니까? 신은 곤전께서 목하(目下)의 환후(患候)가 무슨 증상(症狀)으로 빌미가 되어서 탄육(誕育)에 지장이 있게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마는, 여항(閭巷) 안에서도 나이 젊은 부인들이 더러는 여러 해가 된 고질병(痼疾病)으로 회임(懷姙)할 가망이 없게 된 사람이, 잘 요양(療養)하며 합당한 약을 쓰면 단지 그 오랜 병만 쾌유(快癒)되는 것이 아니라 따라서 산육(産育)하는 신효(神效)를 보게 되는 수가 흔히 있었습니다. 생각하건대, 저 사대부(士大夫)들도 전가(傳家)해 가는 계책을 그처럼 주밀하게 했었습니다. 하물며 억만 가지의 무강(無疆)한 기쁨을 맞이할 수 있는 천승(千乘)의 임금으로서 아속(迓續)의 방도에 있어서 어찌 한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신은 그윽이 생각하건대, 곤전(坤殿)께서 환후(患候)가 비록 침중(沈重)하시다고는 하지만, 그 원위(源委)를 자세히 밝히고 그 증상(症狀)을 잘 살펴보아, 양의를 널리 맞아다가 이모저모로 진기한 약을 써 본다면, 어찌 치료할 수 있는 방도가 없겠는가 여겨집니다. 비록 내전의 환후를 진찰하는 절차는 가장 지극히 어려운 데 관계된다고 하기는 합니다. 그 참고로 들어볼 수 있는 바가 여사(女使)들의 구전(口傳)에 지나지 않게 되는데, 구전을 할 적에 자세하게 할 말과 간략하게 할 말을 합당하게 하지 못하여 증세를 적실하게 알 수 없으니, 이는 얼마나 지극히 존중하고 지극히 신중해야 하는 자리입니까? 삼가 바라건대, 우리 전하께서 매양 청정(聽政)하시는 여가에 수시로 몸소 진맥하며 자세히 물어보시고, 나와서 약원(藥院)의 제신(諸臣)들을 접하실 적에 어느 증세는 어떠하고 어느 환후는 어떠하신지를 가르쳐 주시어, 무릇 당초에 빌미가 된 바와 오늘날의 목전(目前)에 고통스러운 바를 남김없이 통찰(洞察)하도록 하여, 정성과 기술을 다 털어놓아서 급급하게 조치(調治)해 가는 일을 결단코 하루라도 잠시 늦춤이 없게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네가 진달한 바를 어찌 내 생각이 거기에 미치지 못했겠느냐마는, 이는 의약(醫藥)으로 치료할 수 있는 증세가 아닌 것이다. 이미 자전(慈殿)의 분부도 계셨고, 궁위(宮闈)의 일은 너의 알 바가 아니다."
하였다. 이때에 홍국영(洪國榮)의 누이가 장차 빈어(嬪御)의 간택(揀擇)에 들게 되자 박재원이 항소(抗疏)를 올린 것인데, 홍국영이 공좌(公座)에서 화를 내며 욕을 하여 기필코 중상(中傷)하려고 하다가, 마침내 임금의 성명(聖明)함을 힘입어 무사하게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56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2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獻納朴在源上疏, 請延良醫, 博試坤殿議藥之節。 疏曰:
今玆揀擇之命, 質之古禮, 而無疑, 考諸聖朝, 而有據。 又況慈敎之下, 在廷諸臣, 固將奉承之不暇。 而第伏念我殿下制訖諒闇, 禮當復寢, 八域延頸之忱, 政屬我坤殿篤生之慶, 而遽伏承玉度愆和, 則百難期, 臣民之驚憂失望, 當如何哉? 臣未知坤殿目下患候, 以可樣症祟, 有防誕育, 而閭巷之間, 年少婦人, 病或積年成痼, 懷姙無望者, 善爲療治, 投以當劑, 不但沈疴之快祛, 旋得産育之神效者, 比比有之。 惟彼大夫士傳家之計, 若是其周也。 何況千乘之君, 擬億萬無彊之休者, 其於迓續之道, 容有極哉? 臣竊謂坤殿患候, 雖云沈重, 而詳其源委, 審厥症恙, 廣延良醫, 博試珍劑, 則豈無可療之方乎? 雖云內殿診候之節, 㝡係至難。 其所憑聽者, 不過女使之口傳, 而口傳之際, 詳略失宜, 症患難的, 此何等至重至愼之地乎? 伏願我殿下, 每於聽政之暇, 時時躬診詳詢, 出而晉接藥院諸臣, 敎以某症如此, 某候如此, 而自夫當初之所祟, 與今目前之所苦, 使之無遺洞悉, 俾得殫竭誠技, 汲汲調治之擧, 決不容一日少緩也。
批曰: "爾之所陳, 予豈不念及於此, 而非醫藥所治之症也。 旣有慈敎, 宮闈之事, 非爾所知。 "時洪國榮之妹, 將入嬪御之選, 而在源抗疏。 國榮公座怒詬, 必欲中傷, 賴上聖明, 竟獲無事。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56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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