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판서 김종수가 정빈과 영빈의 봉원하는 일에 대해 차자를 올리다
이조 판서 김종수(金鍾秀)가 차자를 올리기를,
"유사(有司)가 전하는 말을 듣건대, 정빈(靖嬪)055) 과 영빈(暎嬪)056) 의 봉원(封園)하는 일을 장차 선조(先朝) 때에 하교(下敎)하신 대로 거행해야 할 것이고, 사복(嗣服)하신 처음에 예조의 계사(啓辭)에 비답(批答)하신 내용에 ‘부묘(祔廟) 때를 기다렸다가 거행한다.’고 하신 분부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에 비로소 거행해야 할 때를 당하였다고 합니다. 신이 이에 있어서 구구(區區)하게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기에 일에 앞서 한마디 말씀을 올리어 재택(裁擇)할 것을 마련합니다. 대저 궁원(宮園)의 예법은 곧 선대왕(先大王)께서 정하신 법제로서, 단지 선대왕의 사친(私親)에만 한한 것이고 그 이외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으니, 이는 곧 대성인(大聖人)께서 만세(萬世)를 위하여 깊고도 원대한 생각을 하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추구(推究)해 보건대, 정빈(靖嬪)의 봉원은 진실로 전례에 의한 응당 거행해야 할 전례(典禮)이지마는, 영빈(暎嬪)의 봉원에 있어서는 선조(先朝) 때에 정한 법제와 서로 맞게 되지 않을 듯합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성학(聖學)이 고명하시어 의리의 근본을 환히 보셨을 것이기에, 무릇 지극히 중요하고 지극히 큰 관계가 있는 전례(典禮)에 있어서, 한결같이 천고(千古)의 고루(固陋)를 씻어버리고 천리(天理)의 공정함에 맞도록 하기를 힘쓰신다면, 어찌 이 일에 있어서 혹시라도 잘못 보시는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거행할 시기가 지금 이미 박두했기에 우매한 신(臣)이 죽을 죄를 무릅쓰고 생각해 보건대, 성상께서 마음속으로 선조(先朝) 때에 하교하셨던 것이라 하여 의논해 오는 말에 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신데, 이는 크게 그렇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대저 효도란 어김이 없게 하는 것[無違]보다 더 큰 것이 없기 때문에 계지 술사(繼志述事)를 잘 하는 사람은 오직 사리에 합당하게 함으로써 효도를 삼았고 행적(行跡)에는 구애하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이 일에 있어서는 선대왕께서 당초에 법제를 정하여 만세에 전해지게 하신 것이고, 말년의 하교는 한때의 일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 만세의 정제(定制)를 정성껏 준수하고 한때의 하교 때문에 감히 넓혔다 좁혔다 함을 하지 않는 것이 곧 선왕의 본의(本意)를 받들게 되고 전하의 달효(達孝)를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신의 이 차자를 내리시어 조정 신하들과 널리 의논해 보시되, 혹시라도 신의 말을 합당하지 못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으면, 바라건대, 신을 부르시어 탑전(榻前)으로 나와 대면해서 논란하게 하여 지당(至當)한 데로 귀착되도록 힘쓰신다면 대단히 다행스럽겠습니다. 아! 이 일은 진실로 국가의 전례(典禮)와 선왕조의 정제에 관계가 있는 일입니다. 만일에 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선조(先朝)를 저버리는 짓이고 전하를 저버리는 짓입니다. 이래서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니, 오직 성상께서 살펴 주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전례(典禮)와 관계되는 바가 큰 일이니, 조정의 신하들에게 모두 의논하게 하고 싶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辛卯/吏曹判書金鍾秀上箚曰:
仄聞有司之言, 靖嬪、暎嬪封園, 將依先朝下敎擧行。 而以嗣服初, 禮曹啓批中, 有待祔廟擧行之敎, 今年始當擧行云。 臣於此, 有區區所懷, 先事一言, 以備裁擇焉。 夫宮園之禮, 是先大王定制, 而但止於大王私親, 其外則不與焉。 此乃大聖人爲萬世深遠之慮也。 以此推之, 靖嬪封園, 固是按例應行之典, 而至於暎嬪封園, 似與先朝定制, 不相應。 仰惟聖學高明, 洞見義理之源。 凡係典禮之至重至大者, 無不一洗千古之陋, 務合天理之公, 則豈於此事, 或有遺燭, 而擧行之期, 今已迫頭, 臣愚死罪, 意者, 聖念得無以先朝下敎, 重於議到也。 此亦有大不然者。 夫孝莫大於無違, 故善繼述者, 惟以當於理爲孝, 而不拘拘於其跡。 況此事, 則先大王當初定制, 垂之萬世, 末年下敎, 出於一時。 噫! 恪遵萬世之定制, 而不敢以一時下敎, 有所闊狹。 乃所以承先王本意也、光殿下達孝也。 下臣此箚, 博議在廷, 如有以臣言, 爲未允者, 乞召臣至前, 與之面難, 務歸至當幸甚。 嗚呼! 此事, 寔關國家典禮、先朝定制。 臣若有懷不言, 是臣負先朝也,負殿下也。 玆不得不言, 惟聖明察焉。
批曰: "所係典禮之大者也。 欲令雜議在廷矣。"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5책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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