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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4권, 정조 1년 7월 28일 신묘 1번째기사 1777년 청 건륭(乾隆) 42년

궁궐내에 도둑이 들어 사방을 수색하게 하다

대내(大內)에 도둑이 들었다. 임금이 어느 날이나 파조(罷朝)하고 나면 밤중이 되도록 글을 보는 것이 상례이었는데, 이날 밤에도 존현각(尊賢閣)에 나아가 촛불을 켜고서 책을 펼쳐 놓았고, 곁에 내시(內侍) 한 사람이 있다가 명을 받고 호위(扈衛)하는 군사들이 직숙(直宿)하는 것을 보러 가서 좌우(左右)가 텅비어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보장문(寶章門) 동북(東北)쪽에서 회랑(回廊) 위를 따라 은은(隱隱)하게 울려왔고, 어좌(御座)의 중류(中霤)244) 쯤에 와서는 기와 조각을 던지고 모래를 던지어 쟁그랑거리는 소리를 어떻게 형용할 수 없었다. 임금이 한참 동안 고요히 들어보며 도둑이 들어 시험해 보고 있는가를 살피고서, 친히 환시(宦侍)와 액례(掖隷)들을 불러 횃불을 들고 중류 위를 수색하도록 했었는데, 기와 쪽과 자갈, 모래와 흙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마치 사람이 차다가 밟다가 한 것처럼 되어 있었으니 도둑질하려 한 것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드디어 도승지 홍국영(洪國榮)을 입시(入侍)하여 고할 것을 명하였기 때문에, 홍국영이 말하기를,

"전폐(殿陛) 지척(咫尺)의 자리가 온갖 신령(神靈)들이 가호(呵護)245) 할 것인데, 어찌 이매 망량(魑魅魍魎)246) 붙이가 있겠습니까? 필시 흉얼(凶孼)들이 화심(禍心)을 품고서 몰래 변란을 일으키려고 도모한 것입니다. 고금 천하에 어찌 이러한 변리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가 나는 새나 달리는 짐승이 아니라면 결단코 궁궐 담장을 뛰어넘게 될 리가 없으니, 청컨대 즉각 대궐 안을 두루 수색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그것을 옳게 여겼다. 이때에 홍국영이 금위 대장(禁衛大將)을 띠고 있었고 사세가 또한 다급하므로, 신전(信箭)을 쏘도록 하여 연화문(延和門)에서 숙위(宿衛)하는 군사를 거느리고서, 삼영(三營)의 천경군(踐更軍)으로는 담장 안팎을 수비하게 하고 무예 별감(武藝別監)을 합문(閤門)의 파수(把守)로 세우고 금중(禁中)을 두루 수색하였으나, 시간이 밤이라 어둡고 풀이 무성하여 사방으로 수색해 보았지만 마침내 있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68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 [註 244]
    중류(中霤) : 집의 한가운데 있는 방.
  • [註 245]
    가호(呵護) : 밖의 방해된 자를 꾸짖어 안을 지킴.
  • [註 246]
    이매 망량(魑魅魍魎) : 도깨비.

○辛卯/盜入大內。 上每罷朝, 覽書至夜分以爲常, 是夜御尊賢閣秉燭展書, 傍有小黃門一人, 承命往視扈衛士之直宿者, 左右虛無人, 忽聞脚踏聲, 自寶章門東北緣廊上, 隱隱而來, 至御座中霤, 擲瓦投礫, 鏦鏦錚錚, 不可模狀。 上靜聽良久, 察其有盜試之也, 親呼宦侍掖隷, 擧火搜索於霤上, 瓦礫沙土, 縱橫瞀亂, 如人蹴踏然, 爲盜無疑也。 遂命都承旨洪國榮入侍以告之。 故國榮曰: "咫尺殿陛, 百靈呵護, 安有魍魎之屬乎? 必是凶孽輩包藏禍心, 潛謀作變也。 古今天下, 豈有如此變怪乎? 渠非飛禽走獸, 則決無超越宮墻之理, 請卽遍搜闕中。" 上可之。 國榮時帶禁衛大將, 事且急, 命以信箭, 領率延和門宿衛士, 三營踐更軍守備垣內外, 以武藝別監, 把立閤門, 而遍搜禁中, 時夜黑草茂, 四索終無有也。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68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