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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2권, 정조 즉위년 9월 13일 신사 3번째기사 1776년 청 건륭(乾隆) 41년

자신의 종적을 숨기기 위해 역적들의 주토를 청한 장령 이홍제를 해남현에 정배하다

장령 이홍제(李弘濟)해남현(海南縣)에 정배하였다. 이보다 앞서 이홍제가 상소하기를,

"윤양후(尹養厚)·안겸제(安兼濟)는 적(賊) 정후겸(鄭厚謙)의 심복(心腹)이 되었고, 윤태연(尹泰淵)·이장오(李章吾)는 적 정후겸의 보좌(補佐)가 되었는데 한결같이 너그럽게 용서하고 드러나게 주륙(誅戮)을 가하지 않았으니, 의당 아울러 해당된 형률을 시행하여 신인(神人)의 분노를 풀게 하소서. 그리고 홍봉한의 용서할 수 없는 죄는 이미 전후 주토(誅討)를 청하는 소장에 다 있습니다. 돌아보건대 그의 죄범이 지극히 중하여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죽여야 한다.’고 하니, 삼가 바라건대 빨리 처분을 내리소서. 우리 조정 수백 년에 인심을 진정시키고 세도(世道)를 유지하는 것은 다만 이 무신년461) ·기유년462)신축년463) ·임인년464) 의 의리입니다. 민항렬(閔恒烈)·홍상간(洪相簡)이 흉론(凶論)을 은밀히 발론하여 무신년·기유년의 의리가 거의 어두워지고 정후겸(鄭厚謙)·홍인한(洪麟漢)이 대리 청정을 저지해 막아서 신축년·임인년의 의리가 거의 떨어졌으니, 이것이 더욱 통탄스럽고 애석한 바입니다."

하였으나, 비답을 내리지 않았다. 헌납 이평(李枰)이 아뢰기를,

"이홍제(李弘濟)는 본시 윤양후(尹養厚)의 문객(門客)으로서 종적이 섬홀(閃忽)하였고 법망에서 벗어나와 남을 속이려는 술책을 쓰고자 하여 소장을 올려 그 종적을 숨기려 하였으니, 이와 같은 무리는 시종의 반열에 둘 수가 없습니다. 청컨대 빨리 개정된 법을 시행하여 향리로 방축(放逐)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개정된 법은 아뢴 대로 하되 투비(投畀)의 율(律)을 이홍제에게 적용하지 않으면 장차 어느 곳에 적용하겠는가? 이미 역당(逆黨)의 앞잡이로서 누차 연중(筵中)에서 하교하였는데 자신이 법을 준행하는 신하가 되어 다만 방축만을 청하였으니 그 합당한가를 깨달을 수 없다."

하고, 인하여 하교하기를,

"이홍제(李弘濟)의 이름으로서 사저(私邸)에 있을 때에 역변인(逆邊人)에게 곤란을 받은 것이 아직도 이가 시릴 정도이다. 비록 이성운(李成運)과는 현격한 경중이 있다고 하나 나국(拿鞫)하지 않고 곧바로 발배(發配)하게 하였으니 그에게는 너그러운 형전(刑典)이다. 더구나 쉽게 어두워지는 것은 의리인데 이 양편을 배척하는 날을 당하여 더욱 마땅히 이시(羸豕)465) 의 경계를 가져야 한다. 이홍제는 연수를 한정하지 말고 정배하라."

하고, 인하여 이평(李枰)을 대간의 직에서 체임시켰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624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 [註 461]
    무신년 : 1728 영조 4년.
  • [註 462]
    기유년 : 1729 영조 5년.
  • [註 463]
    신축년 : 1721 경종 원년.
  • [註 464]
    임인년 : 1722 경종 2년.
  • [註 465]
    이시(羸豕) : 이시부척촉(羸豕孚蹢躅)의 준말임. 《주역(周易)》 구괘(姤卦)의 초륙(初六)에 있는 말로, 여윈 돼지가 뛰려는 생각을 품고 있다는 말. 이는 소인(小人)이 올바르지 못한 마음으로 군자(君子)를 해치려는 생각을 품고 있음을 비유한 것임.

○配掌令李弘濟海南縣。 先是弘濟上疏曰:

養厚兼濟, 爪牙於賊, 泰淵章吾羽翼於賊, 一向寬貸, 未加顯戮, 宜竝施當律, 以洩神人之憤。 鳳漢罔赦之罪, 已悉於前後請討之章。 顧其負犯至重, 所謂國人皆曰可殺, 伏願亟賜處分。 我朝數百年鎭安人心, 維持世道, 只是戊己辛壬義理也。 之密發凶論, 而戊己之義理幾晦, 之沮遏代聽, 而辛壬之義理幾墜, 此所以尤爲痛惜也。

不賜批。 獻納李枰啓曰: "弘濟本是養厚門客, 踪跡閃倐, 以漏網之魚, 欲爲欺人之術, 投進一疏將掩其跡, 如此之類, 不可置之侍從之列。 請亟施改正, 放逐鄕里。" 批曰: "改正依啓, 投畀之律, 不用於弘濟, 將用於何處乎? 旣以逆邊嚆矢, 屢敎於筵中, 則身爲執法之臣, 只請放逐, 莫曉其爲當。" 仍敎曰: "以弘濟之名, 而在邸之時, 受困於逆邊者, 尙今齒酸。 雖與成運煞有輕重, 而不爲拿鞫, 直令發配, 於渠寬典。 況易晦者義理, 當此兩斥之日, 尤當存羸豕之戒。 李弘濟勿限年定配。" 仍遞臺職。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624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