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과 삼사가 번갈아 차자를 올려 아뢰니 문녀에게 사약을 내리다
문녀(文女)에게 사약을 내렸으니, 대신과 삼사(三司)에서 번갈아 차자를 올려 아뢰면서 치법(置法)할 것을 힘써 청한 때문이었다. 이에 이르러 임금이 여러 대신을 소견하고 하교하기를,
"법으로 처단할 것을 오히려 지금까지 지체한 것은 차마 못해서가 아니고 또한 지연시키려고 한 것도 아니다. 인산(因山)이 지나기를 기다린 것이다. 우제(虞祭)와 졸곡(卒哭)이 비록 지났으나 또 청재(淸齋)362) 할 때를 만났으니 우선 일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고, 대신과 삼사의 차자를 다만 거스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요히 생각해 보니 17일에 마땅히 경모궁(景慕宮)을 참배하여야 하니, 내가 어찌 천천히 며칠이 지나기를 기다리면서 용단(勇斷)의 방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수(國讎)의 설치(雪耻)를 어찌 해가 저물기를 기다리겠는가마는 전형(典刑)을 통쾌히 바로잡는 데 이르러서는 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참작하여 헤아리는 바가 없지 않으니, 안치(安置)한 죄인 문녀는 그가 자진(自盡)케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614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정론-정론(政論)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 [註 362]청재(淸齋) : 몸을 깨끗이하여 재계함.
○己酉/賜文女死, 大臣三司迭上箚啓, 力請置法。 至是上召見諸大臣, 敎曰: "斷法之尙稽于今者, 非以不忍也, 亦不以淹延也。 特以待因山之過也。 虞卒雖過, 又値淸齋, 姑俟事迄, 而大臣三司之箚, 不但難拂, 靜言思之, 十七日當拜景慕宮, 予豈可遲待數日之過, 而不思所以勇斷之道乎? 國讎之雪, 何待竟日, 至於夬正典刑, 非爲文女, 不無所斟量, 安置罪人文女, 其令自盡。"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614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정론-정론(政論)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