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한과 정후겸에게 사사하다
홍인한(洪麟漢)과 정후겸(鄭厚謙)에게 사사(賜死)하였다. 시임·원임 대신 및 2품 이상과 삼사(三司)의 여러 신하들이 청대(請對)하니, 흥정당(興政堂)에서 소견(召見)하였는데, 제신들이 똑같은 말로 홍인한과 정후겸 두 역적에게 시급히 처분 내리기를 극력 청하다가 소청을 윤허받지 못하게 되자 물러갔었다. 이날 밤에 임금이 또 세 시임 대신을 소견하였는데,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매양 처분을 하려고 하면서도 오직 자궁(慈宮)께서 불안해 하실까 싶어 이제까지 지체하고 실현하지 못했었다. 오늘 민망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뜻으로 앙품(仰稟)했더니, 자궁께서 분부하시기를, ‘비록 사사 은정(恩情)이 앞서기는 하지만 왕법(王法)은 지극히 엄격한 것이어서 정청(庭請)하는 호소를 마침내 굴하게 할 수도 없을 것이고, 대관(臺官)들의 계사(啓辭)도 여러 날을 상지(相持)하고 있는데, 어찌 꼭 내가 불안할 것을 고려하여 국가의 사체를 손상하겠는가?’라고 하시었다. 이러하신 덕음(德音)을 받들고서 나의 뜻이 크게 정해졌으니 이제는 마땅히 처분을 내리겠다."
하고, 하교하기를,
"통유(洞諭)하는 윤음(綸音)에 분명하게 죄악을 포유(布諭)했었거니와, 공법(公法)을 굽힐 수도 없고 여론을 막을 수도 없다. 고금도(古今島)에 가극(加棘)한 죄인 홍인한과 경원부(慶源府)에 가극한 죄인 정후겸에게 사사한다."
하매, 영의정 김양택(金陽澤)이 말하기를,
"홍인한이 죄악에 있어서는 사사하는 율(律)은 너무 가볍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홍인한이 비록 흉악한 역적이기는 하지만 명색이 대관(大官)인데, 사사하는 이외에 다시 무슨 율로 감처(勘處)하겠는가?"
하였다. 김양택이 말하기를,
"정후겸은 또 대관이 아니니, 사사는 더욱 실형(失刑)하는 것입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결안(結案)을 받아내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사사하는 율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전에도 또한 이렇게 한 예가 있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79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600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賜麟漢、厚謙死。 時、原任大臣與二品以上三司諸臣請對, 召見于興政堂, 諸臣齊聲力請麟、謙兩賊亟賜處分, 不得請而退。 是夜上又召見時任三大臣, 上曰: "予每欲處分, 而惟恐慈宮之不安, 尙稽未果。 今日以悶慮之意仰稟, 則慈宮敎以私恩雖勝, 王法至嚴, 不可以終屈庭籲, 臺啓屢日相持, 何必顧予不安而損國體乎? 承此德音, 予志大定, 今當處分矣。" 敎曰: "洞諭之綸音, 昭布罪惡, 公法不可屈, 輿論不可遏。 古今島荐棘罪人麟漢、慶源府荐棘罪人厚謙賜死。" 領議政金陽澤曰: "以麟漢罪惡, 賜死之律, 太輕矣。" 上曰: "麟漢雖是凶逆, 名則大官, 賜死之外, 更勘何律乎?" 陽澤曰: "厚謙又非大官, 賜死尤是失刑矣。" 上曰: "不捧結案, 故只施賜死之律。 古亦有如此之例矣。"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79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600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