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녀의 토죄를 청하는 일로 대신과 삼사의 신하를 불러 보다
대신과 삼사(三司) 【영중추부사 김상복(金相福), 영의정 김양택(金陽澤), 판중추부사 한익모(韓翼謩)·좌의정 김상철(金尙喆), 판중추부사 이은(李溵), 우의정 정존겸(鄭存謙), 대사헌 이성규(李聖圭), 대사간 홍억(洪檍), 장령 유영진(柳榮鎭)·정우순(鄭宇淳), 헌납 이유경(李儒慶), 정언 강인(姜), 응교 이경양(李敬養), 부수찬 이병모(李秉模)·유당(柳戇)이다.】 의 여러 신하들을 불러 보았으니, 문녀(文女)를 토죄하기를 청하는 일로 구대(求對)하였기 때문이었다. 입시(入侍)하도록 명하니, 김상복 등이 아뢰기를,
"신 등이 삼가 지난밤에 내리신 윤음(綸音)을 보건대, 마음이 써늘해지고 뼈가 차가워짐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문성국(文聖國)의 죄악은 우리 동토(東土)의 사람이면 누가 알고 있지 못하겠습니까마는, 이번에 윤음을 보고서 더욱 알고 있지 못한 바를 알게 되었습니다. 옛적부터 난역(亂逆)이 어느 시대엔들 없었겠습니까마는, 어찌 이 역적들처럼 더없이 흉악하고 극도로 악독한 자가 있었겠습니까? 진실로 그들의 근본을 찾아본다면 실로 곧 문녀가 소굴의 근저가 된 것인데, 그런 문녀가 오히려 지금까지 천지 사이에 버젓이 살고 있으니, 왕법으로 헤아려 볼 적에 어찌 이런 도리가 있겠습니까? 신들은 맹세코 이런 역적들과는 한 하늘 밑에서 함께 살 수 없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통쾌하게 건단(乾斷)을 발휘하시어 시급히 왕법을 시행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이제까지 입을 다물고 침묵하고 있었던 것은 차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마는, 다시 어제와 같은 날을 만나고 보니 나의 감회가 배나 되기에 심곡(心曲)을 펴서 환하게 유시한 것이고, 선대왕께서 화령 옹주(和寧翁主)와 말을 하지 말도록 분부하신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지시하여 가르치신 미묘한 뜻을 우러러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그러하나 나의 처지에 있어서 참작함이 없을 수 없기에 우선 일률(一律)을 용서한 것이다."
하였다. 이성규·홍억·이경양 등이 합계(合啓)하기를,
"청컨대, 문성국과 김상로(金尙魯)의 여러 자식들에게 시급히 당률(當律)대로 시행하고, 화령 옹주는 작호를 삭제하고 도성 밖에 안치(安置)하기 바랍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윤허하지 않는다. 화령 옹주의 일은 주청(奏請)한 말이 시기가 아닐 뿐 아니라 비록 문씨를 안율(按律)한 뒤에도 이는 곧 선대왕의 혈육인데, 어찌 응당 연좌되어야 할 사람이겠는가? 하물며 지금 문씨를 단지 사제(私第)로 내치기만 했으니, 옹주를 도성 밖에 안치하는 것은 또한 살피지 않은 잘못일 뿐만이 아니다. 화령 옹주로 말하면 문성국이 흉계를 꾸미던 날이 혹은 출생하기 전일 수도 있고 혹은 강보 속에 있을 때일 수도 있다. 또한 하물며 일이 부득이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면, 어찌할 수 없겠거니와, 왕희(王姬)의 사체를 어찌 징(澂)158) ·숙(潚)159) 과 같이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차마 다시 듣고 싶지 않으니 시급히 정지하고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또 아뢰기를,
"문녀에 있어서는 시급히 앞에 주청한 대로 윤허하시고, 문성국과 김상로에 있어서는, 육시(戮屍)하는 법을 이미 선조(先朝)에서 금지하는 명이 있었으니 비록 감히 곧장 주청할 수가 없기는 합니다마는, 이들은 심상한 난역(亂逆)과는 같지 않으니, 청컨대 시급히 처분을 내리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대신들과 여러 신하들이 누누이 극력 청하였으나, 따르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79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친(宗親)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甲申/召見大臣三司 【領中樞府事金相福、領議政金陽澤、判中樞府事韓翼謩、左議政金尙喆、判中樞府事李溵、右議政鄭存謙、大司憲李聖圭、大司諫洪檍、掌令柳榮鎭、鄭宇淳、獻納李儒慶、正言姜 、應敎李敬養、副修撰李秉模ㆍ柳戇。】 諸臣, 以請討文女事求對。 命入侍, 相福等奏曰: "臣等伏見去夜綸音, 不勝心寒骨冷。 聖國之罪惡, 東土之人, 孰不知之? 而今以綸音見之, 益知其所不知。 從古亂逆, 何代無之, 而豈有若此賊之窮凶極惡者乎? 苟求其本, 實是文女爲窩窟根柢也。 文女之尙今偃息於覆載之間, 揆以王法, 寧有是有理? 臣等誓與此賊, 共戴一天。 伏願夬揮乾斷, 亟施王章焉。" 上曰: "予之尙今泯默者, 不忍言也, 又逢昨日, 予懷有倍, 敷心洞諭, 而以先大王與和寧勿言之敎推之, 可以仰指敎之微意也。 雖然在予之地, 不無酌量者, 姑貸一律矣。" 李聖圭、洪檍、李敬養等合啓: "請聖國、尙魯諸子, 亟施當律, 和寧翁主削去爵號, 安置城外。" 上曰: "不允。 和寧翁主事, 不但所請之非時, 雖在文氏按律之後, 卽先大王骨肉也, 是豈可以應坐者? 況今文氏只黜私第, 則翁主之安置城外, 又不但不審之失而已。 至如和寧翁主, 聖國設計之日, 或在未生之前, 或在襁褓之中。 又況事到不得已之地, 則莫可奈何, 而王姬事體, 豈與瀓、潚比乎? 予不忍更聞, 亟停勿煩。" 又啓言: "文女亟允前請, 聖國、尙魯戮屍之典, 旣有先朝禁令, 雖不敢直請, 此與尋常亂逆不同, 請亟賜處分。" 不允。 大臣諸臣, 縷縷力請, 不從。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79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친(宗親)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